이명박 정부 교육정책, 그 기대 혹은 우려

지역내일 2008-01-23
문패 :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 그 기대 혹은 우려
제목 : 사교육 조장 vs 학교선택권 확대
“고교 입시 사교육 확대” 주장에 “학교 경쟁력 높여야 사교육비 줄어”
“교육양극화” 주장에는 “1조원 장학사업으로 가난의 대물림 끊겠다”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설립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
“입시 사교육을 중학교 단계로까지 확대, 사교육을 조장하게 될 것이다.”
교육계가 때 아닌 사교육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명박 당선인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다양한 학교 설립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공약 때문이다.
이 당선인은 대선 당시 “학생·학부모의 선택이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력을 살린다”며 “좋은 교육을 하려는 학교를 끌어내리는 하향평준화와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등학교 체제를 도입해 뒷걸음치는 학교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즉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강화해 학교만족도를 두 배로 늘리면 사교육비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교육계는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어 있다. 자율형 사립고 등 새로운 형태의 학교가 설립되면 평준화 체제가 붕괴되고 사교육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학교 간 경쟁으로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란 환영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새로운 학교 설립 =
이 당선인의 초·중등 교육공약의 핵심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다.
고교 다양화는 농촌과 도시 낙후지역에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 젊은 명장을 위한 마이스터고교 50개,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하는 자율형 사립고교 100개 등 새로운 형태의 학교 300개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자율형 사립고는 기존 자립형 사립고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 이 당선인은 설립 요건이 너무 까다롭고 서울·수도권에 설립할 수 없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새로 추진되는 자율형 사립고는 재단출연금 등 설립조건이 완화되고 지역제한이 철폐된다.
이 당선인은 자율형 사립고 100곳을 설립하면 연간 2500억원 규모의 교육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사립고교는 수업료, 교육과정 등을 국가로부터 통제받는 대신 사학결손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이 당선인은 절약한 교육재정을 공립학교에 투자해 공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자율형 사립고 구상에는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뉴타운과 연계, 자립형 사립고를 추진했다 참여정부와의 마찰을 빚었던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율형 사립학교 설립에 대한 일선 시·도 교육감들의 관심도 높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5개 구 모두에 자율형 사립고를 한군데씩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숙형 공립학교 100개는 농어촌지역과 중소도시 및 대도시 낙후지역에 설립된다. 기숙형 공립학교는 학생의 80% 정도가 기숙사에 입주하게 된다.
마이스터고는 학생의 특기 적성을 살리면서 졸업 후 취업·진학의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전문적인 특성화고교이다. 이를 위해 교육내용과 교원에 대한 획일적인 규제를 철폐하고 학교 단위의 자율성이 보장된다. 특히 마이스터고는 산업체, 시민단체 등도 협약을 통해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학비 면제는 물론 외국어 교육, 해외 연수 지원 및 취업·진학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
현재 자율형 사립고, 기숙형 공립고의 선발방식 등 구체적인 운영방안이 발표되지 않아 학부모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다양한 학교 설립 공약의 대표주자인 자율형 사립고가 사교육비 논란에 휘말리는 등 교육공약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이 이 당선인측을 고심하게 하고 있다.

◆논란 확산 =
논란의 핵심은 △교육양극화 △사교육비 증가 △학교 서열화에 다른 평준화체제 붕괴로 정리할 수 있다.
학부모단체와 시민단체 10여 곳이 최근 ‘교육대통령을 위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23일 이 당선인 교육 공약과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일반고의 4~5배 정도 되는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자율형 사립고가 늘어나게 될 경우 부모의 재산에 따른 교육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자율형 사립고가 질 높은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경쟁에서 한 발 더 앞서기를 원하는 사교육비 지출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단체들도 사교육비 증가를 이유로 자율형 사립고 설립에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윤숙자 대표는 “그동안 특목고 입시경쟁은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자율형 사립고가 증가하면 중상위권은 물론 중위권 학생들까지 입시경쟁에 뛰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간 서열이 강해질 것”이라며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 사교육이 초등시장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논란은 학교 서열화이다. 자율형 사립고 설립과 함께 인수위가 추진하고 있는 학교정보 공개가 맞물려 평준화제도를 해체할 것이란 논란이다.
이달 초 인수위는 교육부에 개별 학교의 학업성취도 정보까지 공개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정보 공개를 반대해온 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조 등으로 구성된 교육기관 정보공개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일부 교육담당 인수위원의 시장주의로 경도된 철학에 우리 공교육을 내맡길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학교정보가 공개되고 자율형 사립고 등 특별한 학교가 설립되면 진학률이 높은 학교에만 학생이 몰리는 등 평준화제도는 사실상 붕괴된다는 것이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가 최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이 당선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율과 경쟁을 중심으로 한 이명박식 교육정책이 추진될 경우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48.8%)이라는 전망이 변화없거나(26.6%) 줄어들 것(14.3%)이라는 답변을 압도했다.
이에 반해 한국교총은 원론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단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학교선택권 강화라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찬성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지과목 중심의 선발방식 금지, 학교장 추천 등 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 강화, 지역할당제 명시 등의 전제 조건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최미숙 공동대표는 “원론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선발방식이 중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사교육비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부학교가 집중 육성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공교육 정상화방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선인 조기진화에 나서 =
논란이 확산되자 최근 이명박 당선인이 직접 나섰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자율형 사립고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선인이 직접 사교육비 문제에 대해 거론한 것은 반대 여론이 예상보다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총선을 앞둔 이 당선인로서는 저항이 거센 정책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정책과 이를 둘러싼 사교육비 논란이 바로 이런 정책 중 하나다.
특히 이 당선인는 공약 중 교육 분야를 가장 먼저 제시하고, 인수위 업무보고도 교육부로부터 가장 먼저 받는 등 ‘교육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신경을 써왔다. 교육정책이 전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인수위 사회문화분과 간사인 이주호 의원은 23일 공교육정상화대책을 수립, 추가로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인수위는 당초 2월 초로 예정돼 있던 수능등급제 문제 등 대입자율화 관련 정책도 서둘러 22일 발표했다.
인수위의 이런 바쁜 걸음걸이는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사교육 조장 논란에 휘말려 정책을 실현해볼 기회조차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인수위는 교육관련 단체들의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선과정에서 지지 세력이었던 한국교총과 보수단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는 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수위는 교육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대안으로 맞춤형 장학제도를 제시하고 있다. 맞춤형 장학제도는 먼저 가난한 학생도 실력만 있으면 자율형 사립고 등에서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일반 고등학교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학습비용 일체를 국가에서 부담하는 제도다. 이명박 당선인측은 이를 위해 약 1조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맞춤형 장학제도는 당선인이 강조해온 ‘빈곤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겠다’는 약속을 현실화시키는 방안”이라며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을 강조한 만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저소득층에게 충분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 관련법을 정비하고 소요예산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학교를 설립해 교육소비자의 학교선택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귀족학교 논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이명박 당선인측이 하루빨리 새로운 형태의 학교들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줘야 더 이상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자립형 사립고 신설 등 학교선택권 확대 공약은 아젠다 설정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학부모들에게 교육정책은 명분이나 구호가 아니라 단 1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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