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회 교수의 이산가족 이야기 (29)

참 애국자, 참 지도자

지역내일 2001-04-29
강남 도심 한 복판에 누가 조심스레 숨겨놓은 듯 조용하고 정갈한 녹지가 있다. 익히 아는 이름이다. 도산공원! 도회의 바쁜 삶에 쫓기느라 그러한지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근의 주민들이 허전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숫자로 여기저기 벤치와 산책로를 채우고 있다.

도심에 숨은 녹지, 도산공원

필자 자신이 그 인근으로 이사한 덕분에, 지난 휴일 오후 아내와 함께 도산공원을 찾았다. 언제부터 가보고 싶었던 처소였는데, 그동안 그 앞을 지나쳐 다니면서도 한번도 들를 겨를이 없었다. 아니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기실 우리 모두 그토록 시간에 허덕이며 살지 않는가.
도산공원은 1970년 3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3년간의 공사로 조성이 되었으며, 망우리에 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유해와 L.A에 있던 그 부인의 유해를 옮겨 와 공원 내에 묘역을 두고 합장으로 모셨다.
도산 선생은 개항 직후인 1878년 평양 근교에서 출생했고, 19세에 독립협회에 가입한 이래 평생을 조국의 독립운동과 근대화운동에 바쳤다. 상해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국내로 압송되어왔고 두 차례의 옥살이 끝에 1938년 이순의 일기로 서거하기까지 정말 민족의 사표가 될만한 일생을 살았다.
선생은 일제에 맞서 끝까지 조국 독립에 진력한 애국자요, 자기혁신과 인격혁명에 힘쓴 교육자요, 무실역행의 사상가요, 진실과 사랑을 실천한 지도자였으며, 국가 백년대계의 경륜을 보여준 선각자였다. 선생의 비문에는 "바르고 사심없이 사람을 대함에 봄바람 같고 일을 행하심에 가을 서릿발 같으셨네"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민족의 사표가 된 큰 지도자

특히 선생은 올곧게 청년들을 지도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공원 여기저기에 기록되어 있는 선생의 대표적 어록을 보면 이를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다. 선생 자신이 양심과 신념에 부끄럽지 않도록 올바르게 살지 않았다면,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으라"와 같은 어사를 남길 수는 없었을 터이다.
선생이 민족의 미래요 소망으로 생각했던 청년들, 그 뜻을 이어받은 청년들이 오늘날까지 '흥사단'이란 매우 영향력 있는 단체를 육성해 오도록 했다.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고 한 선생의 다음 말씀을 다시 한번 진중하게 되새겨 보자. "힘은 건전한 인격과 공고한 단결에서 난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믿는다. 그러므로 인격훈련과 단결훈련 이 두 가지를 청년 제군에게 간절히 요구하는 바이다."
이 도산공원에는 평소 필자가 가까이 두고 인용하며, 또 대학 강의실에서 늘 학생들과 나누어오던 다음의 말씀도 게시되어 있었다.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라. 우리 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애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이 될 공부를 아니 하는가".

위기의 시대, 귀한 교훈으로

지금껏 필자는 도산 선생의 가르침을 되새겨보는 방식으로 이 귀한 지면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고 말았다. 그것은 과거의 교훈적 사실에 의지한 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니다. 존경할만한 인물 만들기에 실패한 우리 역사에 있어 선생이 정녕 존경할만한 어른이며, 무엇보다 필자 자신이 먼저 시대를 격한 그분의 훈도에 감격한 까닭에서이다.
오늘날의 민족 지도자들, 남북 지도자들이 선생의 교훈을 받들고 그것을 실천할 결의를 함께 다져본다면, 난마처럼 얽힌 이 질곡을 넘어서서 남북간의 중첩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데 새 길을 열어볼 수도 있을 터이다.
개인의 이익보다,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익보다, 민족의 앞날을 더 우선시하는 건실한 인격자, 그가 어떻게 애국자가 아니랴. 만약에 그러한 인물이 남북간의 이산가족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의 선두에 서 있다면? 비록 유명을 달리할 날이 촉박하다 할지라도, 이산가족들은 이 격렬한 원망의 마음을 다스릴 수가 있겠다.
그리고 이 시대 국민들의, 나아가서 시공을 뛰어넘어 민족 구성원의 존경을 받을 만큼 끊임없이 '자기혁신'과 '인격혁명'에, 그리고 '진실'과 '사랑'에 자신을 던진 지도자가 앞장 서 있다면? 반 백년의 통한을 품은 채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나더라도, 우리 이산가족들은 마지막 한 가닥 미련을 버리고 갈 수가 있겠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사무국장 /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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