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줄 놓는 경제개혁의 미래

지역내일 2008-01-30
명줄 놓는 경제개혁의 미래

삼성특검과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공판. 이 둘은 형식상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화두가 되었던 경제구조 개혁의 측면에서 보면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사건들이다.
외환위기가 가져온 사회적 충격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장경제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중산층의 붕괴를 막고 빈곤층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경제의 투기장화를 막기 위해, 국가기구의 공공성을 확립하고 민주주의의 실제적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것이 경제개혁의 과제로 집약되었다.
경제개혁의 내용과 수준은 각 정권의 정책의지에 의해 좌우되곤 했지만 그 내용을 채우는 아이디어와 자양분은 우리 시민사회의 자각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신에 의해 공급되었다. 시민사회의 개혁참여는 시민운동으로 형상화되었고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보기 힘들게 단시간 내에 급성장한 시민운동의 활성기를 맞았다. 낙천낙선운동이 시민의 정치참여와 정치개혁운동의 대표적 사례라고 한다면 재벌 개혁운동과 투기자본 감시운동은 경제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대표적인 경제개혁운동의 사례들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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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 재벌개혁 운동은 재벌을 대상으로 하고 투기자본 감시운동은 투기성 핫머니를 대상으로 하는 모습으로 달리 나타난다. 그러나 이 둘은 정격유착의 폐습을 단절하고 관료와 국가기구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일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갖는 중요성을 함께 인식하고 있었다.
그것이 재벌이든 초국적 핫머니이든 기업권력의 민주적 통제없이는 사회의 미래가 위협받으리라는 절박감도 공유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분출했던 1987년에 도입되었다가 외환위기 직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그렇게 부활됐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 상속증여에 관한 규제가 또 그렇게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 관해 제기된 의혹과 금융당국과 재경부를 위시한 관료-론스타-외환은행 경영진 사이의 불법행위를 밝혀내야 할 외환은행 매각 공판은 시민단체의 소송에 의해 촉발되었다.
삼성가(家)의 비자금 조성과 공직자 뇌물공여에 관한 의혹 및 증여세 탈루 혐의를 다루는 삼성특검 또한 외환은행 관련 공판과 함께 모두 정-관-경 유착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10여년 이상 우리 사회의 경제개혁 과제가 모두 집약되어 있는 사건들이다. 론스타 문제를 민족주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삼성가의 문제를 경제침체 가능성으로 비비려는 어떤 논의도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들일 뿐이다.
론스타를 비난하는 것도 문제의 초점이 아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의 책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아니라 불법을 합법으로 바꿔 승인해준 정부관료들이라는 점이다. 삼성가의 문제도 그 행위의 불법성과 불법적 정경유착에 있는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개혁을 하는 일차적인 이유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 두 사건의 결과는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경제개혁의 미래를 결정짓는 일이 될 것이다. 외환위기의 교훈과 그 동안의 개혁 노력을 모두 한순간에 물거품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보다 나은 사회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존할 것인가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다.
그러나 들리는 언론 보도는 어둡기만 하다. 검찰은 그레이켄 론스타펀드 회장에 대해 기소여부 판단을 유보하는 것으로 1차 조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24일 출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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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고 하는 발표를 믿기로 하자. 그런데 문제의 본령인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한 조사는 사실상 아무 것도 진행하지 않은 채 조사가 끝나버렸다. 삼성특검도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삼성의 대응에 이상하게도 꼭 반 박자씩 늦는 모양이다.
차기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고 사회적 규제의 일방적 철폐를 시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향후 정권 차원에서 경제개혁은 더 이상 없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어쩌면 이번 두 사건은 우리 사회가 합법화된 탈세와 제도적으로 허용된 투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책임을 묻고 제도를 고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유철규
성공회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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