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년간 투기성 거래 286억달러 추정
지난해 1~9월 선물환 856억달러 초과공급
조선업체·자산운용사, 선물환 불균형 주범
2006년 이후 선물환시장이 수급불균형으로 크게 요동을 치던 사이 733개 기업들이 286억달러의 투기성 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지난해 1~9월 사이 99억달러가 투기성 거래인 것으로 조사됐다. 선물환 초과공급규모는 856억달러이며, 이런 불균형은 조선업체와 자산운용사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선물환시장 수급 불균형 공동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은과 금감원은 지난해 선물환 취급규모가 큰 산업, 신한, 한국씨티, SC제일은행과 칼리온, 도이치은행 지점을 상대로 선물환시장 수급 불균형의 원인과 구조, 파급경로 등을 조사한 바 있다.
한은은 이들 6개 은행의 거래기업 733개 업체가 지난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체 기업의 선물환 거래금액(4622억8000만달러)의 6.0%인 286억달러의 투기성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투기성 거래는 현금흐름과 관계없이 현물환 거래를 한 후 결제일 이전에 동일금액의 현물환 반대매매가 이뤄졌거나(현물환 트레이딩), 특정일에 선물환 거래를 한 후 만기일 이전에 동일 금액의 선물환 또는 스왑 등 반대매매(선물환 반대거래)를 한 경우에 한정한다.
조사결과 지난해 1~9월 선물환시장의 초과공급규모(순매도 기준)는 856억달러로 2006년 연간 852억달러를 넘는 액수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은행들의 선물환 순매입(고객은 매도) 잔액은 1170억달러로 전년말에 비해 369억달러가 증가했다.
고객별로는 조선업체가 9월말 603억5000만달러로 195억7000만달러가 늘어 전체 증가액의 53%를 차지했고, 자산운용사도 같은 기간 23억달러에서 135억1000만달러로 5.9배(112억1000만달러)나 급증했다.
한은은 선물환시장 수급 불균형의 원인으로 △헤지 세력의 비대칭성 △조선업 호황 및 해외증권투자 급증 △투기성 거래 △일부 은행의 선물환 조기 매도 유인 등을 꼽았다.
지난해 1~9월중 수입업체의 선물환 순매입 규모는 144억달러로 수출업체 순매도의 5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헤지 세력의 매매균형이 깨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6년 이후 조선업 호황과 자산운용사들의 해외증권투자 확대도 불균형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지난해 1~9월중 조선업체의 수주액은 880억달러로 2006년 연간 실적 66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비은행금융기관의 해외증권 투자 규모도 1102억달러로 2006년 532억달러에 비해 570억달러가 증가했다.
은행들도 와환수수료 증가와 시장점유율 확대 등을 위해 업체 방문, 연수, 세미나 등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과도한 환율전망을 내놓고 조기헤지(선물환 매도)를 유도,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것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한은은 외환·스왑시장의 안정과 외채 억제를 위해 당국의 노력과 함께 기업과 은행들이 서로 협조체제를 유지해 시장안정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불균형이 과도하면 외채 증가 및 환율 급변동 등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과 은행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수출기업은 선물환 과매도와 선매도, 투기성 거래를 자제하고 수입기업은 환율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 선물환 매입 등 환헤지 노력을 강화하고, 자산운용사도 헤지 여부에 대한 고객의 선택폭을 확대하고 은행들도 내부통제기준을 강화해 불건전 영업 및 과당 경쟁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가 금융당국과의 협의하에 진행됐기 때문에 투기적 요인이 적발됐을 경우 제재조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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