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중국과 일본의 ‘봄맞이 여행’(임춘웅 2008.01.02)

지역내일 2008-01-01
중국과 일본의 ‘봄맞이 여행’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의 중국방문(지난달 27일부터 4일)을 계기로 중국과 일본 양국이 새로운 밀월시대를 맞게 될 것이란 기대에 한껏 들떠 있는 분위기다. 중국은 아주 예외적으로 후쿠다 총리의 중국방문을 대대적으로 환영했고 후쿠다 총리도 “이미 (양국관계에) 봄이 오고 있다. 봄은 가능한 한 길게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5년여 동안이나 앙숙처럼 지내오던 양국이 어느 날 갑자기 어깨동무를 하고 ‘봄맞이 여행’(迎春之旅)을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중일관계가 최악이었던 때는 2005년이었다. 3월에는 중국 각지에서 반일데모가 일어났고 5월에는 일본을 방문중이던 우이 중국부총리가 고이즈미 일본총리와의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귀국해 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를 대표하는 고위관료가 상대국 정상과의 회담을 취소하고 귀국해 버리는 사태는 외교관례상 보기 드문 ‘불상사’로 국제사회에 큰 화제가 됐었다. 그해 APEC정상회의에서도 두 나라 정상은 따로 만나지 않았다.

더 이상의 갈등, 양국 모두에 불리 판단
고이즈미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와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양국간 갈등, EEZ 문제 등으로 양국은 도무지 화해할 수 없는 관계로 돌진하는 듯 했다. 그러나 국제관계는 시대상황과 지도자의 결단에 따라 갈등을 키울 수도, 해빙의 길을 찾을 수도 있다. 미국의 부시정부가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백팔심도 바꾼 것이나 이번 중국과 일본의 ‘봄맞이 여행’이 그런 것들이다. 지도자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두 나라간 화해는 더 이상 반목하는 것은 서로간 이로울 게 없다는 판단이 기초가 됐다. 그것이 후쿠다 총리의 출현을 계기로 급진전된 것이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중국으로서는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서는 일본의 고급 기술과 자본협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일본은 세계의 부(富)를 모두 빨아들일 기세인 블랙홀, 중국과 갈등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이제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도 세계의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런 변화된 국제환경에서 ‘일미동맹 신성론’(日美同盟神聖論 )에 묶여있을 수만 없는 일이다. 신성론은 너무 낡았다.
두 나라는 ‘봄맞이 여행’에 맞춰 2008년 새해를 양국관계 비약의 해, 전방위 협력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식어들이 화려하다. 이번 베이징에서 있었던 양국총리회담 합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우선 후진타오 중국주석이 올봄 일본을 공식 방문한다. 일본은 중국 청소년 200명을 비용부담해 일본에 초청하고 양국간 ‘환경정보 플라자’를 설립한다. 3년간에 걸쳐 중국의 환경·에너지 분야 전문가 1만명이 일본에서 연수를 받는다. 그러나 양국의 협력관계는 이번에 문서화한 분야에만 머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탄력을 받으면 양국관계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비약할지도 모른다.

중일협력, 한반도에 긍정적 영향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과 일본이 계속해서 반목하고 싸우는 사태다. 두 나라가 대립하는 상황은 언제나 한반도를 어려운 형국으로 몰아넣는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는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번 중·일의 ‘ 봄맞이 여행’을 두고 일부에서는 예의 한국 샌드위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견이다.
두 나라간 협력강화는 당장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도 두 나라는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 할 것을 다짐했다. 양국의 ‘봄맞이 여행’은 양국간 관계의 개선만이 아니라 동북아 경제협력체, 나아가 동북아 안보협력체로 발전하는 좋은 토양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나라관계는 어떤 시점에서, 또 어떤 돌발 사태로 언제든 다시 등돌릴 가능성도 안고 있다. 1972년 수교이후 35년간 걸어온 중국과 일본관계의 부침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중·일 관계, 한·일 관계의 어려움이다.
모처럼 나선 두 나라의 ‘봄날의 여행’(春天之旅)이 유쾌하고 이웃에도 도움이 되는 여행이 됐으면 한다.
임춘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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