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위기에 처했다. 차별화된 독자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낮은 진입장벽에 따른 과당경쟁을 지속, 수익성이 약화되고 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퇴출되는 중소기업이 상당하다. 반면 업종전환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거나,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중소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수가공 기술력 활용, 9개 품목 생산 … 일본시장 진입 눈앞
자연섬유인 원면생산의 맥을 이어온 (주)태봉(대표 이봉상)이 의료 위생용품 전문업체로 사업을 전환하고 세계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986년 설립된 태봉은 섬유원료 생산의 특수가공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섬유전문기업으로 설립 초기부터 미국 유럽 대만 등지로 수출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원면을 비롯 스판레이스 부직포, 화장솜, 물티슈에 이르기까지 6050여평의 부지에 제5공장까지 가동하고 있다. 키르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벡스탄 등에 해외 공장 및 지사를 설립, 해외진출망도 구축했다.
태봉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안전마크(CE),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외에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해외진출도 활발했던 태봉이 사업전환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내 섬유시장의 흥망성쇠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88올림픽 이후 원부자재 단가와 인건비 상승하면서 섬유시장은 위기에 봉착했다. 태봉도 구조조정에 나섰고, 위기 탈출구로 병원용품 및 위생용품에 주력하는 업종전환을 선택했다. 면원료 생산기계를 재활용하고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 가능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과 파트너 구축 = 동아제약의 삽입식 생리대 탬포(TEMPO)를 OEM 방식으로 납품하게 된 것이다. 동아제약은 태봉의 기술력과 품질을, 태봉은 동아제약의 영업력과 브랜드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서로 상승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태봉은 2006년 12월 동아제약에 기술직원을 파견했고 한달여만에 완벽하게 탬포 제조기술을 습득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지난해 1월 동아제약과 탬포 제조설비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3월부터 제품을 공급했다.당초 동아제약 측에서는 기술 이전부터 완제품 납품까지 1년여를 예상했지만 3개월만에 시제품을 생산해 동종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탬포 제조설비 구입자금이 태봉의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다. 면원료는 기존 설비를 이용, 생산할 수 있지만 탬포 완제품을 위한 범용라인이 없기 때문에 기계 선정부터 제작까지 새로 구축해야 했다.
사업을 전환하거나 새로운 업종을 추구하기까지 중소기업으로서는 가장 큰 어려움이 자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봉상 대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찾아 사업전환 지원을 요청했다. 중진공은 면 방적산업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기술력을 지니고 있는 태봉이 제시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생산으로의 전환이 유효하다고 판단,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태봉이 지원받은 사업전환자금은 시설 12억원, 운전 5억원 등 총 17억원 규모이다. 여기에 태봉의 자체자금 7억원을 보태 탬포 생산라인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중진공의 사업전환지원에 힘입어 태봉은 원면과 중간제품이 주력이었던 2006년도 1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사업전환 원년인 2007년 매출액은 전환 업종 43억원을 포함, 17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는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진공, 17억 지원 = 태봉은 요즘 원단라인을 100% 풀가동하고 있다. 일거리가 줄었다는 업계의 하소연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동아제약의 탬포 생산라인 구축 이후 생리대와 관련된 위생용품의 생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봉의 미용 위생 보완재 등 9개 품목을 동아제약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물티슈와 화장솜, 알콜솜, 코튼볼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욕심도 대단하다. 국내 의료 위생용품은 제작환경이 열악해 식약청 기준치에도 미치지 못한 제품들이 허다한 상황에서 태봉의 제품은 더욱 돋보인다.
“30여년을 섬유만 만지다보니 다른 데 눈 돌릴 틈이 없어 더 큰 세상을 보지 못했다. 사업전환을 준비하는 4~5년 동안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겼다. 중진공의 지원 이후 새로운 길이 열리면서 마치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
국내 의료 위생용품 시장에 연착륙한 이 대표는 이제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FDA와 CE, ISO 인증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태봉은 우선 일본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 위생용품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다면 다른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국내 알콜솜 시장이 60억원에 불과한 반면 일본 시장은 무려 12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향후 반드시 개척해야 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현재 태봉은 일본을 비롯 중국, 러시아 등 현지 업체들과 제휴 체결단계에 있다. 우리 원단으로 중국서 생산을 하고 일본에 납품하는 3각 무역 형태가 유력하다.
일본 현지 업체의 경우 태봉의 기술력과 품질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조만간 시장 진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미국 등지에 완제품 라인을 구축하고 기술 선진국에 직접 진출하는 복안도 마련해 놓았다.
‘Made in Korea’를 고집하는 것보다는 국내서 반제품을 수출해 현지서 완성품을 만들어내 ‘Made in Japan’ ‘Made in USA’로 포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이내 세계적인 의료 위생용품 업체로 도약하는 것이 태봉의 비전이다. 태봉은 국내 울타리를 넘어 의료 위생용품 세계시장에 도전한 태봉의 역사가 어떻게 기록될지 주목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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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가공 기술력 활용, 9개 품목 생산 … 일본시장 진입 눈앞
자연섬유인 원면생산의 맥을 이어온 (주)태봉(대표 이봉상)이 의료 위생용품 전문업체로 사업을 전환하고 세계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986년 설립된 태봉은 섬유원료 생산의 특수가공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섬유전문기업으로 설립 초기부터 미국 유럽 대만 등지로 수출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원면을 비롯 스판레이스 부직포, 화장솜, 물티슈에 이르기까지 6050여평의 부지에 제5공장까지 가동하고 있다. 키르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벡스탄 등에 해외 공장 및 지사를 설립, 해외진출망도 구축했다.
태봉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안전마크(CE),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외에서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해외진출도 활발했던 태봉이 사업전환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국내 섬유시장의 흥망성쇠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88올림픽 이후 원부자재 단가와 인건비 상승하면서 섬유시장은 위기에 봉착했다. 태봉도 구조조정에 나섰고, 위기 탈출구로 병원용품 및 위생용품에 주력하는 업종전환을 선택했다. 면원료 생산기계를 재활용하고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 가능했기 때문이다.
◆동아제약과 파트너 구축 = 동아제약의 삽입식 생리대 탬포(TEMPO)를 OEM 방식으로 납품하게 된 것이다. 동아제약은 태봉의 기술력과 품질을, 태봉은 동아제약의 영업력과 브랜드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서로 상승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태봉은 2006년 12월 동아제약에 기술직원을 파견했고 한달여만에 완벽하게 탬포 제조기술을 습득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지난해 1월 동아제약과 탬포 제조설비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3월부터 제품을 공급했다.당초 동아제약 측에서는 기술 이전부터 완제품 납품까지 1년여를 예상했지만 3개월만에 시제품을 생산해 동종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탬포 제조설비 구입자금이 태봉의 새로운 고민으로 떠올랐다. 면원료는 기존 설비를 이용, 생산할 수 있지만 탬포 완제품을 위한 범용라인이 없기 때문에 기계 선정부터 제작까지 새로 구축해야 했다.
사업을 전환하거나 새로운 업종을 추구하기까지 중소기업으로서는 가장 큰 어려움이 자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봉상 대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을 찾아 사업전환 지원을 요청했다. 중진공은 면 방적산업이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기술력을 지니고 있는 태봉이 제시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생산으로의 전환이 유효하다고 판단,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태봉이 지원받은 사업전환자금은 시설 12억원, 운전 5억원 등 총 17억원 규모이다. 여기에 태봉의 자체자금 7억원을 보태 탬포 생산라인을 구축하기에 이른다.
중진공의 사업전환지원에 힘입어 태봉은 원면과 중간제품이 주력이었던 2006년도 1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사업전환 원년인 2007년 매출액은 전환 업종 43억원을 포함, 17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는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진공, 17억 지원 = 태봉은 요즘 원단라인을 100% 풀가동하고 있다. 일거리가 줄었다는 업계의 하소연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동아제약의 탬포 생산라인 구축 이후 생리대와 관련된 위생용품의 생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봉의 미용 위생 보완재 등 9개 품목을 동아제약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물티슈와 화장솜, 알콜솜, 코튼볼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욕심도 대단하다. 국내 의료 위생용품은 제작환경이 열악해 식약청 기준치에도 미치지 못한 제품들이 허다한 상황에서 태봉의 제품은 더욱 돋보인다.
“30여년을 섬유만 만지다보니 다른 데 눈 돌릴 틈이 없어 더 큰 세상을 보지 못했다. 사업전환을 준비하는 4~5년 동안 어려운 고비를 많이 넘겼다. 중진공의 지원 이후 새로운 길이 열리면서 마치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
국내 의료 위생용품 시장에 연착륙한 이 대표는 이제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FDA와 CE, ISO 인증을 받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태봉은 우선 일본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 위생용품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다면 다른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국내 알콜솜 시장이 60억원에 불과한 반면 일본 시장은 무려 12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향후 반드시 개척해야 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현재 태봉은 일본을 비롯 중국, 러시아 등 현지 업체들과 제휴 체결단계에 있다. 우리 원단으로 중국서 생산을 하고 일본에 납품하는 3각 무역 형태가 유력하다.
일본 현지 업체의 경우 태봉의 기술력과 품질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조만간 시장 진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미국 등지에 완제품 라인을 구축하고 기술 선진국에 직접 진출하는 복안도 마련해 놓았다.
‘Made in Korea’를 고집하는 것보다는 국내서 반제품을 수출해 현지서 완성품을 만들어내 ‘Made in Japan’ ‘Made in USA’로 포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 2~3년 이내 세계적인 의료 위생용품 업체로 도약하는 것이 태봉의 비전이다. 태봉은 국내 울타리를 넘어 의료 위생용품 세계시장에 도전한 태봉의 역사가 어떻게 기록될지 주목된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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