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총선에서 배우는 교훈

지역내일 2008-01-31 (수정 2008-01-31 오전 8:41:49)
버려야 산다
천막당사 박근혜, 탄핵돌풍에서 기사회생
비례대표 던진 정동영, 지지층 다시 결집


한나라당 총선압승론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개헌선을 넘는 의석을 거머쥐고, 대통합민주신당이 50여석 수준에 그치는 ‘200 대 50 게임’이란 판세전망이 나온다. 이대로 가면 자유선진당 민주당 민노당까지 다 합쳐도 비한나라권이 100석도 채우기 힘든 구도다.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처지는 4년 전과 정반대다. 총선을 한달 앞둔 2004년 3월 한나라당은 대통령 탄핵역풍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열린우리당 250석, 한나라당 50석으로 총선이 끝날 것’이란 관측마저 나돌았다.

◆버려서 산 박근혜, 버티다 죽은 최병렬 =
하지만 한나라당은 기사회생했다. 지역구 100석에 비례대표 21석을 보태 121석을 확보했다. ‘차떼기 부패정당에 탄핵주역’이란 낙인이 찍힌 한나라당은 ‘버려서 얻는’ 길을 택했다. 그 주역은 박근혜 당시 대표였다. 생존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은 총선을 22일 앞두고 박근혜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박 대표는 호화당사의 현판을 내리고 여의도 노천에 천막당사를 세워 ‘버리는 정치’를 시작했다. 몸을 낮추고 말을 줄였고 전국 곳곳을 악착같이 발로 뛰었다.
당시 당 선거대책본부에서 부본부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장관은 “민심이 완전히 돌아서 어떤 메시지도 소용이 없었다. 모든 걸 버리는 것 외에는 아무 선거전략도 세울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박 대표는 윤 전 장관의의 조언에 따라 가는 곳마다 “죽을죄를 지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한번만 기회를 달라”는 세마디만 던졌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무리한 유세일정이 빡빡하게 짜여있었지만 끼니를 차 속에서 해결해가며 단 한곳도 빼놓지 않았다. 윤 전 장관은 “당시 박 대표는 완전히 자기를 던졌고, 유권자들은 그런 자세와 호소에 귀를 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총선 일주일을 남기고 “권력이 한쪽으로 몰리면 민주주의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에게 견제할 힘을 달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이는 얼어붙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열린우리당의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한 정동영 당시 당의장도 선거막판 ‘버림의 정치’를 선택해 기사회생했다. 정 의장은 자신의 노인폄훼 발언으로 압승 분위기가 무너지고, 한나라당의 거센 추격이 이어지자 총선 사흘을 앞두고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 자리를 내던졌다. 남은 기간 시한부 단식농성까지 벌였다. 흔들리던 지지층이 다시 결집했고, 열린우리당은 과반인 152석을 얻을 수 있었다.
2004년 총선에선 ‘내 것을 거머쥐고 버티다 죽어버린’ 정치인들도 있었다. 탄핵가결 당시 한나라당을 이끌었던 최병렬 대표는 위기의 책임을 이회창 전 총재에게 돌리며 버티다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 밀려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의 석방촉구 결의안’ 제출 사건도 대표적 사례다.

◆손학규 정동영 이회창의 선택에 주목 =

4년 전 한국정치의 경험은 유력정치인의 ‘버리기’와 ‘버티기’가 어떻게 다른 결과를 낳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교훈집이다.
올 총선국면에서 예비야권 지도자들의 선택과 행보는 그 개인은 물론 소속정당 전체의 명운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민의 과반 이상이 “현역의원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각 정당의 공천개혁이 변화의 첫째 잣대로 등장한 상태다. 향후 공천과정에서 의원 개개인이 기득권을 버리는 자세와 계파간 이해관계 다툼이 없어야 하지만, 이를 설득해내고 분란과 쟁투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일은 온전히 유력 정치지도자들의 몫이다. ‘나를 던져 전체를 살린다’는 자세를 보일 때 가능한 일이다.
“나부터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햄릿처럼 고민중”이라는 정동영 전 장관, 독자생존의 길을 찾는 이회창 전 총재는 어떤 방식으로 ‘버려서 사는 길’을 찾아갈까. 희생과 자기결단의 지도력을 내보이느냐가 관건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