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근로빈곤층 / 암투병 남편 수발하는 노봉순씨 - “가난, 정부.사회가 돌봐야”

아파트 있다고 정부 지원 제외 // 발버둥 쳐도 쌓이는 건 빚더미

지역내일 2008-02-04 (수정 2008-02-05 오전 9:03:53)
“지금 우리 가족이 희망을 바라는 건 기적을 비는 것과 같아요. 내가 어찌해서는 여기서 벗어날 수 없어요.”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노봉순(54)씨는 지난달 25일 서울 도봉동 자신의 아파트 앞에서 인터뷰를 망설였다. 남편 김재근(58・가명)씨는 “왜 언론에 집안 사정을 드러내려 하느냐”고 만류했다. ‘근로빈곤층의 현실을 알리자’는 취지에 남편 김씨가 고개를 꺾었다.
노씨는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한 나날”이라고 했다. 남편은 암 치료중이었다. 대장암이 간과 폐로 전이돼 항암치료를 받고있다. 첫째 아들 동호(28・가명)씨는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줄 형편이 못됐다. 둘째아들 동기(26・가명)씨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으로 노씨가 대소변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 남편 암 판정후 위기로 = 노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3년전이었다. 개인택시 기사인 남편이 암 판정을 받았다. 그 이전에 노씨는 정부지원이란 말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3억원짜리 아파트가 있었고, 남편이 버는 고정적인 수입이 있었다. 아들이 중복장애를 겪고 있어도, 노씨에게는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은 행복했다.
하지만 남편이 암과 싸우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첫 시련은 엄청난 치료비였다. 개인택시를 팔았다. 6800만원이란 현금이 들어왔지만, 한번에 1300만원씩 하는 항암치료를 3번이나 받으면서 현금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별다른 수입이 없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대출액은 3600만원으로 불어났다.
◆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 노씨가 직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부터다. 일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쉽지 않았다. 여성으로서 자격증이라고는 운전면허증이 전부인 그에게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가까스로 그에게 서울시 장애인콜택시 기사자리가 났다. 하루 12시간씩 운전대를 잡았다. 기본급 95만원에 70만원의 운송수입금으로 가족의 모든 생계를 떠받쳤다.
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았다. 서울시로부터 장애인콜택시를 위탁받아 운영하던 서울시설공단이 운전기사들을 8월부터 차례로 계약 해지한 것이다. 노조활동에 가담한 이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노조 김무득 부지회장은 “노씨는 늘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의 모범이었다”며 “노조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계약 해지돼 억울해 했다”고 말했다.
◆“노조활동 동료와 함께 해고” = 회사에서 ‘짤린’ 노씨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철회신청서를 썼다. 지난해 말 노씨는 근무기간 2년이 안됐다는 이유로 복직대상에서 제외됐다.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다른 동료들도 복직명령을 받았으나, 출근 다음날 곧바로 다시 계약이 해지됐다. 동료들은 노조활동을 열심히 해 복직하겠다고 하지만, 노씨는 복직을 포기했다. 당장 가족들의 생계가 급했기 때문이다.
노씨는 도봉구 도봉동사무소로 갔다. 간신히 입을 떼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겠냐고 하소연했다.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회복지사 우신영씨는 “노씨 형편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30평형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어 지원을 받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노씨는 “도봉구 번동의 한 장애인을 돕는 활동보조 일을 해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당 5000원을 받는 사회서비스일자리는 이제 노씨 가족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노씨 부부가 한동안 서로를 지켜보는 눈길은 젖어있었다. 항암치료로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을 지켜보는 노씨나,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김씨는 서로가 희망의 끈이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중에 나와 처지가 비슷한 이들이 많아요. 가난은 개인이 노력해서 해결될 일이 아닌가 봅니다.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지요.”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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