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돌아온 머리용스카프, 종교와 민주주의의 상징
터키 정부가 이번 주 여성의 대학 내 머리용 스카프 착용 금지를 해제함에 따라 “이슬람이 터키의 오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터키 사람들의 실상은 이런 의문과는 거리가 멀다. 대다수의 터키인들은 29일 국회에 제출되어 통과 가능성이 높은 이 법안을 종교와 민주주의 모두에 이롭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쿠데타와 법원 명령에 의해 움직이고 군대와 사법권으로 대표되는 철저히 세속적인 극단적 보수파들과 달리, 터키의 독실한 종교적 시민 대부분은 적극적인 민주주의자이다. 터키의 머리용 스카프 부활은 종교와 민주주의 모두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설은 근대 터키의 근간인, 유럽과 중동 사이의 7000만 무슬림들의 민주주의로 이어진다. 선거로 구성된 터키의 정부는 전혀 국가를 통치하는 힘을 갖지 못했다. 그들은 1923년 오스만 잔존자들로부터 근대 터키를 이룩해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전 군사령관의 권력을 물려받은 군사령관과 재판관 권력집단에 의해 감시 당하고 제지 당하고 만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세운 시스템은 세속적이었지만, ‘화이트 터키인’이라고 알려진 도시 엘리트와 함께 계층이 나뉘었고, 도시 엘리트들는 빈민들에 의해 선출된 정치적 지도자인 독실한 종교적 정부가 조금이라도 일정한 경로를 벗어나면 개입해왔다. 집권당의 덴길 밀 메멧 피랏 의원은 “시민은 무언가에 피해를 입히는 어리고 무능력한 어린이로 여겨진다”면서, 국가는 “이 어린이를 둘러쌀 정원 울타리를 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터키 역사상 처음으로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의 정의개발당이 대변하는 하급계층이 낡은 관습에 도전하고 있고, 적어도 현재로서는 수월히 해나가고 있다.
터키는 대부분의 과거를 서방에서 보내고, 이슬람 문명의 동방 수도로서 지낸 지난 6세기의 세월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멈추지 않는 국외추방자와 같은 상황이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머리용 스카프 같은 아이템을 넘어서 극단적 보수층에 도전하는 것은 더욱더 터키의 본 모습을 찾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터키 사회의 많은 지식인들은 터키가 유럽이 아닌 중동 이슬람권의 한 부분으로 인식될 경우 화를 내지만, 현실 속 대다수는 여전히 매우 독실한 종교인이다. 터키 경제사회연구협회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터키인의 59%는 자신을 ‘매우 종교적’ 혹은 ‘극도로 종교적’이라고 표현했다.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성의 약 3분의 2는 외출할 때 머리에 무언가를 두른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에르도안 총리의 제안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29일 국회에서 “터키 여대생들에 대한 부당한 규제를 멈추는 것 외의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 의해 헌법 개정을 위임 받았던 엘군 오즈부둔 앙카라대학 법학교수와 같은 터키 진보주의자들 또한 이 방안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해외에서 학생을 가르쳐본 오주부둔 교수는 “이것은 정교분리론이 아닌, 인권의 문제다”라면서, “미국에서는 야물커(정통파 남자가 기도할 때 쓰는 작은 테 없는 모자)를 쓰는 유대교 학생들이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반면 세속적 반대당을 20년간 이끈 지도자 데니즈 바이칼(69)은 “머리용 스카프 금지 해제 결정은 아타튀르크의 세속국가 건립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면서 터키인들에게 친숙한 두려움을 자극했다. 바이칼은 머리와 목을 덮는 스카프인 히잡을 “우리 국가와 역사, 전통, 문화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해석하며, 그 목표는 “터번(이슬람 남성의 두건)이 들어올 길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히잡을 두르는 대학원생 히랄 카프란에게 이는 한심한 낡은 이야기로 들린 뿐이다. 카프란은 “이것은 마치 땅이 갈라지고 1930년대 사람들이 기어 나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더욱 강경한 세속적 반대 의원들은 또한 파시즘과의 유사성을 들어 호소했다. 이번 주의 인기 토크쇼에서 엠러 콩거 교수는 독일의 만(卍)자형 금지를 인용하여 만약 어떤 상징이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충분히 “금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논쟁이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종종 더욱 중대한 문제들도 제기된다. 그 문제는 “어디에서 이슬람교가 개방적 사회에 조화를 이룰 것인가”, “어떻게 세속적 권리를 파괴하지 않고, 종교적 지도자들이 정치 참여를 하지 않으면서 종교적 자유를 허용할 수 있는가” 등으로 미국, 유럽 지식인들에게는 너무 핵심적인 것들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첫 5년 임기 중 터키쿠르드인 소수민족과 대화를 시작하고, 1774년 터키가 침략한 키프로스에 대한 협약을 터키인들이 수용하게 하는 등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해 정부를 개편하는 전례 없는 진보를 이뤄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금까지 “세속적인 터키의 민주주의 조직이 독실한 무슬림들에 의해 작동되면 안될 이유가 없다”는 논지를 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당이 대통령직, 정부, 의회를 통제하는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어, 에르도안의 논지는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일반국민들이 갖는 터키에 관한 이미지를 짓밟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1970년대부터 터키를 연구해온 미국인 제니B. 화이트는 에르도안 정당의 지도자들은 연설 속에서 개인의 권리를 강하게 지지했지만 말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고 비판하면서, “민주주의는 과학 기술이 아니다. 이는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관용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원성공 리포터 ktafan@hotmail.com
이스탄불의 여성들이 지난 주, 대학내 머리용 스카프 금지에 저항하고 있다. 금지는 곧 해체될 예정이다. (린시 아다리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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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정부가 이번 주 여성의 대학 내 머리용 스카프 착용 금지를 해제함에 따라 “이슬람이 터키의 오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터키 사람들의 실상은 이런 의문과는 거리가 멀다. 대다수의 터키인들은 29일 국회에 제출되어 통과 가능성이 높은 이 법안을 종교와 민주주의 모두에 이롭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쿠데타와 법원 명령에 의해 움직이고 군대와 사법권으로 대표되는 철저히 세속적인 극단적 보수파들과 달리, 터키의 독실한 종교적 시민 대부분은 적극적인 민주주의자이다. 터키의 머리용 스카프 부활은 종교와 민주주의 모두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설은 근대 터키의 근간인, 유럽과 중동 사이의 7000만 무슬림들의 민주주의로 이어진다. 선거로 구성된 터키의 정부는 전혀 국가를 통치하는 힘을 갖지 못했다. 그들은 1923년 오스만 잔존자들로부터 근대 터키를 이룩해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전 군사령관의 권력을 물려받은 군사령관과 재판관 권력집단에 의해 감시 당하고 제지 당하고 만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세운 시스템은 세속적이었지만, ‘화이트 터키인’이라고 알려진 도시 엘리트와 함께 계층이 나뉘었고, 도시 엘리트들는 빈민들에 의해 선출된 정치적 지도자인 독실한 종교적 정부가 조금이라도 일정한 경로를 벗어나면 개입해왔다. 집권당의 덴길 밀 메멧 피랏 의원은 “시민은 무언가에 피해를 입히는 어리고 무능력한 어린이로 여겨진다”면서, 국가는 “이 어린이를 둘러쌀 정원 울타리를 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터키 역사상 처음으로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의 정의개발당이 대변하는 하급계층이 낡은 관습에 도전하고 있고, 적어도 현재로서는 수월히 해나가고 있다.
터키는 대부분의 과거를 서방에서 보내고, 이슬람 문명의 동방 수도로서 지낸 지난 6세기의 세월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멈추지 않는 국외추방자와 같은 상황이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머리용 스카프 같은 아이템을 넘어서 극단적 보수층에 도전하는 것은 더욱더 터키의 본 모습을 찾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터키 사회의 많은 지식인들은 터키가 유럽이 아닌 중동 이슬람권의 한 부분으로 인식될 경우 화를 내지만, 현실 속 대다수는 여전히 매우 독실한 종교인이다. 터키 경제사회연구협회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터키인의 59%는 자신을 ‘매우 종교적’ 혹은 ‘극도로 종교적’이라고 표현했다.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성의 약 3분의 2는 외출할 때 머리에 무언가를 두른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에르도안 총리의 제안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29일 국회에서 “터키 여대생들에 대한 부당한 규제를 멈추는 것 외의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 의해 헌법 개정을 위임 받았던 엘군 오즈부둔 앙카라대학 법학교수와 같은 터키 진보주의자들 또한 이 방안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해외에서 학생을 가르쳐본 오주부둔 교수는 “이것은 정교분리론이 아닌, 인권의 문제다”라면서, “미국에서는 야물커(정통파 남자가 기도할 때 쓰는 작은 테 없는 모자)를 쓰는 유대교 학생들이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반면 세속적 반대당을 20년간 이끈 지도자 데니즈 바이칼(69)은 “머리용 스카프 금지 해제 결정은 아타튀르크의 세속국가 건립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면서 터키인들에게 친숙한 두려움을 자극했다. 바이칼은 머리와 목을 덮는 스카프인 히잡을 “우리 국가와 역사, 전통, 문화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해석하며, 그 목표는 “터번(이슬람 남성의 두건)이 들어올 길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히잡을 두르는 대학원생 히랄 카프란에게 이는 한심한 낡은 이야기로 들린 뿐이다. 카프란은 “이것은 마치 땅이 갈라지고 1930년대 사람들이 기어 나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더욱 강경한 세속적 반대 의원들은 또한 파시즘과의 유사성을 들어 호소했다. 이번 주의 인기 토크쇼에서 엠러 콩거 교수는 독일의 만(卍)자형 금지를 인용하여 만약 어떤 상징이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충분히 “금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논쟁이 표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종종 더욱 중대한 문제들도 제기된다. 그 문제는 “어디에서 이슬람교가 개방적 사회에 조화를 이룰 것인가”, “어떻게 세속적 권리를 파괴하지 않고, 종교적 지도자들이 정치 참여를 하지 않으면서 종교적 자유를 허용할 수 있는가” 등으로 미국, 유럽 지식인들에게는 너무 핵심적인 것들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한 상태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첫 5년 임기 중 터키쿠르드인 소수민족과 대화를 시작하고, 1774년 터키가 침략한 키프로스에 대한 협약을 터키인들이 수용하게 하는 등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해 정부를 개편하는 전례 없는 진보를 이뤄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금까지 “세속적인 터키의 민주주의 조직이 독실한 무슬림들에 의해 작동되면 안될 이유가 없다”는 논지를 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당이 대통령직, 정부, 의회를 통제하는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어, 에르도안의 논지는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일반국민들이 갖는 터키에 관한 이미지를 짓밟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1970년대부터 터키를 연구해온 미국인 제니B. 화이트는 에르도안 정당의 지도자들은 연설 속에서 개인의 권리를 강하게 지지했지만 말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고 비판하면서, “민주주의는 과학 기술이 아니다. 이는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관용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원성공 리포터 ktafan@hotmail.com
이스탄불의 여성들이 지난 주, 대학내 머리용 스카프 금지에 저항하고 있다. 금지는 곧 해체될 예정이다. (린시 아다리오,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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