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 15 -7년째 중풍 아내, 못 다한 사랑으로 지켜 박제선씨<354호>

"마지막 임종의 순간까지 내 손으로 해 주고 싶어요"

지역내일 2000-10-11
정발마을 건영빌라 4단지에 사는 '이 시대의 열부, 박제선 옹'
그를 아는 사람들은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렇게 부른다.
낙락장송처럼 믿음직스런 자식들의 그늘도 마다하고 7년째 중풍으로 자리를 지키는 아내를 손수 보살피는 그에게 그 호칭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젊을 때 특별히 잘해 준 게 없어요. 오히려 남들보다 마음 고생을 더 시킨 것도 같고....그저, 그런 것들을 지금 하나씩 갚아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 뭐......"
아내의 병든 몸을 수발하는 그의 손길은 바쁘다.
구석구석 손이 잘 닿지 않는 곳까지 말끔히 씻기고 식사를 준비해 일일이 떠 먹이고 대소변을 받아내고 설거지와 집 청소까지 그의 손길이 가지 않는 곳은 없다. 젊은이도 하루 이틀 하다보면 지치게 마련인 일을 그는 86세의 고령으로 빈틈없이 해낸다. 7년째 병석을 지키는 아내는 그 덕에 욕창 한 번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병든 아내는 이따금씩 찾아와 수발을 드는 딸들이나 며느리의 손길보다 남편의 손길을 더 원한다. 그에게 부려보는 마지막 응석은 아닐지.....
다행이라면 그의 건강이다. 그 나이에 정발산을 거뜬히 오른다는 그는 그래도 작년엔 중간에 한번도 쉼 없이 올랐는데 어제 올라가 보니 두 번을 쉬었다고 혹시라도 자신의 건강으로 인해 아내를 돌보는 일에 지장이 생길까봐 걱정스러워한다.
스물 두살의 청년으로 고운 아내를 만나 3남 2녀를 낳고 살아온 세월이 64년.
남남인 사람들이 부부의 인연으로 함께 살기엔 참 긴 세월이다. 그 옛날에 자동차 기술자로서 그는 열심히 살았다. 못 배운 한 때문에 자식들은 모두 대학까지 공부를 시켰다. 아이들 키울 때 정말 고생이 많았다는 그. 지금 원하는 게 있다면 아내가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계속 해주고 싶은 것과 그렇게 더 나빠지지 않고 오래 살다가 아내의 임종까지 자신의 손으로 지키는 일. 그것마저도 자신의 건강이 허락되는 한 가질 수 있는 꿈이다.
누구나 세월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
어느 하루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처럼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서서히 인생이라는 과제가 던져주는 수수께끼라도 풀 듯 때로 긴장하면서 혹은 웃음으로 이완시키면서 준비하는 과정일 것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여생을 살고 싶다고, 인간다운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마음속으로 진정 바라는 삶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너무 많다.
여기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노부부의 삶이 우리의 막혔던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정답이 되지 않을까.
이영란 리포터 dazzle77@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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