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에 갇힌 팔'' 가장의 일기 잔잔한 감동>

지역내일 2008-02-11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고립시키는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에 국제사회가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한 팔레스타인 가장의 일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민간구호단체인 옥스팜과 협력해 가자지구에서 구호요원으로 활동하는 오마르 씨가 쓴 이 일기는 10일 알-자지라 방송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알-자지라넷에 소개됐다.
다음은 일기내용을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
『오늘 아침 추위로 몸서리치며 일어났다. 우리 가족은 정전으로 어제 저녁도 암흑 속에서 보냈고, 어떠한 온기를 맛볼 수도 없었다. 일터로 가는 길에서 사람들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살을 에는 추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간의 따스함이나마 간직하기 위해 집안에 머물러 있는 까닭이다. 이제는 시장에서 담요를 구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졌다. 이스라엘이 아주 소량의 물건에 대해서만 반입 또는 반출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담요가 시장에 있더라도 대부분의 가자 주민들은 살 형편이 못된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어 월급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봉쇄는 빵과 같은 기초 생필품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상품 값을 올려놨다. 어제 빵 한 덩이를 7세켈(약 1천800원)을 주고 샀는데, 오늘은 15% 정도 비싼 8세켈을 줘야 한다. 아이들은 오늘 아침 바깥에 나가 놀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러나 너무 추워 감기에 걸릴까 봐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은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의약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애들이 아프더라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오늘 저녁 때 같은 아파트에 사는 형 집에 들렀다가 놀랍게도 15년 간 보지 못했던 숙부를 만났다. 카타르에 살고 있는 숙부는 딸과 함께 이집트와 가자 사이의 라파 국경이 열린 기회를 활용해 우리를 보러 오신 것이었다. 숙부는 주변에 살고 있는 친척들을 만나자마자 작별 인사를 나눠야 했다. 라파 국경이 막히기 전에 서둘러 가자를 빠져나가지 않으면 우리처럼 이곳에서 영영 갇히는 신세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숙부가 처한 이런 잔인한 현실은 내 아내가 쌍둥이 딸을 출산하려 할 때인 약 7년 전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 유학 중이던 나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갈 지, 공부를 계속할 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내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남은 학업을 마치는 길을 택했었다. 처음에는고통스러운 선택이었지만 그 결과로 나는 안정된 직업을 얻어 가족을 부양할 돈을벌고 있다. 이것은 가자지구에 사는 많은 아버지들이 갈망하는 것이다.
내일은 두 딸의 7번째 생일이다. 다른 세상의 보통 애들처럼 내 딸들도 생일에 케이크, 사탕, 선물 같은 것을 생각한다. 딸들이 "아빠! 내일 가게에 가서 맛있는 것을 사주실 거죠?"라고 말할 때는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나는 딸들에게 진실을 말해야 했다. 어쩌면 그렇게 못할지도 모른다고. 모든 것은 밀가루와 설탕이 남아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그리고 초콜릿의가자지구 반입이 허용된다면, 가게들이 전기가 부족하거나 팔 물건이 없어 문을 닫는 일이 없다면. (딸들의 소원을 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최근에는 딸들이 뭔가를 해달라고 하면 나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항상 가정화법을 쓰게 된다. 이봉쇄가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정책 =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점령한 가자지구에서 점령 38년 만인 2005년 9월 철수했다.이듬해 1일 치러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땅 점령에 저항하며 강경한 투쟁을 벌여온 하마스가 온건파인 파타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집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로 연결되는 모든 길을 막아 인력 및 상품 이동을 통제하는 봉쇄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인권단체들은 하마스를 지지하는 150만 가자 주민들에 대한 집단제재라며 봉쇄를 풀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저항하는 것을 문제 삼아 오히려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가자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어린이들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
가자지구 어린이 9명 중 1명 꼴로 영양실조 상태이고, 1세 이하의 유아 중 70%가 제대로 먹지 못해 빈혈을 앓고 있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는 추산하고 있다.
parksj@yna.co.kr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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