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농산물 사용만 고집할 수 없어 정책 한계 … 정부 정책 일관성 중요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중 하나인 김치 무역적자가 2006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003년 8288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김치 무역은 이후 매년 감소해 2006년 1762만7000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3553만3000달러 적자를 냈다.
김치무역 적자는 중국현지에 진출한 기업의 국내 역수출도 원인이 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수입 김치의 99%는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 기업에서 중국현지에 투자한 기업들도 한국으로 역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가를 낮추고 이익률을 높이려는 김치회사의 ‘합리적 선택’이 김치무역 적자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식품정책 진퇴양난 = 자유로운 국제교역을 활성화하면서 국내 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농식품 부문에도 절실하다.
식품전문가들은 생명산업의 특성을 살려 식품원재료 사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고 기업과 소비자가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은 “저가원료가 해외에서 수입돼 식품산업의 원가를 낮추고 식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국산원료 사용업체에게 인센티브를 부가하고 원산지표시제도 등 각종 기준을 강화해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수기 전 한국식품연구원장도 “정부는 원료 농산물의 수량이 많이 나오게 하거나 소비자 기호에 맞는 작물을 연구개발하는 일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광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최종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식품 안전성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열 (주)천년약속 대표는 “국산농산물을 주원료로 하는 술을 전통주 개념에 포함하고 동시에 전통주 제조를 어렵게 하는 규제를 풀면 국내 농업과 전통주 산업이 함께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22일 부산 기장군 장안검정쌀작목반(반장 최해조)과 업무협약을 맺고 검정쌀을 이용해 레드와인을 개발하기로 했다. 최해조 반장은 “어떤 음식점을 가든 천년약속을 찾는다”며 “천년약속이 잘되면 우리도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농산물과 연계한 새로운 시장 만들어야 = 정부는 지난 1991년부터 농산물가공용원료수매자금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1450억원. 국내농산물 시장규모에 비춰 부족한 게 현실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국제규정의 범위 안에서 정책을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농수축산물 수입에 대한 검역 강화 △원산지표시제도 효율적 운영등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강경란 농림부 사무관은 “지난 2005년 이후 농산물품질관리법을 개정해 원산지표시제도를 강화했다”며 “시민 명예감시원 2만6000명을 운영해 감시활동을 하고 있는데 명예감시원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 감시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국내 농업과 식품의 연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형희 한국외식정보(주) 대표는 “대규모 식품업체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외식산업은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국내 농산물을 세척·포장해 외식업체가 구매할 수 있게 하면 국내농업과 식품산업의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식품산업을 통해 국내 농업의 활로를 열어보겠다는 정책 방향을 추구하는 정부도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농업을 활성화하려는 정책 목표와 성장하는 식품기업의 선택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해 식품기업 성장은 필수요소지만 기업의 선택과 정부 정책 사이에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식품기업의 고민도 깊다. 중견 식품기업의 한 임원은 “국내에서는 사용하는 원료를 다 구할 수 없어 해외에서 원재료를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며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고 해외 농산물을 수입하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정서가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유기농콩을 원료로 두부를 만들고 있는 한 기업은 이런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유기농콩을 계약재배하는 중국의 농장에 소비자들을 초청하는 한편 △국내 유기농콩 재배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 기업은 연간 3000~4000톤의 유기농콩이 필요하지만 국내 생산량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중 하나인 김치 무역적자가 2006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003년 8288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김치 무역은 이후 매년 감소해 2006년 1762만7000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3553만3000달러 적자를 냈다.
김치무역 적자는 중국현지에 진출한 기업의 국내 역수출도 원인이 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수입 김치의 99%는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다”며 “국내 기업에서 중국현지에 투자한 기업들도 한국으로 역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가를 낮추고 이익률을 높이려는 김치회사의 ‘합리적 선택’이 김치무역 적자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식품정책 진퇴양난 = 자유로운 국제교역을 활성화하면서 국내 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농식품 부문에도 절실하다.
식품전문가들은 생명산업의 특성을 살려 식품원재료 사용에 대한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고 기업과 소비자가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은 “저가원료가 해외에서 수입돼 식품산업의 원가를 낮추고 식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국산원료 사용업체에게 인센티브를 부가하고 원산지표시제도 등 각종 기준을 강화해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수기 전 한국식품연구원장도 “정부는 원료 농산물의 수량이 많이 나오게 하거나 소비자 기호에 맞는 작물을 연구개발하는 일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광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최종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식품 안전성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열 (주)천년약속 대표는 “국산농산물을 주원료로 하는 술을 전통주 개념에 포함하고 동시에 전통주 제조를 어렵게 하는 규제를 풀면 국내 농업과 전통주 산업이 함께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22일 부산 기장군 장안검정쌀작목반(반장 최해조)과 업무협약을 맺고 검정쌀을 이용해 레드와인을 개발하기로 했다. 최해조 반장은 “어떤 음식점을 가든 천년약속을 찾는다”며 “천년약속이 잘되면 우리도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농산물과 연계한 새로운 시장 만들어야 = 정부는 지난 1991년부터 농산물가공용원료수매자금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편성된 예산은 1450억원. 국내농산물 시장규모에 비춰 부족한 게 현실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국제규정의 범위 안에서 정책을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농수축산물 수입에 대한 검역 강화 △원산지표시제도 효율적 운영등을 통해 기업과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 강경란 농림부 사무관은 “지난 2005년 이후 농산물품질관리법을 개정해 원산지표시제도를 강화했다”며 “시민 명예감시원 2만6000명을 운영해 감시활동을 하고 있는데 명예감시원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 감시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국내 농업과 식품의 연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형희 한국외식정보(주) 대표는 “대규모 식품업체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외식산업은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국내 농산물을 세척·포장해 외식업체가 구매할 수 있게 하면 국내농업과 식품산업의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식품산업을 통해 국내 농업의 활로를 열어보겠다는 정책 방향을 추구하는 정부도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농업을 활성화하려는 정책 목표와 성장하는 식품기업의 선택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해 식품기업 성장은 필수요소지만 기업의 선택과 정부 정책 사이에 거리가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식품기업의 고민도 깊다. 중견 식품기업의 한 임원은 “국내에서는 사용하는 원료를 다 구할 수 없어 해외에서 원재료를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며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고 해외 농산물을 수입하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정서가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유기농콩을 원료로 두부를 만들고 있는 한 기업은 이런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 △유기농콩을 계약재배하는 중국의 농장에 소비자들을 초청하는 한편 △국내 유기농콩 재배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 기업은 연간 3000~4000톤의 유기농콩이 필요하지만 국내 생산량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