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왕자들이 세계를 움직인다

지역내일 2008-01-18
2조달러의 오일머니 좌지우지 … 투자결정에 절대적 영향
경영·정치력 인정돼야 왕위 승계, 공격적 해외투자 확대

오일달러를 등에 업은 중동의 왕자들이 세계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왕정국가로 채워져 있는 중동에서 왕의 지위는 절대적이다. 그의 아들인 왕자의 지위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게 왕과 왕자의 소유다. 부의 원천인 유전과 기업 역시 이들에 의해 움직인다. 세계를 넘나들며 투자에 나선 오일머니도 왕과 그의 아들들의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이들에 대한 취재와 보도는 철저하게 제한돼 있다. 왕족의 사생활은 대외적으로 보안이다. 재산도 단지 추정할 뿐이다. 왕족의 재산과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 국민들의 저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의 얘기다. 씨티그룹의 구원투수로 나선 사우디아라비아의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 많은 왕자 중 외부에 알려진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UBS에 자금지원을 한 중동투자자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시 사우디 왕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진출은 아직 걸음마수준이지만 최근 부동산, 유전 투자를 위한 진출이 빨라지고 있다. 왕과 그의 아들들의 움직임은 세계경제의 한 축으로 급성장한 오일머니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왕족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오일머니의 해외투자 러시 = “고유가로 인해 중동 걸프지역 6개 부국(GCC:Gulf Co-operation Council)으로 하여금 해외자산매입에 적극 나서도록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에서 이들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 뉴욕소재 금융전문기관인 IIF(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를 인용해 이 같이 밝혔다. 중동국가의 왕족들은 절대권력을 활용해 치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오일머니가 급격하게 쌓이면서 사우디 UAE 등에서는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07년말 현재 GCC 6개국의 순해외자산은 1조8000억달러로 올 연말까지 2조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산유국이면서 왕권이 유지되고 있는 정치·경제적 특성에 힘입어 ‘오일머니 왕족’과 이들로부터 투자를 위임받은 ‘국부펀드’의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걸프지역 국부펀드의 규모는 약 1조7000억달러다. 전세계 헤지펀드의 총자금과 맞먹고 1조 달러 규모인 사모펀드를 능가하는 액수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모건스탠리 추산에 따르면 이들 국부펀드는 지난해 2분기부터 불과 8개월 사이에 370억달러가 넘는 투자치를 기록했으며 이런 기세는 올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GCC가 지난해 석유수출로 벌어들인 2150억달러의 흑자규모는 2008년 250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재산이 20조 넘어 = 왕족의 투자 가운데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그 규모와 종류에서 두드러진다.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히얀 UAE 대통령은 개인자산만 210억달러로 인접 토호국인 두바이에 자극을 받아 적극적인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다. 칼리파 대통령의 영향권에 있는 아부다비 투자청은 8750억 달러에 달하는 막강한 자산으로 돈벌이를 넘보고 있다.
또 다른 토호국인 두바이의 통치자이자 UAE 부통령인 무하마드 빈 라씨드 알마크툼은 비록 개인 자산은 140억달러로 칼리파 대통령에 뒤지지만 일찌감치 원유고갈에 대비, 해외투자로 눈을 돌렸다.
그가 이끄는 두바이인터내셔널 이스티르마르 두바이그룹 등은 세계 최대투자은행인 씨티그룹의 지분인수는 물론 칼라일그룹, 소니, HSBC 지분까지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1년 5억9000만달러를 투입해 씨티그룹을 구원하면서 유명세를 탄 사우디아라비아의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지난 14일 긴급자금수혈로 125억달러의 씨티그룹 우선주발행에 또 다시 동참, 뉴스의 전면에 부상했다. 왈리드 왕자의 개인자산은 295억달러로 5000억달러 상당의 다양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210억달러 규모의 자산가인 하마드 빈 칼리파 카타르 국왕은 자신이 속한 알 싸니 가문과 카타르 투자청(500억달러 규모)을 통해 해외투자에 나섰다. 자산규모조차 알려지지 않은 쿠웨이트 국왕 역시 자신의 알 사바 가문과 쿠웨이트 투자청(2130억달러 규모)을 전면에 내세워 해외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다.
중동 큰 손들이 국부펀드를 이용하는 것은 중앙은행을 이용한 투자보다 자유롭고 고위험 자산에 접근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 세계에 걸쳐 주식, 부동산,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등급별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오일머니의 투자경향으로는 미국은 물론 달러가치 하락 등을 고려한 유럽지역의 투자비중 확대가 포착된다.
유럽에 투자한 규모는 전체 해외자산의 19%에 달하는 1000억달러로 추산되며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중동&북아프리카-600억달러), 아시아(600억달러) 등에 대한 투자 비중도 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UAE의 국영개발업체 에마르 부동산의 회장이자 두바이 경제개발장관인 알리 라시드 알라바르가 평양을 방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알라바르 장관은 이날 자가용 비행기로 북한을 방문, 15년째 공사가 중단돼 있는 평양 유경호텔에 들러 투자의사를 표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위도 경쟁시대 = 중동지역의 핵심인 사우디와 UAE에서는 왕위계승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분위기다. 장자가 승계한다는 원칙 자체가 무너진 상태다. 왕자들의 경제적 투자능력이 더욱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는 오일머니의 공격적인 해외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는 2006년에 왕위계승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왕위 계승과 왕자 선임을 충성위원회에 맡겨졌다. 2007년말엔 사우디 왕가의 창시자인 압둘 아지즈 빈 사우드의 아들과 손자 35명으로 구성된 충성위원회가 구성됐다. 의장은 왕자인 메사알 빈 압둘 아지즈가 맡았다.
사우디 왕이 행사했던 국왕과 왕세자 선출권한이 옮겨진 것이다. 이 조치로 왕위 계승을 둘러싼 헌정의 중단사태 등과 같은 문제의 소지가 차단됐다. 후임 국왕은 충성위원들의 투표에 의해 선임될 예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왕과 왕세자가 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UAE도 마찬가지다. 특히 두바이는 4명의 현재 왕자 중 셋째 아들이 유력한 왕위계승자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왕세자가 선정되지 않았지만 세이크 한단 왕자는 첫째인 라시드뿐만 아니라 마지드, 아흐메드를 제쳤다. 그의 실력이 어느정도 입증된 셈이다.
이태형 수출입은행 두바이 사무소 부부장은 “두바이 등 UAE에서는 후계자를 경쟁체제로 뽑는다”면서 “기업이나 직책을 맡긴 후 실력이 인정되면 왕세자에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 두바이 왕 역시 MH항공과 선박회사인 두바이드라이독에서 CEO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중동에서의 절대권력자인 왕위 승계가 장자 중심이 아닌 실력 중심으로 옮겨져 결국 오일머니를 주무르는 왕자들이 매우 공격적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디아라비아는 대규모 국부펀드를 만들면서 대규모 몸값을 지불하고 월가에서 투자전문가 80~90명을 영입한 사례는 투자결정의 신속성과 공격성을 보여줬다.
이 부부장은 “왕족들의 치부가 제한되면서 해외로의 투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는 왕자들에 의해 투자의 상당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에 투자결정자체가 더욱 빠르고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규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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