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물가 사이에서 '진퇴양난'

지역내일 2008-02-13 (수정 2008-02-14 오전 6:33:36)
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경기의 불확실성과 물가상승 압력이라는 틈새에 끼었다." 한국은행이 처한 상황이 바로 이렇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진 후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한편으로 해외로부터 오는 경기하강 가능성이 실제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모두 고려해서 균형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균형'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경기흐름과 대내외 여건,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자신있게 방향을 설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고민을 담은 표현이다.
'시계(視界) 제로'인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부담이 워낙 커 조금 더 관망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3월이나 4월에 안개가 걷히면서 시계가 탁 트일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콜금리 동결 기조가 상반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그러나 자금시장 참가자들과 해외 투자은행(IB) 등은 시점이 문제일 뿐결국 한은이 콜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경기vs물가, 팽팽한 균형 = 국내 경기가 상승기조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대외요인으로 인해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는 점은 한은도 인정한다.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한 4.7%보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기의 '하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경기가 상승기조를 유지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를 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가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작년 12월 3.6%, 올해 1월 3.9%로 한은의 중기억제목표 상한선(3.5%)을 넘어섰으며 상반기에도 이러한 높은 상승률이 이어지겠지만 하반기에는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이 총재는 그러나 물가급등세의 이면에는 원자재 가격급등에 따른 비용 압력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압력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으며 특히 인플레 기대심리를 자극해 물가상승률이 고착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물가와 경기 가운데 어느 쪽의 위험이 더 큰 것인지 판단을 내려야 하겠지만 현 단계에서 한은의 시각은 저울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쪽이다.
만약 한쪽으로 무게가 급격히 쏠리면 한은도 곧 바로 액션을 취할 공산이 크다.
◇ 아직 시그널이 없다 = 금통위 회의 종료 후 배포된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는 앞으로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시사점을 담는 5번째 문장이 빠져 있었다.
지난해 7, 8월 콜금리가 연속 인상될 당시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는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표현이 담겼으나 이후 10월부터는 발표문에 이러한 문장 자체가 빠졌으며 이달까지 포함하면 5개월째 시사점이 없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과 미국의 경기부진 등으로 향후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는 표현을 들어 금통위가 경기하방 리스크에 좀 더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발표문에 포함된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표현은 작년 11월부터 넉달 연속 빠지지 않고 되풀이되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통화정책 기조에는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해외금융시장이 급격히 동요하고 국내 경기도 심하게 흔들릴 경우 별도의 시그널 없이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지만 한은은 아직까지는 상황이 급변동하는 경우를 가정하지는 않고 있는 듯 하다.

◇금리인하 대세론 거스를 수 있을까 = 일부 투자은행(IB)은 한은이 상반기 중에 두차례 콜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시장참가자들은 콜금리 인하를한껏 기대하는 눈치다.
내외금리차 확대로 인해 채권시장에 달려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은이 콜금리를 낮춰주면 챙길 수 있는 이익이 더 커지기 때문에 콜금리 인하에 베팅하는 것이다.
이러한 베팅의 이면에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과 세계 경제의 성장률 둔화, 그에 따른 교역신장률의 하락 등으로 한국 경제도 성장률 둔화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정책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한은이 계속 상대적 고금리를 고수하면서 내외금리차 확대를 방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의 상승기조가 확연히 꺾이고 하강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감지돼야 하지만 아직은 그러한 신호가 잡히지 않고있다.
한은도 콜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인플레 우려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경기 흐름이 나쁜 쪽으로 치닫는다는 확신이 서야 하지만 아직은 균형점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태다.
2004년 연 3.25%까지로 콜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부동산가격 급등을 경험했던 한은으로서는 콜금리 인하 압력이 커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데까지는 버텨보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도 당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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