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 정치 거부하는 미국 유권자들(한면택 시론)

지역내일 2008-01-22
속임수 정치 거부하는 미국 유권자들

2008년 새해벽두, 갈수록 얼어붙고 있는 경제와는 달리 미국의 대선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막을 올린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민주, 공화 양당의 경선이 한창 열기를 뿜고 있다.
미국인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기로 악명이 높지만 올해 대통령선거에서는 개막전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4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을 정도로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면서 미국민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에 투표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현재 미국 대선전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은 물론 공화당 후보들까지 ‘변화’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의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변화를 갈망하는 미국민들의 마음을 분출시키면서 ‘검은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경험으로 변화를 성취하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맞서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은 ‘안정 속의 변화, 개악이 아닌 개선을 위한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혹은 정말로 무식한 사람들이 많은지 미국민들은 ‘속임수 게임’에 열중하는 워싱턴 정치인, 대통령 후보들의 구호에 잘도 속는다는 혹평을 받는다. 그러나 미국의 선거에서는 묘하게도 국민 속이기, 표리부동의 정치는 결국 거부당하는 대가를 치른다.
몰락 직전 대세론을 되살린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진솔한 유권자와의 대화로 회생했다는 평이다. 일각에선 연극였다고 비난했으나 클린턴 상원의원은 뉴햄프셔주에서 눈시울을 적시며 선거전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답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컴백했다.
이에 앞서 클린턴 상원의원은 대세론에 안주한듯 자신의 목청만 높이고 표만을 계산해 하나하나의 정책에 대해 순간순간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추락을 맛보았다. 다소 주춤하고 있으나 ‘검은 돌풍’을 일으킨 민주당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최대 무기 역시 솔직하고 정직한 메시지이다.
정치적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뉴햄프셔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2승째를 챙긴 공화당의 존 매캐인 상원의원도 비슷한 경우로 꼽힌다. 매캐인 상원의원의 컴백은 무엇보다 정직한 국민과의 대화, 약점을 보완하면서도 소신을 지킨 정치성적과 선거전략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캠페인 버스 이름은 ‘Straight Talk Express’다. 매캐인은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달콤한 말만 하지 않을 것이며 정치인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실이 아닌 말로 국민들을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매캐인 상원의원은 이번 경선시작 직전까지만 해도 한자리수 지지율로 추락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불법이민자 구제를 비롯한 이민개혁, 이라크 증파전략 등에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매캐인 상원의원은 표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누가 보아도 손해볼 것이 분명한 처지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진실을 말하려 했기 때문에 미국민들로부터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매버릭 정치인, 독불장군으로 불려온 자신의 이미지를 통합의 정치인으로 새로 그리는 선거전략을 펴왔다.
8년 전 대선에서 매캐인 상원의원은 바로 이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매캐인을 선택하면 공화당은 파괴된다’는 조지 부시 당시 후보의 비난선거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리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유력 지도자들을 끌어들여 놓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비난전이 나왔음에도 이들이 나서 일축해 줌으로써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 결과 남부의 출발지, 보수파들의 센터로 꼽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종교적 보수파들이 내세운 마이크 허커비 후보나 기업적 보수파들이 지지한 미트 롬니 후보를 모두 꺾고 승리한 것이다.
속임수 정치가 판을 치는 미국이지만 정치인들은 결국에 가서는 대중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는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오만한 정치, 속임수 정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번이나 미국민들의 선택을 받았으나 결국 미국을 왕따시키고 후퇴시킨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런 정치와 선거가 정착되려면 새로운 정치지도자들이 많이 나와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판정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정치인들의 말한마디, 정책에 대한 입장 표명과 표결 결과들이 모두 기록된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는 물론 언제든지 모든 정치인들의 정치기록을 볼 수 있다. 후보들은 이것을 놓고 경쟁하고 유권자들은 이 기록을 토대로 자신들의 가치를 대표하거나 이익을 보호해줄 후보를 선택하거나 속임수 정치, 거짓 구호에 대해선 엄중히 심판한다.
어느 나라보다 정치에 관심이 높은 한국에서도 새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이런 새로운 정치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정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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