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식품산업 육성체계로 전환 시급
농업이 ‘식량’에서 ‘식품’으로 변화 … 소비자 요구가 정책 기준
2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농어민대표와 간담회에서 “앞으로 10년, 20년 농촌이 살아갈 기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농수산식품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쌀농사 지어 도저히 경쟁이 안 된다고 하니까 2차, 3차 가공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쌀국수를 먹으면 쌀 소비량도 많아질 것 같다. 동남아에서도 다 쌀국수를 먹는데 우리만 밀가루 국수를 먹느냐”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6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최한 대통령후보초청 농업공약토론회에 참석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농업을 2차 산업으로 만들어야 소득이 늘어난다”며 “농림부를 농업식품부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식품부로 차원 높이는 것 중요 = 농업계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농업의 범주가 식품부로 한 차원 높아져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사)한국농업CEO연합회(회장 정운천)는 지난해 9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한국농업의 미래 -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통해 “대통령 직속 식품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농림부를 식품산업 발전·육성정책 주관부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차 산업으로 농업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일치하고 있다. 이상무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장은 ‘세계 식품과 농업’ 1월호에서 “농업이 선진형으로 진일보하기 위해서 농산물의 최종 소비단계인 식품산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농업과 식품산업이 연계발전하고 있다. 200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식료품비 지출 비중에서 ‘외식(25만원)’과 ‘가공식품(9만5000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신선식품(16만5000원)’은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농식품 소비구조가 신선농산물 중심에서 가공식품·외식소비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정부와 국회도 이런 흐름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권오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말 참여정부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과 ‘식품산업진흥법’ 등을 제정했고 국회는 이를 통과해 식품산업 육성의 법적 토대는 마련했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법안 통과 후 농산물유통국을 농산물유통식품산업국으로 개편하고 인력을 충원해 식품산업진흥과를 새롭게 만들었다.
◆마인드 변화가 시급 = 제도적 차원에서 식품부로 변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보완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우선 식품부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또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식품산업관련 제도와 법을 통일성있게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외식업체 인·허가는 아직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식품안전법에 속해 있다”며 “8개 부처 26개 법안으로 흩어져 있는 식품관련 법안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품안전 업무를 일원화 하는 문제도 중요 과제다(그림 참조). 현재 산업진흥과 식품안전을 농림부(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한 개 부처에서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과도한 규제로 인해 막연한 불신감을 심어 준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정부에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농업을 식품산업과 연계해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제도보다 더 중요하다. 최근 ‘식품산업의 현재와 미래’라는 책을 발간한 김재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은 “보건복지부와 농림부가 밥그릇 싸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전한 농식품생산·유통을 위해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식품부로 바뀌면서 공무원들과 농업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바빠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부는 농업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장에서 파악해 정책을 세우고, 정책이 현장에 맞게 실현되도록 부단히 점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업인의 변화도 필수사항이다. 정운천 회장은 “‘식량’이 ‘식품’으로 바뀐다는 것은 농업이 생존영역에서 선택영역으로 변했다는 것”이라며 “농산물도 상품으로서 시장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농업인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근·정석용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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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식량’에서 ‘식품’으로 변화 … 소비자 요구가 정책 기준
21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농어민대표와 간담회에서 “앞으로 10년, 20년 농촌이 살아갈 기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농수산식품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쌀농사 지어 도저히 경쟁이 안 된다고 하니까 2차, 3차 가공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며 “쌀국수를 먹으면 쌀 소비량도 많아질 것 같다. 동남아에서도 다 쌀국수를 먹는데 우리만 밀가루 국수를 먹느냐”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6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최한 대통령후보초청 농업공약토론회에 참석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농업을 2차 산업으로 만들어야 소득이 늘어난다”며 “농림부를 농업식품부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식품부로 차원 높이는 것 중요 = 농업계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농업의 범주가 식품부로 한 차원 높아져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사)한국농업CEO연합회(회장 정운천)는 지난해 9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한국농업의 미래 -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통해 “대통령 직속 식품산업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농림부를 식품산업 발전·육성정책 주관부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차 산업으로 농업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일치하고 있다. 이상무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장은 ‘세계 식품과 농업’ 1월호에서 “농업이 선진형으로 진일보하기 위해서 농산물의 최종 소비단계인 식품산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농업과 식품산업이 연계발전하고 있다. 200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식료품비 지출 비중에서 ‘외식(25만원)’과 ‘가공식품(9만5000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신선식품(16만5000원)’은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농식품 소비구조가 신선농산물 중심에서 가공식품·외식소비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정부와 국회도 이런 흐름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권오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말 참여정부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과 ‘식품산업진흥법’ 등을 제정했고 국회는 이를 통과해 식품산업 육성의 법적 토대는 마련했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법안 통과 후 농산물유통국을 농산물유통식품산업국으로 개편하고 인력을 충원해 식품산업진흥과를 새롭게 만들었다.
◆마인드 변화가 시급 = 제도적 차원에서 식품부로 변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보완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우선 식품부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또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식품산업관련 제도와 법을 통일성있게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외식업체 인·허가는 아직 보건복지부가 관장하는 식품안전법에 속해 있다”며 “8개 부처 26개 법안으로 흩어져 있는 식품관련 법안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품안전 업무를 일원화 하는 문제도 중요 과제다(그림 참조). 현재 산업진흥과 식품안전을 농림부(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한 개 부처에서 통합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과도한 규제로 인해 막연한 불신감을 심어 준 것이 사실”이라며 “새로운 정부에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농업을 식품산업과 연계해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제도보다 더 중요하다. 최근 ‘식품산업의 현재와 미래’라는 책을 발간한 김재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은 “보건복지부와 농림부가 밥그릇 싸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전한 농식품생산·유통을 위해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식품부로 바뀌면서 공무원들과 농업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바빠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부는 농업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현장에서 파악해 정책을 세우고, 정책이 현장에 맞게 실현되도록 부단히 점검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업인의 변화도 필수사항이다. 정운천 회장은 “‘식량’이 ‘식품’으로 바뀐다는 것은 농업이 생존영역에서 선택영역으로 변했다는 것”이라며 “농산물도 상품으로서 시장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농업인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근·정석용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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