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주의와 실용주의
장행훈 (언론인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전 총리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유럽사회민주주의에 미래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우리나라는 ‘반(反) 진보 쓰나미’의 힘으로 우파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압승하고 대통령 취임을 열흘 앞둔 시점이다. 이런 때 유럽 좌파의 상징적 인물인 조스팽 전 총리가 서울 한복판에서 유럽사회민주주의가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한 역사적 역할을 강조하고 미래에도 경제 사회 환경의 새로운 통합에 사회민주주의가 추진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을 피력하는 강연을 듣는 것은 확실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좌파적인 것은 무조건 배척하고 스웨덴에서 정권이 사민당에서 중도 우파로 교체되자 유럽의 시회민주주의가 종언을 고하는 것처럼 떠들어대던 보수 언론의 보도를 상기하면 조스팽 전 총리의 유럽사회민주주의 강연은 사회자의 말대로 신선한 교훈이기도 했다. 또 프레스센터 20층의 국제회의실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유럽사회민주주의에서 무언가 배우려는 우리 사회의 ‘생각하는 다수’를 보았다.
사회민주주의의 미래는 있다
조스팽 전 총리는 프랑스 사회당의 당수를 지냈고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 아래서 교육부 장관, 우파 대통령 시라크 밑에서 좌우 ‘동거정부’의 총리로서 사회당 내각을 5년 간(1997~2002)이나 이끌어 온 프랑스 좌파의 상징적인 정치지도자다.
그는 세계 160개의 정당과 기구가 가입하고 있는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유럽사회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인물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 시대, 신자유주의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민주주의를 만들어낸 유럽에서조차 사회민주주의 모델의 위기가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조스팽은 1999년에 유럽연합 15개국 중 11개국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다수당으로 집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사회민주주의 모델이 20세기 마지막 25년 간 비판을 받았지만 사회민주주의는 뛰어난 적응력을 갖고 있어 사회당이나 사민당이 집권하거나 의회의 다수당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사회민주주의에 미래가 있는지 의문이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선거 패배로 2008년 현재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7개국만이 사회당 또는 사민당 정권이다. 유럽사회민주주의의 총체적 위기와 지속적인 쇠락을 예고하는 의견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거 관점에서 보면 사회민주주의가 쇠락하리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조스팽 전 총리의 분석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공산주의는 동유럽에서조차 사라졌거나 소수 정당으로 전락했다. 환경보호 정당은 아직 독립된 집권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민당을 상대할 정당은 보수 정당 밖에 없다. 언제든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조스팽은 오는 3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사회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인기는 대통령 취임 직후 63%에서 현재 41%까지 떨어졌다.
그의 너무 튀는 행동이 국민들의 눈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의 신자유주의 정책도 구호에 걸맞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수 공화당에 대한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승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도 너무 이념적인 입장만 고집하면 보수당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어렵다. ‘제3의 길’의 창안자인 앤소니 기든스가 지적한 것처럼 우선 이론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경제성장과 복지 교육 의료 연금 문제를 조화시키는 ‘새로운 제3의 길’ 이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선거에서 이기려면 국민의 생활을 향상시켜줄 실용주의 정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조스팽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집권 세력은 이데올로기를 떠나 실용주의적이어야 한다.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예스, 시장사회는 반대
그러나 사회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와 양보할 수 있는 경계선이 있다. 시장경제를 지지하되 시장원리가 사회 모든 분야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스팽의 표현을 빌리면 “시장은 찬성이나 시장사회는 반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공익 분야까지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은 안 되며 그 때는 국가가 개입해서 한계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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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행훈 (언론인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전 총리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유럽사회민주주의에 미래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우리나라는 ‘반(反) 진보 쓰나미’의 힘으로 우파 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압승하고 대통령 취임을 열흘 앞둔 시점이다. 이런 때 유럽 좌파의 상징적 인물인 조스팽 전 총리가 서울 한복판에서 유럽사회민주주의가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한 역사적 역할을 강조하고 미래에도 경제 사회 환경의 새로운 통합에 사회민주주의가 추진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을 피력하는 강연을 듣는 것은 확실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좌파적인 것은 무조건 배척하고 스웨덴에서 정권이 사민당에서 중도 우파로 교체되자 유럽의 시회민주주의가 종언을 고하는 것처럼 떠들어대던 보수 언론의 보도를 상기하면 조스팽 전 총리의 유럽사회민주주의 강연은 사회자의 말대로 신선한 교훈이기도 했다. 또 프레스센터 20층의 국제회의실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유럽사회민주주의에서 무언가 배우려는 우리 사회의 ‘생각하는 다수’를 보았다.
사회민주주의의 미래는 있다
조스팽 전 총리는 프랑스 사회당의 당수를 지냈고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 아래서 교육부 장관, 우파 대통령 시라크 밑에서 좌우 ‘동거정부’의 총리로서 사회당 내각을 5년 간(1997~2002)이나 이끌어 온 프랑스 좌파의 상징적인 정치지도자다.
그는 세계 160개의 정당과 기구가 가입하고 있는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누구보다도 유럽사회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인물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화 시대, 신자유주의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민주주의를 만들어낸 유럽에서조차 사회민주주의 모델의 위기가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조스팽은 1999년에 유럽연합 15개국 중 11개국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다수당으로 집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사회민주주의 모델이 20세기 마지막 25년 간 비판을 받았지만 사회민주주의는 뛰어난 적응력을 갖고 있어 사회당이나 사민당이 집권하거나 의회의 다수당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사회민주주의에 미래가 있는지 의문이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선거 패배로 2008년 현재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7개국만이 사회당 또는 사민당 정권이다. 유럽사회민주주의의 총체적 위기와 지속적인 쇠락을 예고하는 의견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거 관점에서 보면 사회민주주의가 쇠락하리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조스팽 전 총리의 분석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공산주의는 동유럽에서조차 사라졌거나 소수 정당으로 전락했다. 환경보호 정당은 아직 독립된 집권 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민당을 상대할 정당은 보수 정당 밖에 없다. 언제든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조스팽은 오는 3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사회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인기는 대통령 취임 직후 63%에서 현재 41%까지 떨어졌다.
그의 너무 튀는 행동이 국민들의 눈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의 신자유주의 정책도 구호에 걸맞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수 공화당에 대한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승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도 너무 이념적인 입장만 고집하면 보수당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어렵다. ‘제3의 길’의 창안자인 앤소니 기든스가 지적한 것처럼 우선 이론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경제성장과 복지 교육 의료 연금 문제를 조화시키는 ‘새로운 제3의 길’ 이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선거에서 이기려면 국민의 생활을 향상시켜줄 실용주의 정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조스팽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집권 세력은 이데올로기를 떠나 실용주의적이어야 한다.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예스, 시장사회는 반대
그러나 사회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와 양보할 수 있는 경계선이 있다. 시장경제를 지지하되 시장원리가 사회 모든 분야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스팽의 표현을 빌리면 “시장은 찬성이나 시장사회는 반대”라는 것이다. 그리고 공익 분야까지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은 안 되며 그 때는 국가가 개입해서 한계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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