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HSBC의 자산상각 발표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매일같이 몰아붙이고 있다. 이번 위기가 종전과 다른 점은 시작은 있으되 그 끝을 알 수가 없다는데 있다. 선진 금융기법이라는 이유로, 당국의 느슨한 규제 속에 쏟아져 나온 파생 금융상품들이 누가, 얼마나 갖고 있는가 모를 만큼 실타래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 미국 모기지 담보증권(MBS) 발행사 ‘패니 매’에서 15년간 근무한 미국 모기지시장 전문가 조 만 박사의 도움을 받아 서브프라임 사태의 경과를 짚어봤다.
느슨한 규제 속 무분별 금융 파생상품 난무
신용경색 시작되자 ‘폭탄돌리기’ 파장 덮쳐
지난달 말 스탠다드&푸어스(S&P)의 분석에 따르면 1조1000억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 주택담보 대출) 가운데 24%가 손실상각해야할 대상으로 분류된다. 액수로는 약 2650억달러로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전체 규모가 57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금융시장이 불과 5%도 안되는 이 손실 때문에 허우적거리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브프라임 부실규모는 전체 금융시장 1%에 불과 = 미국 모기지시장 전문가인 조 만 교수(미 펜실베니아대)는 전체 시장의 1%에 불과한 서브프라임 문제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지나치게 유동화됐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A’라고 할 때 A로부터 B, C, D, E, F 등 수많은 파생 금융상품이 생겨난 것.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라고 불리는 이 파생 금융상품을 매개로 얼마나 많은 돈이 얽혀 있는가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1조1000억달러 서브프라임 모기지 가운데 최소 6850억달러 이상이 유동화됐다고 평가되고 있다. 다양한 CDO 등급만큼이나 다양한 관련상품이 만들어져 서로 사고파는 구조가 돼 있다. (그래프 참조)
경제가 선순환하고 대출금이 연체되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신흥 금융시장으로 분류돼 너도나도 이곳으로 뛰어들었다.
2004년 6조 달러에 불과하던 CDO 시장은 3년만에 43조달러로 그 규모가 7배나 성장했다.
◆변동금리의 함정과 신용경색 악순환 = 서브프라임 상품의 90% 이상이 변동금리상품이라는 점도 취약점이다.
돈을 빌릴 당시만 해도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세월이 갈수록 실제 금리부담은 낮아진다는 논리가 성립됐다. 하지만 불황이 찾아오고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오히려 금리부담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6년 2분기부터 서서히 오르던 연체율은 2007년 2분기가 되면 2%p가 급등, 4.5%까지 치솟는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선순환하던 자금시장은 순식간에 불신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보수적으로 기업어음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에 투자하던 MMF 자금이 연체율 상승을 보면서 투자를 자제하게 되고 이는 CDO 발행자인 투자은행으로, CDO를 샀던 각종 펀드로 충격파가 돼 날아갔다.
◆모노라인 통한 채권보증이 부실사태 더 키워 = 여기에 파생 금융상품을 보증해준 채권보증회사(일명 모노라인)가 끼면서 문제는 훨씬 복잡해졌다.
원래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지방채 보증이 전문인 모노라인은 자신이 갖고 있는 트리플A(AAA)의 우량 신용등급을 발판으로 채권을 보증한다. 금융대란이 일어나기 전에는 모노라인의 서브프라임 사업진출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서브프라임 관련 상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 활황을 맞는 듯 했다. 그 시기는 3년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문제가 터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들불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기 전 트리플A(AAA) 등급에서 트리플B(BBB)로 하향되는 CDO 숫자는 전체의 0.04%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에서 보듯 지난 1년 6개월 사이 총 12개의 CDO 가운데 전체가 BBB이하로 하향됐으며 그 중에 9개는 투자부적격인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2007년 10월에는 한달사이 등급이 하향조정된 상품의 숫자가 3000개에 달했다.
UBS는 모노라인 신용등급 하향으로 대형 은행들이 추가로 203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상각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2위 모노라인인 암박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으며 무디스는 모노라인 1~2위 업체인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4위 채권보증업체인 FGIC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방채 보증 부문과 다른 채권보증 부문과 구별해 살리기 위해 16일 회사분할 신청을 냈다.
◆다음 희생자는 CDS? = 뉴욕타임스는 17일 전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인해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도 조만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CDS는 일종의 파생상품으로 채권을 매입한 회사가 발행기업의 부도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시장 규모는 크지만 금융감독당국의 통제대상에 빠져 있는 데다 상품을 자유롭게 되팔 수 있다.
2000년 9000억 달러(약 850조8015억원)에 불과했던 CDS 시장 규모는 최근 들어 미 증시 규모의 2배에 이르는 45조5000억 달러까지 커졌다. 하지만 CDS 시장 현황을 정확히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CDS 거래가 당국의 감독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감독 대상이 아닌 CDS 상품의 가입자와 판매자는 모두 계약체결 이후 자유롭게 제3자에게 되팔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시점에 실제 보험료를 누가 내는지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시장규모 급증에 따른 부담감이 금융사의 손실로 이어지는 연쇄고리를 형성, 경제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신공급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표명하고 있다.
조 만 교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본질에 대해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자신의 연말 상여금을 더 받기 위해 ‘밀어내기식’ 대출을 서슴지 않았고 △감독당국은 연방정부냐 지방정부냐에 따라 감독의무를 서로 미뤘으며 △투자자들은 폭등한 집값을 이유로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을 했다”며 “그 누구도 이 문제의 위험을 자신의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은데 비극적인 상황의 핵심이 있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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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규제 속 무분별 금융 파생상품 난무
신용경색 시작되자 ‘폭탄돌리기’ 파장 덮쳐
지난달 말 스탠다드&푸어스(S&P)의 분석에 따르면 1조1000억달러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 주택담보 대출) 가운데 24%가 손실상각해야할 대상으로 분류된다. 액수로는 약 2650억달러로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전체 규모가 57조달러에 달하는 미국 금융시장이 불과 5%도 안되는 이 손실 때문에 허우적거리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브프라임 부실규모는 전체 금융시장 1%에 불과 = 미국 모기지시장 전문가인 조 만 교수(미 펜실베니아대)는 전체 시장의 1%에 불과한 서브프라임 문제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지나치게 유동화됐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A’라고 할 때 A로부터 B, C, D, E, F 등 수많은 파생 금융상품이 생겨난 것.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라고 불리는 이 파생 금융상품을 매개로 얼마나 많은 돈이 얽혀 있는가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1조1000억달러 서브프라임 모기지 가운데 최소 6850억달러 이상이 유동화됐다고 평가되고 있다. 다양한 CDO 등급만큼이나 다양한 관련상품이 만들어져 서로 사고파는 구조가 돼 있다. (그래프 참조)
경제가 선순환하고 대출금이 연체되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신흥 금융시장으로 분류돼 너도나도 이곳으로 뛰어들었다.
2004년 6조 달러에 불과하던 CDO 시장은 3년만에 43조달러로 그 규모가 7배나 성장했다.
◆변동금리의 함정과 신용경색 악순환 = 서브프라임 상품의 90% 이상이 변동금리상품이라는 점도 취약점이다.
돈을 빌릴 당시만 해도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세월이 갈수록 실제 금리부담은 낮아진다는 논리가 성립됐다. 하지만 불황이 찾아오고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오히려 금리부담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6년 2분기부터 서서히 오르던 연체율은 2007년 2분기가 되면 2%p가 급등, 4.5%까지 치솟는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선순환하던 자금시장은 순식간에 불신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보수적으로 기업어음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에 투자하던 MMF 자금이 연체율 상승을 보면서 투자를 자제하게 되고 이는 CDO 발행자인 투자은행으로, CDO를 샀던 각종 펀드로 충격파가 돼 날아갔다.
◆모노라인 통한 채권보증이 부실사태 더 키워 = 여기에 파생 금융상품을 보증해준 채권보증회사(일명 모노라인)가 끼면서 문제는 훨씬 복잡해졌다.
원래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지방채 보증이 전문인 모노라인은 자신이 갖고 있는 트리플A(AAA)의 우량 신용등급을 발판으로 채권을 보증한다. 금융대란이 일어나기 전에는 모노라인의 서브프라임 사업진출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서브프라임 관련 상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 활황을 맞는 듯 했다. 그 시기는 3년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문제가 터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들불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기 전 트리플A(AAA) 등급에서 트리플B(BBB)로 하향되는 CDO 숫자는 전체의 0.04%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에서 보듯 지난 1년 6개월 사이 총 12개의 CDO 가운데 전체가 BBB이하로 하향됐으며 그 중에 9개는 투자부적격인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2007년 10월에는 한달사이 등급이 하향조정된 상품의 숫자가 3000개에 달했다.
UBS는 모노라인 신용등급 하향으로 대형 은행들이 추가로 203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상각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2위 모노라인인 암박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으며 무디스는 모노라인 1~2위 업체인 MBIA와 암박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4위 채권보증업체인 FGIC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방채 보증 부문과 다른 채권보증 부문과 구별해 살리기 위해 16일 회사분할 신청을 냈다.
◆다음 희생자는 CDS? = 뉴욕타임스는 17일 전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인해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도 조만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CDS는 일종의 파생상품으로 채권을 매입한 회사가 발행기업의 부도로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가입하는 일종의 보험이다. 시장 규모는 크지만 금융감독당국의 통제대상에 빠져 있는 데다 상품을 자유롭게 되팔 수 있다.
2000년 9000억 달러(약 850조8015억원)에 불과했던 CDS 시장 규모는 최근 들어 미 증시 규모의 2배에 이르는 45조5000억 달러까지 커졌다. 하지만 CDS 시장 현황을 정확히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CDS 거래가 당국의 감독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감독 대상이 아닌 CDS 상품의 가입자와 판매자는 모두 계약체결 이후 자유롭게 제3자에게 되팔 수 있다. 따라서 특정 시점에 실제 보험료를 누가 내는지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시장규모 급증에 따른 부담감이 금융사의 손실로 이어지는 연쇄고리를 형성, 경제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여신공급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를표명하고 있다.
조 만 교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본질에 대해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자신의 연말 상여금을 더 받기 위해 ‘밀어내기식’ 대출을 서슴지 않았고 △감독당국은 연방정부냐 지방정부냐에 따라 감독의무를 서로 미뤘으며 △투자자들은 폭등한 집값을 이유로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을 했다”며 “그 누구도 이 문제의 위험을 자신의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은데 비극적인 상황의 핵심이 있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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