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 칼럼="">
‘통일 영혼’이 안 보인다
한나라당이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에 통합하는 등 그동안 대통령직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법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다른 정당들도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차기정부의 국정운영 큰 그림에 딴죽을 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회가 거수기 노릇을 하는 데가 아닌 만큼 국가 발전과 선진화 비전에 걸맞은 정부조직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통일부를 사실상 해체하여 각 부처에 분산 흡수하는 안에 관해서는 각 당이 정말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을 권한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왜, 통일을 해야 하나. 북한도 외국의 하나로 그냥 쿨(cool)하게 지내면 안 되나?”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문제를 단순화하여 현 상황에서만 보고 역사적 맥락이나 시대적 소명 의식 같은 것은 거추장스런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사고이다. 인수위가 통일부를 폐지하기로 한 바탕에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깔려 있지 않은가 한다.
‘영혼’ 없는 자판기 조직으로는
대북 교섭, 교류, 정책 기능은 외교부가 맡고, 대북 경제협력 부분은 신설되는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가, 정보분석 업무는 국가정보원이,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 업무는 해당 지자체가 각기 맡고,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은 적십자사에 넘기면 굳이 독립부처로 두지 않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발상에서 이런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사고의 언저리에는 우리가 왜 통일을 지향하고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안 보인다. 얼마 전 한 고위공무원이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공무원들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통일정책,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집행을 한다 해도 통일을 염원하는 영혼이 없다면 그 정책은 ‘살아있는 정책’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될 수 없다. 통일정책은 국민들의 합심과 동포에 대한 사랑, 공감의 큰 울림을 먹고 자라는 까다로운 식물과 같다. 통일정책은 ‘영혼’ 없는 자판기 조직으로는 작동될 수 없다.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 정초에 개성 관광을 다녀와서 새삼 느낀 게 있다. 그동안 조선왕조 500년은 늘 머리에 떠올랐는데 고려 500년은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잊고 있었다. 고려의 도읍이 북녘 땅 개성에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도 없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 땅, 한반도에 한 민족으로 통일국가를 유지해온 세월이 1000년이 되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1000년을 누려온 민족공동체가 광복 후 우리 세대에 와서 두 동강이 난 것이다. 올해로 벌써 분단 60년을 맞고 있다.
통일은 지금 이 땅에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자 소명이다. 이 땅에서 1000년을 살아온 선조들의 얼을 계승하기 위해 마땅히 이룩해야 하는 과업이기도 하다. 국제정치적으로 보아도 20세기 동서냉전의 유산이 세기가 바뀌어 21세기 탈냉전 시대인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곳은 세계에서 오직 한 곳, 한반도뿐이다. 1948년 남한 단독정부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지만 우리 헌법은 평화통일을 대한민국의 ‘사명’으로 삼고 있고 ‘통일을 지향하고 통일정책을 추진한다’고 명시한다. 통일의 명제가 헌법정신을 관통하고 있다.
통일문제는 국제관계 맥락 속의 대외정책의 한 가닥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고려할 사항이 많다. 남북 간에 합의한 중요한 문서인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통일은 한국 모드로 놓을 수밖에 없어
흔히 북한 주민은 도와주되 김정일 체제는 제거되어야 할 악이라고 말한다. 이는 북한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에 불과하다. 체제 인정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대북정책의 최대 현안은 북핵문제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동북아 및 세계 전략상 핵문제만 해결되면 사실상 끝나지만 우리는 평화 공존, 분단 극복, 평화정착, 나아가 통일문제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핵문제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풀어나간다 할지라도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는 인도적 지원과 함께 이산가족 문제, 언어 등 문화동질화, 통일 이후의 엄청난 비용을 미리 줄여나가는 문제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대북·통일정책을 미국 모드(mode)가 아닌, 한국 모드로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수위는 특임장관 1명을 통일정책 담당 장관으로 임명하여 대북특사로 활용하는 등으로 통일부 통폐합의 사각지대를 보완한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새 정부의 통일관에 과연 통일을 지향하는 영혼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솔직히 답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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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영혼’이 안 보인다
한나라당이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에 통합하는 등 그동안 대통령직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법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다른 정당들도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차기정부의 국정운영 큰 그림에 딴죽을 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회가 거수기 노릇을 하는 데가 아닌 만큼 국가 발전과 선진화 비전에 걸맞은 정부조직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통일부를 사실상 해체하여 각 부처에 분산 흡수하는 안에 관해서는 각 당이 정말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을 권한다.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왜, 통일을 해야 하나. 북한도 외국의 하나로 그냥 쿨(cool)하게 지내면 안 되나?”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문제를 단순화하여 현 상황에서만 보고 역사적 맥락이나 시대적 소명 의식 같은 것은 거추장스런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사고이다. 인수위가 통일부를 폐지하기로 한 바탕에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깔려 있지 않은가 한다.
‘영혼’ 없는 자판기 조직으로는
대북 교섭, 교류, 정책 기능은 외교부가 맡고, 대북 경제협력 부분은 신설되는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가, 정보분석 업무는 국가정보원이,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 업무는 해당 지자체가 각기 맡고,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은 적십자사에 넘기면 굳이 독립부처로 두지 않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발상에서 이런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사고의 언저리에는 우리가 왜 통일을 지향하고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안 보인다. 얼마 전 한 고위공무원이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공무원들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통일정책,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집행을 한다 해도 통일을 염원하는 영혼이 없다면 그 정책은 ‘살아있는 정책’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될 수 없다. 통일정책은 국민들의 합심과 동포에 대한 사랑, 공감의 큰 울림을 먹고 자라는 까다로운 식물과 같다. 통일정책은 ‘영혼’ 없는 자판기 조직으로는 작동될 수 없다.
우리에게 통일은 무엇인가? 정초에 개성 관광을 다녀와서 새삼 느낀 게 있다. 그동안 조선왕조 500년은 늘 머리에 떠올랐는데 고려 500년은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잊고 있었다. 고려의 도읍이 북녘 땅 개성에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도 없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 땅, 한반도에 한 민족으로 통일국가를 유지해온 세월이 1000년이 되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1000년을 누려온 민족공동체가 광복 후 우리 세대에 와서 두 동강이 난 것이다. 올해로 벌써 분단 60년을 맞고 있다.
통일은 지금 이 땅에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자 소명이다. 이 땅에서 1000년을 살아온 선조들의 얼을 계승하기 위해 마땅히 이룩해야 하는 과업이기도 하다. 국제정치적으로 보아도 20세기 동서냉전의 유산이 세기가 바뀌어 21세기 탈냉전 시대인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곳은 세계에서 오직 한 곳, 한반도뿐이다. 1948년 남한 단독정부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지만 우리 헌법은 평화통일을 대한민국의 ‘사명’으로 삼고 있고 ‘통일을 지향하고 통일정책을 추진한다’고 명시한다. 통일의 명제가 헌법정신을 관통하고 있다.
통일문제는 국제관계 맥락 속의 대외정책의 한 가닥으로만 보기에는 너무 고려할 사항이 많다. 남북 간에 합의한 중요한 문서인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통일은 한국 모드로 놓을 수밖에 없어
흔히 북한 주민은 도와주되 김정일 체제는 제거되어야 할 악이라고 말한다. 이는 북한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에 불과하다. 체제 인정을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대북정책의 최대 현안은 북핵문제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동북아 및 세계 전략상 핵문제만 해결되면 사실상 끝나지만 우리는 평화 공존, 분단 극복, 평화정착, 나아가 통일문제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핵문제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풀어나간다 할지라도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는 인도적 지원과 함께 이산가족 문제, 언어 등 문화동질화, 통일 이후의 엄청난 비용을 미리 줄여나가는 문제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대북·통일정책을 미국 모드(mode)가 아닌, 한국 모드로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수위는 특임장관 1명을 통일정책 담당 장관으로 임명하여 대북특사로 활용하는 등으로 통일부 통폐합의 사각지대를 보완한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새 정부의 통일관에 과연 통일을 지향하는 영혼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솔직히 답하는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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