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멍청하고 버냉키는 못 믿겠고”
2001년 9·11사태 직후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연방준비제도회 의장은 잇따라 금리인하를 단행, 4.25%였던 금리를 1%까지 끌어내렸다. 당시 세계 중앙은행들도 그린스펀 뒤를 따라 줄줄이 금리를 내렸다.
2008년 1월22일 벤 버냉키 미연준 의장도 그린스펀처럼 기습적으로 금리를 4.25%에서 3.5%로 0.75%포인트 대폭 인하했다. 버냉키는 그럼에도 미증시가 하락하자 오는 30일 0.5%포인트 더 내릴 계획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이는 반응은 그린스펀 때와 확연히 다르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3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시장이 심각하게 조정되는 상황이지만 중앙은행이 물가 고삐를 잘 조여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책임이 있다”며 금리인하를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이날 통화정책위원회(COPOM) 정례회의를 갖고 금리 동결을 결정했고,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24일 아시아 중앙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미연준의 금리인하 후 그 뒤를 따른 것은 지난 22일 캐나다 한나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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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다른가. 이유는 간단하다. 2001년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9·11테러는 ‘심리적 쇼크’에 불과했다. 실물경제는 튼튼했다. 요즘 같이 유가와 원자재값이 폭등하는 인플레 위협도 없었고 서브프라임 쇼크 같은 부동산거품 파열 쇼크도 없었다.
반면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에는 인플레 압력에다가 부동산-주식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 자칫 버냉키 뒤를 따라 금리를 대폭인하했다가는 1, 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저성장-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맞아 경제 근간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2001년처럼 미국 뒤를 무조건 따라갈 상황이 아니다.
지금 세계경제를 밑둥채 흔들고 있는 ‘패닉’ 위기의 뿌리는 서브프라임이란 부동산 거품 파열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패닉’의 촉발제는 지난 18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긴급경기부양책이었다. 1450억달러의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게 도리어 전세계 금융시장에 ‘패닉’을 초래한 것이다.
“부시는 멍청하고, 버냉키는 못 믿겠다.” 최근 월가 ‘큰손’들과 긴급접촉한 국내 자금시장의 ‘큰손’이 전한 월가의 ‘패닉 이유’다. 월가는 우선 부시에 대해 이렇게 질타했다 한다.
“부시는 역시 경제는 깡통이다. 1450억달러면 큰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을 국민과 기업들에게 나눠주는 멍청이가 어딨나. 소비침체가 왜 생겼나. 서브프라임 부실 때문 아닌가. 차라리 힐러리 주장대로 서브프라임 피해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쓰는 게 정답이다. 그래야 금융부실이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금융불안도 잠재울 것 아닌가. 부시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버냉키 미연준 의장에 대한 월가의 불신도 크다 했다.
“버냉키는 ‘한마디로 못 믿겠다’이다. 카리스마가 없다. 시장은 심리적 공황상태다. 미연준 의장이 할 일은 ‘나를 믿고 따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금리인하 여부는 그 다음 문제다.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하면 된다. 반대로 ‘금리인하는 안된다, 독이다. 지금은 고통을 참을 때다’라고 판단하면 그렇게 말하면 된다. 시장에 믿음을 줄만큼 확실한 지도력을 보여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렇듯 부시라는 ‘정치대통령’도, 버냉키라는 ‘경제대통령’도 모두 믿음을 못주니 월가가 요동치고 전세계 금융이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게 월가의 탄식이다. 일각에선 “이러다가 미국이 IMF사태를 맞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돈다 했다.
물론 부시나 버냉키만 비난할 일도 아니다. 더 욕을 먹어 마땅한 곳은 다름 아닌 ‘월가’다.
월가의 최대 잘못은 ‘은폐’다. 서브프라임 손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지난해 3월 1차 서브프라임 사태 때 월가는 “손실이 끽해야 500억달러 정도다. 끄떡없다”고 호언했다. 웃기는 얘기였다. 미국의 모기지 대출은 10조달러고, 서브프라임 대출은 1조2000억달러다. 서브프라임 연체율이 두자리 숫자를 넘어 급증하는데 500억달러 운운은 애당초 거짓말이었다.
그러다가 7월 2차 서브프라임 위기가 오자, 그때는 예상 피해액을 1000억달러로 높였다. 이 또한 거짓말. 일각에서 3000억~5000억달러가 될 것이라 지적했으나 월가는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러다가 연초 26개 대형은행 손실만 1000억달러를 돌파하고 급기야는 버냉키 미연준 의장이 “5000억달러는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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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세계 중앙은행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월가 은행들이 서로 속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제일 문제라 하더라”고 전했다. 금융의 생명은 ‘신뢰’인데 서로 피해를 은폐하느라 급급하다 보니 월가 은행들끼리도 서로 돈을 안 빌려준다는 것이다. 요즘 대규모 손실로 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한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중동에 호소, 투자를 받은 것도 월가의 상호불신 때문이다.
‘헤지펀드 제왕’ 조지 소로스는 “세계기축통화국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하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과 경제적 리더십의 동시붕괴가 초래한 미국의 인과응보다.
박태견
뷰스앤뉴스 대표·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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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사태 직후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연방준비제도회 의장은 잇따라 금리인하를 단행, 4.25%였던 금리를 1%까지 끌어내렸다. 당시 세계 중앙은행들도 그린스펀 뒤를 따라 줄줄이 금리를 내렸다.
2008년 1월22일 벤 버냉키 미연준 의장도 그린스펀처럼 기습적으로 금리를 4.25%에서 3.5%로 0.75%포인트 대폭 인하했다. 버냉키는 그럼에도 미증시가 하락하자 오는 30일 0.5%포인트 더 내릴 계획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이는 반응은 그린스펀 때와 확연히 다르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3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시장이 심각하게 조정되는 상황이지만 중앙은행이 물가 고삐를 잘 조여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책임이 있다”며 금리인하를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이날 통화정책위원회(COPOM) 정례회의를 갖고 금리 동결을 결정했고, 뉴질랜드 중앙은행도 24일 아시아 중앙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금리를 유지키로 했다. 미연준의 금리인하 후 그 뒤를 따른 것은 지난 22일 캐나다 한나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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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다른가. 이유는 간단하다. 2001년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9·11테러는 ‘심리적 쇼크’에 불과했다. 실물경제는 튼튼했다. 요즘 같이 유가와 원자재값이 폭등하는 인플레 위협도 없었고 서브프라임 쇼크 같은 부동산거품 파열 쇼크도 없었다.
반면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에는 인플레 압력에다가 부동산-주식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 자칫 버냉키 뒤를 따라 금리를 대폭인하했다가는 1, 2차 오일쇼크 때와 같은 저성장-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맞아 경제 근간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2001년처럼 미국 뒤를 무조건 따라갈 상황이 아니다.
지금 세계경제를 밑둥채 흔들고 있는 ‘패닉’ 위기의 뿌리는 서브프라임이란 부동산 거품 파열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패닉’의 촉발제는 지난 18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긴급경기부양책이었다. 1450억달러의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게 도리어 전세계 금융시장에 ‘패닉’을 초래한 것이다.
“부시는 멍청하고, 버냉키는 못 믿겠다.” 최근 월가 ‘큰손’들과 긴급접촉한 국내 자금시장의 ‘큰손’이 전한 월가의 ‘패닉 이유’다. 월가는 우선 부시에 대해 이렇게 질타했다 한다.
“부시는 역시 경제는 깡통이다. 1450억달러면 큰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을 국민과 기업들에게 나눠주는 멍청이가 어딨나. 소비침체가 왜 생겼나. 서브프라임 부실 때문 아닌가. 차라리 힐러리 주장대로 서브프라임 피해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쓰는 게 정답이다. 그래야 금융부실이 더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금융불안도 잠재울 것 아닌가. 부시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버냉키 미연준 의장에 대한 월가의 불신도 크다 했다.
“버냉키는 ‘한마디로 못 믿겠다’이다. 카리스마가 없다. 시장은 심리적 공황상태다. 미연준 의장이 할 일은 ‘나를 믿고 따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금리인하 여부는 그 다음 문제다.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히 하면 된다. 반대로 ‘금리인하는 안된다, 독이다. 지금은 고통을 참을 때다’라고 판단하면 그렇게 말하면 된다. 시장에 믿음을 줄만큼 확실한 지도력을 보여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렇듯 부시라는 ‘정치대통령’도, 버냉키라는 ‘경제대통령’도 모두 믿음을 못주니 월가가 요동치고 전세계 금융이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게 월가의 탄식이다. 일각에선 “이러다가 미국이 IMF사태를 맞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돈다 했다.
물론 부시나 버냉키만 비난할 일도 아니다. 더 욕을 먹어 마땅한 곳은 다름 아닌 ‘월가’다.
월가의 최대 잘못은 ‘은폐’다. 서브프라임 손실을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지난해 3월 1차 서브프라임 사태 때 월가는 “손실이 끽해야 500억달러 정도다. 끄떡없다”고 호언했다. 웃기는 얘기였다. 미국의 모기지 대출은 10조달러고, 서브프라임 대출은 1조2000억달러다. 서브프라임 연체율이 두자리 숫자를 넘어 급증하는데 500억달러 운운은 애당초 거짓말이었다.
그러다가 7월 2차 서브프라임 위기가 오자, 그때는 예상 피해액을 1000억달러로 높였다. 이 또한 거짓말. 일각에서 3000억~5000억달러가 될 것이라 지적했으나 월가는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러다가 연초 26개 대형은행 손실만 1000억달러를 돌파하고 급기야는 버냉키 미연준 의장이 “5000억달러는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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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세계 중앙은행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월가 은행들이 서로 속 보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제일 문제라 하더라”고 전했다. 금융의 생명은 ‘신뢰’인데 서로 피해를 은폐하느라 급급하다 보니 월가 은행들끼리도 서로 돈을 안 빌려준다는 것이다. 요즘 대규모 손실로 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한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중동에 호소, 투자를 받은 것도 월가의 상호불신 때문이다.
‘헤지펀드 제왕’ 조지 소로스는 “세계기축통화국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하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과 경제적 리더십의 동시붕괴가 초래한 미국의 인과응보다.
박태견
뷰스앤뉴스 대표·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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