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협약 엄두조차 못내
국제노동기구(ILO) 이사국인 우리나라가 협약 비준 수준이 너무 낮아 체면을 구기고 있다.
노동부는 20일 ‘ILO 산업안전보건 협약’과 ‘ILO 산업안전보건 증진체계 협약’ 등 2건의 비준서를 스위스 제네바 ILO사무소에 제출해 비준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협약은 비준대상 협약 75개(전체 협약은 188개)중 24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178개 회원국중 국가분담금을 11번째로 많이 내는 국제위상 치고는 비준협약 수가 너무 적다. 현재 ILO 회원국들이 비준한 협약수는 평균 42개인데, 우리는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비준 협약 평균은 우리나라의 3배인 72개나 된다.
실질적인 협약 내용으로 따져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선진국이라면 대부분 비준하는 ILO 8대 기본협약중에서 우리나라가 비준한 것은 ‘아동노동금지 협약 2건’과 ‘차별대우금지 협약 2건’ 등 4건이다. 아직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2건’과 ‘강제근로금지에 관한 협약 2건’ 등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간 교섭서도 위축 = 비준하지 못한 협약 때문에 우리나라가 입는 손해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12년째 ILO 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주요회원국이면서도 노동기본권 개선 노력이 미흡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른 ILO 회원국으로부터 노동관련 제도가 미흡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실질적인 경제손실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간 교섭 테이블에서 노동문제 때문에 덜 떳떳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주요협약에 비준하려 해도 우리나라 노동관련 법·제도를 당장 고치기는 어렵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에 관한 협약’과 관련해서 비준을 막는 대표적인 국내 제도는 공무원법이다. 공무원이 단체행동을 못하고, 5급 이상 공무원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ILO 기준으로 보면 협약 위반이다. 소방공무원이 노조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검·경찰이 노조간부를 구속한 것을 두고도 ILO측은 곱지 않게 보고 있다. ILO 이사회는 2006년 3월과 2007년 6월 건설노조 간부에 대한 형사기소 등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권고문을 채택한 바 있다.
‘강제근로에 관한 협약’의 경우 ILO도 의무 군복무나 공민의 특정의무, 교도소내 강제근로는 협약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ILO는 우리나라 공익근무요원을 군복무로 간주하지 않고 강제근로로 해석하고 있다.
◆올해중 2건 추가 비준 = 2010년까지 유예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핵심쟁점도 ILO 협약 비준의 걸림돌이다.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금지’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ILO 협약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에 배치된다.
ILO 협약 비준은 노사간 입장차가 첨예하다. 비준이 늘어나면,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을 확장시킬 수 있지만 기업들은 비용부담을 져야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협약에 비준할 경우, 외국인근로자에게도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하고 고용안정보장, 실업구제사업과 재훈련 등도 보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에 ILO에 가입해 선진국보다 활동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기업별 노조 중심이어서 비준 협약이 적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민주노총 이창근 국제국장은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협약이 가장 중요하다”며 “비준을 위한 로드맵이라도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강충호 국제국장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노동기본권을 국제사회 요구에 맞춰 보장해야 한다”며 “필수업무유지 등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중 산업안전관련 협약과 기타 추가선정할 협약 등 2개 협약을 추가로 비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국제노동기구(IL)는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는 베르사이유조약(13조 노동)에 따라 사회정의에 기초한 세계평화 실현, 근로조건 개선 및 결사의 자유 확보 등을 목적으로 1919년 국제연맹 산하에 설립된 전문기구다. 현재 178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노사정 삼자주의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는 1991년 152번째로 회원국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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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이사국인 우리나라가 협약 비준 수준이 너무 낮아 체면을 구기고 있다.
노동부는 20일 ‘ILO 산업안전보건 협약’과 ‘ILO 산업안전보건 증진체계 협약’ 등 2건의 비준서를 스위스 제네바 ILO사무소에 제출해 비준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비준한 ILO 협약은 비준대상 협약 75개(전체 협약은 188개)중 24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178개 회원국중 국가분담금을 11번째로 많이 내는 국제위상 치고는 비준협약 수가 너무 적다. 현재 ILO 회원국들이 비준한 협약수는 평균 42개인데, 우리는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비준 협약 평균은 우리나라의 3배인 72개나 된다.
실질적인 협약 내용으로 따져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선진국이라면 대부분 비준하는 ILO 8대 기본협약중에서 우리나라가 비준한 것은 ‘아동노동금지 협약 2건’과 ‘차별대우금지 협약 2건’ 등 4건이다. 아직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2건’과 ‘강제근로금지에 관한 협약 2건’ 등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간 교섭서도 위축 = 비준하지 못한 협약 때문에 우리나라가 입는 손해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12년째 ILO 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주요회원국이면서도 노동기본권 개선 노력이 미흡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른 ILO 회원국으로부터 노동관련 제도가 미흡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실질적인 경제손실을 입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간 교섭 테이블에서 노동문제 때문에 덜 떳떳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주요협약에 비준하려 해도 우리나라 노동관련 법·제도를 당장 고치기는 어렵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에 관한 협약’과 관련해서 비준을 막는 대표적인 국내 제도는 공무원법이다. 공무원이 단체행동을 못하고, 5급 이상 공무원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ILO 기준으로 보면 협약 위반이다. 소방공무원이 노조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검·경찰이 노조간부를 구속한 것을 두고도 ILO측은 곱지 않게 보고 있다. ILO 이사회는 2006년 3월과 2007년 6월 건설노조 간부에 대한 형사기소 등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는 권고문을 채택한 바 있다.
‘강제근로에 관한 협약’의 경우 ILO도 의무 군복무나 공민의 특정의무, 교도소내 강제근로는 협약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ILO는 우리나라 공익근무요원을 군복무로 간주하지 않고 강제근로로 해석하고 있다.
◆올해중 2건 추가 비준 = 2010년까지 유예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로드맵) 핵심쟁점도 ILO 협약 비준의 걸림돌이다.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금지’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ILO 협약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에 배치된다.
ILO 협약 비준은 노사간 입장차가 첨예하다. 비준이 늘어나면,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을 확장시킬 수 있지만 기업들은 비용부담을 져야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협약에 비준할 경우, 외국인근로자에게도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하고 고용안정보장, 실업구제사업과 재훈련 등도 보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1년에 ILO에 가입해 선진국보다 활동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기업별 노조 중심이어서 비준 협약이 적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민주노총 이창근 국제국장은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협약이 가장 중요하다”며 “비준을 위한 로드맵이라도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강충호 국제국장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노동기본권을 국제사회 요구에 맞춰 보장해야 한다”며 “필수업무유지 등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중 산업안전관련 협약과 기타 추가선정할 협약 등 2개 협약을 추가로 비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국제노동기구(IL)는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는 베르사이유조약(13조 노동)에 따라 사회정의에 기초한 세계평화 실현, 근로조건 개선 및 결사의 자유 확보 등을 목적으로 1919년 국제연맹 산하에 설립된 전문기구다. 현재 178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노사정 삼자주의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는 1991년 152번째로 회원국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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