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발력과 시스템
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숭례문의 2층 누각이 소실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숭례문 화재현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선인도 화재 직후 현장을 방문하여 소중한 문화재가 소실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서라도 숭례문을 본래 모습으로 복원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여느 때 같으면 많은 국민들의 호응이 순식간에 따랐음직도 한 당선인의 제안은 그러나 여기 저기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네티즌들은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였고,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는 않다. 예기치 않은 시민들의 반응에 인수위와 당선인측도 한 발 물러서기는 하였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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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같으면 많은 시민들이 팔을 거두고 너도 나도 나서서 숭례문을 다시 복원하는 일에 참여하였을 것이다. 그렇다. 멀리는 10여년 전 IMF 외환위기 사태로 국가부도의 상화에 처했을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많은 시민들이 앞을 다투어 장롱속에 간직한 금붙이를 내어놓은 사례가 있다. 가까이는 최근에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연인원 백만이 넘는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태안 오염현장에 모여들어 원유유출로 오염된 해안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자원봉사의 물결을 이루었다.
그렇다면 숭례문 화재사건의 경우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제안한 당선인의 제안이 이번에는 다른 반응을 받은 사연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무려 다섯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숭례문 화재 현장을 지켜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느꼈던 분노와 무력감 그리고 수치스러움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십여 대의 소방차가 숭례문을 에워싸고 물을 퍼부어 대지만 불길을 잡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는 불길 앞에 솟수무책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너무나 허망하고 참담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화재의 충격과 시민의 반응은 이번에는 달랐다.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금하고 숭례문을 복원하여 무너진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을 다시 살리기 이전에 시민들은 어떻게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였으며 관계 당국은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는지를 묻고싶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화재 관리당국과 자치단체 그리고 소방당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못해 사과를 하는 경우에도 문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노라는 변명이 담겨 있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무엇이 숭례문을 소실케 하였는지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앞으로 이러한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대책이 성금모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숭례문이 소실된 이후의 대처도 문제이다. 문화재 당국은 현장을 철저하게 점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2, 3년이면 숭례문을 복원할 수 있다는 호언을 하였다. 국민들이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본 어수룩한 전시행정이 다시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숭례문이 그렇게 쉽게 복원될 것으로 믿지 않는 분위기이다. 아니 숭례문의 복원을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난 20~3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에 많은 성취를 하기 위해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을 추구하는 압축성장을 해왔다.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많았지만 앞서 간 선두주자를 추격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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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의 화재와 국민성금에 대한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은 그러나 이제 그러한 방식이 더 이상 통하기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 이제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그 때 그 때의 ‘순발력’으로만 대처하던 시대는 지났다. 숭례문의 화재는 ‘순발력의 부재’보다는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참사인 것이다. 변변한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 최강과 맞서는 투지와 저력을 보여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스포츠의 세계에서 가능한 일이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계에서는 순발력에 의존한 접근보다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 탄 숭례문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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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숭례문의 2층 누각이 소실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숭례문 화재현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선인도 화재 직후 현장을 방문하여 소중한 문화재가 소실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서라도 숭례문을 본래 모습으로 복원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여느 때 같으면 많은 국민들의 호응이 순식간에 따랐음직도 한 당선인의 제안은 그러나 여기 저기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네티즌들은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공방을 벌였고,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는 않다. 예기치 않은 시민들의 반응에 인수위와 당선인측도 한 발 물러서기는 하였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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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같으면 많은 시민들이 팔을 거두고 너도 나도 나서서 숭례문을 다시 복원하는 일에 참여하였을 것이다. 그렇다. 멀리는 10여년 전 IMF 외환위기 사태로 국가부도의 상화에 처했을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많은 시민들이 앞을 다투어 장롱속에 간직한 금붙이를 내어놓은 사례가 있다. 가까이는 최근에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연인원 백만이 넘는 많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태안 오염현장에 모여들어 원유유출로 오염된 해안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자원봉사의 물결을 이루었다.
그렇다면 숭례문 화재사건의 경우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제안한 당선인의 제안이 이번에는 다른 반응을 받은 사연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무려 다섯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숭례문 화재 현장을 지켜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느꼈던 분노와 무력감 그리고 수치스러움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십여 대의 소방차가 숭례문을 에워싸고 물을 퍼부어 대지만 불길을 잡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는 불길 앞에 솟수무책인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너무나 허망하고 참담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화재의 충격과 시민의 반응은 이번에는 달랐다.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금하고 숭례문을 복원하여 무너진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을 다시 살리기 이전에 시민들은 어떻게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였으며 관계 당국은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는지를 묻고싶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화재 관리당국과 자치단체 그리고 소방당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못해 사과를 하는 경우에도 문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노라는 변명이 담겨 있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무엇이 숭례문을 소실케 하였는지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앞으로 이러한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대책이 성금모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숭례문이 소실된 이후의 대처도 문제이다. 문화재 당국은 현장을 철저하게 점검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2, 3년이면 숭례문을 복원할 수 있다는 호언을 하였다. 국민들이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본 어수룩한 전시행정이 다시 반복되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숭례문이 그렇게 쉽게 복원될 것으로 믿지 않는 분위기이다. 아니 숭례문의 복원을 그렇게 쉽게 생각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난 20~30년 동안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에 많은 성취를 하기 위해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을 추구하는 압축성장을 해왔다.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많았지만 앞서 간 선두주자를 추격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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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의 화재와 국민성금에 대한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은 그러나 이제 그러한 방식이 더 이상 통하기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렇다. 이제 힘들고 어려운 문제를 그 때 그 때의 ‘순발력’으로만 대처하던 시대는 지났다. 숭례문의 화재는 ‘순발력의 부재’보다는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참사인 것이다. 변변한 기반도 없는 상황에서 세계 최강과 맞서는 투지와 저력을 보여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스포츠의 세계에서 가능한 일이지만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계에서는 순발력에 의존한 접근보다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불 탄 숭례문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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