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이명박 정부 도덕성
성 한 표
연예계 스타의 이름을 따 고소영(고래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의 땅 부자)로 불리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장관 내정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이 심하다. 장관 내정자들의 도덕적 흠결도 문제이지만 자신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는 그들의 태도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전국 각지에 40여건의 부동산을 자신과 아들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는 “유방암 검사를 했는데, 암이 아니라는 결과를 보고 남편이 기뻐하며 서초동 오피스텔을 사줬다”는 식의 해명으로 버티다가 24일 결국 사퇴했다. 환경운동에 관여했던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김포 지역의 절대농지 매입이 문제가 되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미국 영주권을, 딸이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딸은 현지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니까 할 수 없고, 아들 영주권까지 문제를 삼겠다고 하면 이번에 입대시키면서 포기시킨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의 경우 대통령실에서 논문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정책수석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결격 사유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땅을 사랑했을 뿐 투기는 아니다”
이들의 해명은 기쁠 때 오피스텔을 선물할 만큼 여유가 있고, 땅을 사지만 투기한다는 의식은 없고, 아들의 미국 영주권을 가능하면 포기하고 싶지 않으며, 제자 논문의 일부를 베끼더라도 공직을 맡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이와 같은 생각은 이들만이 가진 별난 의식이 아니다. 언제든지 고위 공직에 오를만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지도층’의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상당수가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들이 자기 주변 사람들에 비해 더 부도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도덕적 흠결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부자라는 것이, 부동산이 많다는 것이 무슨 죄냐 라고 항변할 수 있다. 부자가 되는 과정이나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이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하지 않고 투명하다면 이들의 항변은 옳다. 그리고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공직자 재산공개가 강화된 김영삼 정부 이전까지는 법이나 도덕적인 문제도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문민정부 시절부터는 도덕성과 관련하여 장관직에서 퇴출당한 사람들이 속출했다. 문민정부 때 박희태 전 법무부장관은 이중국적을 가진 딸의 대학 특례입학, 허재영 전 건교부장관은 재산형성 과정상의 의혹, 박양실 전 보사부 장관은 부동산투기 의혹이 각각 문제가 되어 장관 취임 11일 만에 경질되었다. 김대중 정권 때에는 주양자 전 복지부 장관이 투기의혹 및 거짓해명 등 도덕성 시비로, 안정남 전 건교부 장관은 국세청 재직시절 땅 투기 의혹 때문에 퇴임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김병준 전 교육부 장관이 논문표절 의혹으로, 이기준 전 교육부 장관도 도덕성이 문제되어 물러났다.
대중과 유리된 ‘지도층’의 의식
이와 같이 부동산, 자녀, 논문 문제 등으로 장관직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데도 비슷한 흠결을 가진 인사들이 철저하다는 검증 시스템을 거쳐 장관이 되었다가 망신을 당하고 물러나는 일이 계속 일어나는 현상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이들 장관 후보군을 포함하는 이른바 사회 지도층의 의식과 사회적 가치기준 사이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가치기준은 이미 주변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공직자들을 퇴출시킬 정도로 변화했는데 지도층의 의식은 이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내각이 유독 심하게 도덕성 비난에 휘말려 든 것은 10년만의 정권교체로 진보, 민주화 세력을 대체하여 국가경영을 맡은 보수, 산업화 세력의 도덕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 부분은 오늘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 대통령은 특검 수사로 인해 모든 의혹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특검의 발표에 의하더라도 그는 정직성의 문제를 드러냈다. 특검은 이 대통령이 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에 대해 “김경준 씨를 홍보하려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특검의 발표대로 김씨를 홍보하려고 없는 일을 지어내어 거짓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내각에 대한 일대 개편을 단행하여 자신과 내각을 향한 의혹의 시선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성 한 표
연예계 스타의 이름을 따 고소영(고래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의 땅 부자)로 불리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장관 내정자들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이 심하다. 장관 내정자들의 도덕적 흠결도 문제이지만 자신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는 그들의 태도가 더욱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전국 각지에 40여건의 부동산을 자신과 아들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이춘호 여성부 장관 내정자는 “유방암 검사를 했는데, 암이 아니라는 결과를 보고 남편이 기뻐하며 서초동 오피스텔을 사줬다”는 식의 해명으로 버티다가 24일 결국 사퇴했다. 환경운동에 관여했던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는 김포 지역의 절대농지 매입이 문제가 되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했을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미국 영주권을, 딸이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딸은 현지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니까 할 수 없고, 아들 영주권까지 문제를 삼겠다고 하면 이번에 입대시키면서 포기시킨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의 경우 대통령실에서 논문 내용을 검토한 결과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정책수석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인 결격 사유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땅을 사랑했을 뿐 투기는 아니다”
이들의 해명은 기쁠 때 오피스텔을 선물할 만큼 여유가 있고, 땅을 사지만 투기한다는 의식은 없고, 아들의 미국 영주권을 가능하면 포기하고 싶지 않으며, 제자 논문의 일부를 베끼더라도 공직을 맡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주장으로 요약된다.
이와 같은 생각은 이들만이 가진 별난 의식이 아니다. 언제든지 고위 공직에 오를만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지도층’의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상당수가 공유하고 있는 생각이다. 따라서 이들이 자기 주변 사람들에 비해 더 부도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도덕적 흠결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부자라는 것이, 부동산이 많다는 것이 무슨 죄냐 라고 항변할 수 있다. 부자가 되는 과정이나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이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하지 않고 투명하다면 이들의 항변은 옳다. 그리고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공직자 재산공개가 강화된 김영삼 정부 이전까지는 법이나 도덕적인 문제도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문민정부 시절부터는 도덕성과 관련하여 장관직에서 퇴출당한 사람들이 속출했다. 문민정부 때 박희태 전 법무부장관은 이중국적을 가진 딸의 대학 특례입학, 허재영 전 건교부장관은 재산형성 과정상의 의혹, 박양실 전 보사부 장관은 부동산투기 의혹이 각각 문제가 되어 장관 취임 11일 만에 경질되었다. 김대중 정권 때에는 주양자 전 복지부 장관이 투기의혹 및 거짓해명 등 도덕성 시비로, 안정남 전 건교부 장관은 국세청 재직시절 땅 투기 의혹 때문에 퇴임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김병준 전 교육부 장관이 논문표절 의혹으로, 이기준 전 교육부 장관도 도덕성이 문제되어 물러났다.
대중과 유리된 ‘지도층’의 의식
이와 같이 부동산, 자녀, 논문 문제 등으로 장관직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데도 비슷한 흠결을 가진 인사들이 철저하다는 검증 시스템을 거쳐 장관이 되었다가 망신을 당하고 물러나는 일이 계속 일어나는 현상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이들 장관 후보군을 포함하는 이른바 사회 지도층의 의식과 사회적 가치기준 사이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의 가치기준은 이미 주변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공직자들을 퇴출시킬 정도로 변화했는데 지도층의 의식은 이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내각이 유독 심하게 도덕성 비난에 휘말려 든 것은 10년만의 정권교체로 진보, 민주화 세력을 대체하여 국가경영을 맡은 보수, 산업화 세력의 도덕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 부분은 오늘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 대통령은 특검 수사로 인해 모든 의혹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특검의 발표에 의하더라도 그는 정직성의 문제를 드러냈다. 특검은 이 대통령이 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에 대해 “김경준 씨를 홍보하려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특검의 발표대로 김씨를 홍보하려고 없는 일을 지어내어 거짓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내각에 대한 일대 개편을 단행하여 자신과 내각을 향한 의혹의 시선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