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
유승삼 칼럼(언론인)
이명박 대통령에게선 이곳저곳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체취가 느껴진다. 이를테면 대규모 토목공사에 집착하는 안목이 그렇다. 이른 아침에 각료들을 불러 모아 운동하고 회의하는 습관이 또 그렇다. 하기는 그의 세속적인 성공신화가 바로 박정희 시대에 정주영 회장을 ‘사부’로 모시고 이룬 것이니 그들의 냄새가 풍기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체취는 선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중산층 이상 가운데 다수가 그 시절에 현재의 부와 생활터전의 기반을 이룬 터라 지금도 박정희·정주영 방식에 대한 향수가 널리 남아 있다. 게다가 사회가 정치적 구심점을 잃고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권위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가 더 강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는 것처럼 개발시대의 방식으로 이 시대를 경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발시대의 돌격전은 경제적 압축 성장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 비약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과주의, 물량주의, 속도주의, 이기주의, 물신사상, 약육강식의 경쟁, 빈부격차, 환경파괴, 부정부패, 투기, 불신과 강박증 등 부정적 병리적 사회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2만 달러 수준에서 오래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근본 원인도 바로 그런 압축성장의 부작용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건설공사식 국정 운용방식은 더욱 더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개발시대 방식을 빼닮았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유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가까이서 보고 전해준 이명박 대통령의 업무 행태는 영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개발시대의 그것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유 실장은 지난 19일 한 특강에서 “대통령실장으로서의 업무는 오전 7시에 시작해 밤 11시~12시에 끝나며 다음날 오전 4시나 4시 반에 일어나 출근하는 시간까지 메일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지도 않고 때로는 밥도 굶는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부터가 “식사하는 시간도 아까워 텔레비전을 켜놓고 신문은 펴 놓고 현안을 얘기한다”고 전했다.
초대 각료 및 수석 내정자 등과 워크숍이 있던 19일에는 이들을 이른 아침에 불러 먼저 운동장 트랙을 15바퀴 빠른 걸음으로 모두 돌게 했다. 한승수 총리에게는 그 뛰듯해야 했던 운동 도중에 계속 이것저것을 묻기까지 해서 한 총리가 실신할 뻔 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뒤 한 기도회에서 국민의 기대가 커서 걱정이라는 심정을 토로했다. 인수위 관계자들에게는 “5년은 금방 간다”고 독려한 바 있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초조한 나머지 매사에 성급해지는 강박증으로 발전한다면 큰 문제이다.
지도자는 항상 최후에 말하고 행동하며 직접 나서는 것도 최대한 자제하라는 것이 동서고금의 가르침이다. 그래야 참모들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다. 실수를 예방할 수도 있다. 지도자의 말은 취소하기가 더욱 어렵다. “숭례문 복구 국민 모금” 발언의 실수가 바로 좋은 보기이다.
지도자가 먼저 말하기를 좋아 하면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게 된다. 먼저 직접 나서기를 좋아 하고 만기친람까지 하면 아래 사람들은 그저 지시를 따를 생각만 한다.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취임사에 끝머리에 “앞장 서 나가겠다”고 강조했는데 지도자가 앞장 서서 “돌격!”하는 방식은 아주 옛날 식이다. 어디까지나 아래 사람들이 스스로 앞장 서도록 뒤에서 유도하고 격려하는 게 현대적 통치의 방식이다.
지금 못 바꾸면 영영 못 바꾼다
지나친 자신감도 금물이다. 가난한 시골소년에서 대통령이 된 성공적인 인생 역정은 취임식에서 박수를 받았지만 그것에 스스로 도취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반발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정권 교체가 주된 흐름이 되는 바람에 이 대통령의 공약은 선거 과정에서 거의 검증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당선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검증 안 된 공약을 밀어붙이면 임기 초기부터 사회 분열을 빚을 것이다. 겸손도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다.
유 비서실장은 “이 시대를 한 단어로 이야기하면 ‘불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실용주의’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민이 ‘불안’을 느끼지 않게 이 대통령이 업무 스타일부터 바꾸도록 참모들이 직언을 했으면 한다. 지금이 그럴 시기이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직언은 아예 불가능해진다는 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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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삼 칼럼(언론인)
이명박 대통령에게선 이곳저곳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체취가 느껴진다. 이를테면 대규모 토목공사에 집착하는 안목이 그렇다. 이른 아침에 각료들을 불러 모아 운동하고 회의하는 습관이 또 그렇다. 하기는 그의 세속적인 성공신화가 바로 박정희 시대에 정주영 회장을 ‘사부’로 모시고 이룬 것이니 그들의 냄새가 풍기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체취는 선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중산층 이상 가운데 다수가 그 시절에 현재의 부와 생활터전의 기반을 이룬 터라 지금도 박정희·정주영 방식에 대한 향수가 널리 남아 있다. 게다가 사회가 정치적 구심점을 잃고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권위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가 더 강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는 것처럼 개발시대의 방식으로 이 시대를 경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발시대의 돌격전은 경제적 압축 성장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 비약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중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과주의, 물량주의, 속도주의, 이기주의, 물신사상, 약육강식의 경쟁, 빈부격차, 환경파괴, 부정부패, 투기, 불신과 강박증 등 부정적 병리적 사회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2만 달러 수준에서 오래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근본 원인도 바로 그런 압축성장의 부작용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건설공사식 국정 운용방식은 더욱 더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
개발시대 방식을 빼닮았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유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가까이서 보고 전해준 이명박 대통령의 업무 행태는 영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개발시대의 그것과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유 실장은 지난 19일 한 특강에서 “대통령실장으로서의 업무는 오전 7시에 시작해 밤 11시~12시에 끝나며 다음날 오전 4시나 4시 반에 일어나 출근하는 시간까지 메일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지도 않고 때로는 밥도 굶는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부터가 “식사하는 시간도 아까워 텔레비전을 켜놓고 신문은 펴 놓고 현안을 얘기한다”고 전했다.
초대 각료 및 수석 내정자 등과 워크숍이 있던 19일에는 이들을 이른 아침에 불러 먼저 운동장 트랙을 15바퀴 빠른 걸음으로 모두 돌게 했다. 한승수 총리에게는 그 뛰듯해야 했던 운동 도중에 계속 이것저것을 묻기까지 해서 한 총리가 실신할 뻔 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뒤 한 기도회에서 국민의 기대가 커서 걱정이라는 심정을 토로했다. 인수위 관계자들에게는 “5년은 금방 간다”고 독려한 바 있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초조한 나머지 매사에 성급해지는 강박증으로 발전한다면 큰 문제이다.
지도자는 항상 최후에 말하고 행동하며 직접 나서는 것도 최대한 자제하라는 것이 동서고금의 가르침이다. 그래야 참모들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다. 실수를 예방할 수도 있다. 지도자의 말은 취소하기가 더욱 어렵다. “숭례문 복구 국민 모금” 발언의 실수가 바로 좋은 보기이다.
지도자가 먼저 말하기를 좋아 하면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게 된다. 먼저 직접 나서기를 좋아 하고 만기친람까지 하면 아래 사람들은 그저 지시를 따를 생각만 한다.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취임사에 끝머리에 “앞장 서 나가겠다”고 강조했는데 지도자가 앞장 서서 “돌격!”하는 방식은 아주 옛날 식이다. 어디까지나 아래 사람들이 스스로 앞장 서도록 뒤에서 유도하고 격려하는 게 현대적 통치의 방식이다.
지금 못 바꾸면 영영 못 바꾼다
지나친 자신감도 금물이다. 가난한 시골소년에서 대통령이 된 성공적인 인생 역정은 취임식에서 박수를 받았지만 그것에 스스로 도취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반발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정권 교체가 주된 흐름이 되는 바람에 이 대통령의 공약은 선거 과정에서 거의 검증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당선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검증 안 된 공약을 밀어붙이면 임기 초기부터 사회 분열을 빚을 것이다. 겸손도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다.
유 비서실장은 “이 시대를 한 단어로 이야기하면 ‘불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실용주의’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민이 ‘불안’을 느끼지 않게 이 대통령이 업무 스타일부터 바꾸도록 참모들이 직언을 했으면 한다. 지금이 그럴 시기이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직언은 아예 불가능해진다는 게 그동안의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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