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 칼럼]국민통합은 정서에서 나온다

지역내일 2008-02-28
국민통합은 정서에서 나온다
이경형 (언론인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두 개의 장면은 여운이 길었다. 하나는 3군 의장대가 ‘받들어 총’을 했을 때, 거수경례의 자세로 오랫동안 답례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하나는 연설 초반에 노무현 전 대통령 쪽으로 뒤돌아서면서 ‘지난 5년간 수고한’ 그에게 격려를 보내는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이었다.
이 두 개의 몸짓은 국가원수로서 국민통합 의지와 포용의 일면을 보여주었다. 거수경례 동작에서는 모든 국민을 함께 끌어가겠다는 통합의 메시지가 엿보였고, 박수 유도에서는 “지난 10년, 실패의 아픔까지도 자산으로 삼겠다”는 말의 의미에 포용성을 더해주었다.
이명박 정부가 앞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회통합이 필수적이다. 통합이 절실한 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구조가 그 만큼 심각하다는 말이다. 갈등의 뿌리는 깊다. 70~80년대의 급속한 산업화, 파행적인 근대화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려는 성과 지상주의가 만연했다.
특히 개발연대의 부의 축적은 권력 유착, 특혜, 탈세, 편법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이 국민정서였다.

우리 사회 갈등구조 심각
민주화 이후 권력은 산업세력에서 민주화세력으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1990년대부터는 사회 운영의 패러다임이 권위주의에서 평등주의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갈등 양상이 나타났다.
남북 갈등에 이어 영호남 동서 갈등이 표출되고 다양한 이해집단 간 갈등도 증폭되었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개인 간 부의 불균형은 부동산의 소유 규모나 유무에 따라 더욱 심화되었다. 부동산 부자들 가운데는 위장 전입, 편법 취득, 비공개 개발 정보 이용 등 불법, 탈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집을 몇 채씩 갖고 있고 전국 곳곳 돈 될 만한 곳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뭔가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이 적어도 고위 공직자가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의 정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했는데도 새 내각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자초한 면이 많다. 장관 후보자의 인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야당이 ‘부동산 부자 내각’이라고 공격해도 제대로 방어할 만한 말을 찾기가 어렵다. 여성부·통일부·환경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사람들은 이미 사퇴했고 여러 의혹이 제기된 다른 장관 후보자들도 국민의 눈높이 정서에서 거취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첫 내각이 출범한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많은 인재들을 등용해야 하기 때문에 유사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문제점이 노출되지 않으면 국민들의 마음은 안으로 곪는다. 이 대통령이 부르짖는 통합의 리더십도 발휘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이번 첫 내각후보자의 인선에서도 서민들의 정서 반영을 고민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한 두 사람 정도라도 청빈한 선비 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었을까.
체제에 잘 적응한 보수 성향의 인사로 나름대로 자기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 치고 기십억원 규모의 재산을 모으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책 입안에서 가진 자의 눈과 못 가진 자의 눈은 분명 다른 법이다. 국민 통합은 결코 한 쪽 눈으로만 보아서는 이뤄질 수 없다.
사회 통합은 곧 갈등 해소다. 갈등은 제도로써 풀어야 한다. 그 제도의 바탕에는 갈등 당사자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가 깔려 있어야 한다. 이 정서적 공감대가 바로 국민정서다. 그래서 국민통합은 정서의 공유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가진자일수록 투명해야
한때 “헌법 위에 떼법 있고, 떼법 위에 국민정서법 있다”고 했다. 이는 민주화 이후 집단이기주의가 극심하던 데서 나온 말이다.
떼거리로 시위를 하고 법과 질서를 무시하면서 국민정서를 들먹였던 것이다. 이는 국민정서를 왜곡한 것이다. 지금 얘기하고 있는 국민정서와는 전혀 뜻이 다른 말이다.
가진 자일수록 가지게 된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도덕적 수준도 높아야 한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대로 ‘계층 간 갈등을 녹이고, 소수와 약자를 배려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부자가 가난한 자를 포용하고 그들과 정서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계층 간에, 그리고 강자와 약자가 함께 공유하는 정서 없이는 결코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은 이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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