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뉴욕필의 역사적 평양공연

지역내일 2008-03-06
뉴욕필의 역사적 평양공연
박태상 (문화평론가·한국방송대 교수)

지난 2월26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단원 105명)가 평양의 동평양 대극장에서 미국 오케스트라로서는 최초로 연주회를 가졌다.
특히 역사상 최대 규모인 130여 명의 취재단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날 공연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끈 이유는 핵 신고 문제로 북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 관계 개선에 초석이 될 것인가의 여부 때문이다.
평양에서 뉴욕필은 북한 애국가 다음으로 미국의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연주하였으며 이어서 첫 곡으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중에서 제3막 서곡을 공연했다. 공연의 첫 곡이 결혼행진곡으로도 유명한 ‘혼례의 합창’에 앞서 연주되는 전주곡이라는 데서 상징성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즉 결혼처럼 미국과 북한이 그 동안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의 밀월관계를 열어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로린 마젤은 첫 곡에 이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과 조지 거쉬인의 재즈곡인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연주곡이 모두 미국적인 색채가 강한 명곡들로 뉴욕필이 ‘미국문화의 전파’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냉전 해소 기여한 문화·스포츠
그간의 역사를 살펴볼 때, 문화와 스포츠 교류는 동서 간의 냉전을 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1956년 미국의 보스턴 심포니는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 공연을 함으로써 스탈린 사후 해빙의 무드를 조성하는 데 일조를 했다. 당시 소련의 권력을 쥔 후르시초프 당서기장의 1959년 8월 역사적인 미국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의 뉴욕필의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키예프 소련 3개 도시 순회공연은 미·소 관계 개선에 큰 공을 세웠다.
서구의 오케스트라는 죽의 장막도 뚫었다. 1972년 런던필하모닉의 베이징과 상하이 공연에 이어 1973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있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는 한해 전 중국을 전격적으로 방문한 닉슨 대통령의 특별요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당시 필라델피아필은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과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중국 작곡가의 집체창작품인 피아노협주곡 ‘황허’ 등을 연주했으며 앙코르곡으로 닉슨 대통령이 즐겨 불렀던 미국 민요 ‘언덕 위의 집’을 선택했다.
특히 이날 공연을 마친 후 마오쩌둥의 아내이자 실세였던 장칭(江靑)이 무대로 올라가 단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지휘자 유진 오먼디에게 중국의 옛 악보를 선물한 것은 두고두고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99년의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의 베트남 공연도 미국과 베트남이 과거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심포니와 대중가수의 공연은 남북관계의 해빙에도 큰 기여를 했다. 2000년 8월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 132명이 서울을 방문, 총 4차례의 단독 및 합동공연을 가졌다.
2002년에는 9월20일 KBS교향악단의 평양 봉화예술극장 공연(박은성 지휘자)에 이어 9월21일 추석에는 남북교향악단 합동공연이 열려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서의 성과를 이어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공연은 2002년 동평양 대극장에서 있었던 이미자와 윤도현 밴드 등 대중가수들의 평양공연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다.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기여
문화교류는 정치적으로 풀 수 없는 난제를 풀어주는 역할을 떠맡기도 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의 “부도덕한 북한체제에 정당성이라는 힘을 실어줄 뿐”이라는 비판기사도 있지만, 뉴욕필의 연주는 북미 수교를 통해 폐쇄적인 북한체제를 개혁, 개방의 신세계로 나아가게 할 뿐 아니라 자유로운 서구세계와의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정착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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