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지나고 해가 길어지면서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황사 소식이 있지만, 봄 오는 소리는 전국 곳곳에서 들려온다. 개구리를 비롯해 동면하던 동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나면서 봄은 점차 화려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겨우내 집과 회사, 학교만 오갔다면 이제 기지개를 켜고 산으로 들로 가족과 봄을 맞으러 나가보자.
한국관광공사는 ‘3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전북 남원, 경북 상주, 광주광역시, 충북 영동을 꼽았다. 또 경기관광공사 사이트 ‘e땡큐’(www.ethankyou. co.kr)는 양평 신론리와 고양시 원당종마목장을 추천했다.
◆봄이 오는 길목으로 = 경북 상주시 사벌면 화달리 ‘전사벌 왕릉’은 3세기 후반 신라에 복속된 소국 ‘사벌왕국’의 왕릉으로 알려져 있다.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경천대는 깎아지르는 절벽과 노송이 절경이다. 예로부터 하늘이 스스로 경치를 내렸다고 해서 ‘자천대’로 불렸으며, 금모래사장에 청록색 낙동강이 흐르면서 넉넉한 물도리를 만든다. 경천교는 자전거 주행모형을 달고 있고 다리중간에는 패러글라이딩 모양의 전망대가 있어 넉넉한 낙동강 풍취를 감상할 수 있다. 인근 도남서원은 병풍 같은 산과 낙동강 은모래가 대비되는 풍경을 보여준다.
봄 향기를 듬뿍 맡고 싶다면 호남의 자랑 무등산도 좋다.
증심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인도박물관 같은 이색볼거리가 있고, 졸졸 흐르는 개울가를 따라 사군자와 묵향에 빠졌던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의재 선생이 지인들과 차를 마시던 ‘관풍대’, 춘설차를 보급하던 ‘문향정’ 등이 대표적인 예다. 봄에 피는 각종 풀로 인해 계곡에는 차향이 흐른다.
◆장터에서 맞이하는 봄 =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에서 열리는 인월5일장은 3일과 8일에 열린다. 지리산 정기를 받은 물산이 모두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방 특산물인 토종흑돼지를 사기 위해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원 토종흑돼지는 친환경 발효사료로 사육하기 때문에 잔병이 거의 없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해발 500m 고지대에서 자라 육질도 연하고 지방도 적다.
옛날식 다방과 순대국집, 칼국수집을 찾아 요기할 수 있고, 파출소 맞은편 양조장에서 막 빚어낸 막걸리를 사다가 반주로 즐길 수 있다. 현재 인월장터는 한국전쟁 이후 자리 잡은 곳으로 시설이 낡은데다가 주차공간이 좁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오는 8월이면 새로운 인월장이 탄생한다. 새 장터는 지역주민에게 위생적 시설 등으로 희망이 될 수 있지만 옛 정취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따름이다.
변신을 준비중인 인월장과 달리 충북 영동 임산5일장은 아직 때 묻지 않은 재래식 시골 장이다. ‘장사꾼’이 아닌 ‘장돌뱅이’를 만날 수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아침 일찍부터 점심이 돼야 정리되는 것도 특이하다.
운동장만한 공터를 다 둘러보는 데 십 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없는 것 없는 만물상’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캐고 키운 농산물과 시골 사람들이 쉽게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로 채워진 임산5일장은 소박하고 정겨운 ‘물물교환 장터’ 같은 분위기다. 외지 사람들 보다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파는 장보다는 안부 묻고 수다 떠는 만남의 장에 더 가깝다.
실제로 장터가 위치한 상촌면은 때 묻지 않은 시골 풍경과 정서를 아름답게 묘사한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임산리 마을 어귀에는 주인공인 상우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초코파이를 사던 구멍가게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도권에서 이색정취를 = 고양시 원당 종마목장은 따뜻한 햇살이 눈가를 간지르는 곳으로 이국적 정취가 묻어난다. 목장길과 바로 옆 서삼릉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은사시나무가 도열해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목장에 들어선 후 넓게 펼쳐진 초원과 하얀펜스, 풀을 뜯어먹는 늘씬한 말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제주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연인들의 초록빛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할 만하다. 도시에서 말을 쉽게 접하지 못한 아이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린다.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목장 진입로 근처까지만 몰고 간 뒤 은사시나무길을 걸어갈 것을 권한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에 동화되는 특별한 느낌을 안고 돌아올 수 있다.
경기도 양평군의 전형적인 농촌마을 신론리는 아이들과 함께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대표적 관광지다. 주민들이 각종 산나물의 이름과 따는 요령을 알려주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쑥과 냉이를 캐볼 수 있다. 흙과 풀에서 멀어져간 도시아이들에게는 추천할 만 체험 관광 프로그램이다.
특히 마을 뒤 산길로 20분 정도 걷다보면 으슥한 동굴이 나타난다. 박쥐가 서식하는 굴이다.
마을 내에서 술과 과자는 절대 반입할 수 없다. 다만 아이들이 만든 인절미와 두부 등 웰빙 간식을 즐길 수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한국관광공사는 ‘3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전북 남원, 경북 상주, 광주광역시, 충북 영동을 꼽았다. 또 경기관광공사 사이트 ‘e땡큐’(www.ethankyou. co.kr)는 양평 신론리와 고양시 원당종마목장을 추천했다.
◆봄이 오는 길목으로 = 경북 상주시 사벌면 화달리 ‘전사벌 왕릉’은 3세기 후반 신라에 복속된 소국 ‘사벌왕국’의 왕릉으로 알려져 있다.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가장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경천대는 깎아지르는 절벽과 노송이 절경이다. 예로부터 하늘이 스스로 경치를 내렸다고 해서 ‘자천대’로 불렸으며, 금모래사장에 청록색 낙동강이 흐르면서 넉넉한 물도리를 만든다. 경천교는 자전거 주행모형을 달고 있고 다리중간에는 패러글라이딩 모양의 전망대가 있어 넉넉한 낙동강 풍취를 감상할 수 있다. 인근 도남서원은 병풍 같은 산과 낙동강 은모래가 대비되는 풍경을 보여준다.
봄 향기를 듬뿍 맡고 싶다면 호남의 자랑 무등산도 좋다.
증심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인도박물관 같은 이색볼거리가 있고, 졸졸 흐르는 개울가를 따라 사군자와 묵향에 빠졌던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다. 의재 선생이 지인들과 차를 마시던 ‘관풍대’, 춘설차를 보급하던 ‘문향정’ 등이 대표적인 예다. 봄에 피는 각종 풀로 인해 계곡에는 차향이 흐른다.
◆장터에서 맞이하는 봄 =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에서 열리는 인월5일장은 3일과 8일에 열린다. 지리산 정기를 받은 물산이 모두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방 특산물인 토종흑돼지를 사기 위해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남원 토종흑돼지는 친환경 발효사료로 사육하기 때문에 잔병이 거의 없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해발 500m 고지대에서 자라 육질도 연하고 지방도 적다.
옛날식 다방과 순대국집, 칼국수집을 찾아 요기할 수 있고, 파출소 맞은편 양조장에서 막 빚어낸 막걸리를 사다가 반주로 즐길 수 있다. 현재 인월장터는 한국전쟁 이후 자리 잡은 곳으로 시설이 낡은데다가 주차공간이 좁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오는 8월이면 새로운 인월장이 탄생한다. 새 장터는 지역주민에게 위생적 시설 등으로 희망이 될 수 있지만 옛 정취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울 따름이다.
변신을 준비중인 인월장과 달리 충북 영동 임산5일장은 아직 때 묻지 않은 재래식 시골 장이다. ‘장사꾼’이 아닌 ‘장돌뱅이’를 만날 수 있다. 다른 곳과 달리 아침 일찍부터 점심이 돼야 정리되는 것도 특이하다.
운동장만한 공터를 다 둘러보는 데 십 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없는 것 없는 만물상’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캐고 키운 농산물과 시골 사람들이 쉽게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로 채워진 임산5일장은 소박하고 정겨운 ‘물물교환 장터’ 같은 분위기다. 외지 사람들 보다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물건을 사고파는 장보다는 안부 묻고 수다 떠는 만남의 장에 더 가깝다.
실제로 장터가 위치한 상촌면은 때 묻지 않은 시골 풍경과 정서를 아름답게 묘사한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임산리 마을 어귀에는 주인공인 상우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초코파이를 사던 구멍가게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도권에서 이색정취를 = 고양시 원당 종마목장은 따뜻한 햇살이 눈가를 간지르는 곳으로 이국적 정취가 묻어난다. 목장길과 바로 옆 서삼릉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은사시나무가 도열해 있어 감탄을 자아낸다.
목장에 들어선 후 넓게 펼쳐진 초원과 하얀펜스, 풀을 뜯어먹는 늘씬한 말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제주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연인들의 초록빛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할 만하다. 도시에서 말을 쉽게 접하지 못한 아이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린다. 자가용을 이용하더라도 목장 진입로 근처까지만 몰고 간 뒤 은사시나무길을 걸어갈 것을 권한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에 동화되는 특별한 느낌을 안고 돌아올 수 있다.
경기도 양평군의 전형적인 농촌마을 신론리는 아이들과 함께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대표적 관광지다. 주민들이 각종 산나물의 이름과 따는 요령을 알려주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쑥과 냉이를 캐볼 수 있다. 흙과 풀에서 멀어져간 도시아이들에게는 추천할 만 체험 관광 프로그램이다.
특히 마을 뒤 산길로 20분 정도 걷다보면 으슥한 동굴이 나타난다. 박쥐가 서식하는 굴이다.
마을 내에서 술과 과자는 절대 반입할 수 없다. 다만 아이들이 만든 인절미와 두부 등 웰빙 간식을 즐길 수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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