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건 처리 ‘빨간불’

민사소송 계속 늘어 … 사건접수 7개월 지났는데 ‘첫 재판일’ 지정 못하기도

지역내일 2008-03-12
지난해 7월 ㅅ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ㅅ씨는 자식이 암에 걸려 치료를 받다가 돌연 사망한 것과 관련,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했다.
항소심은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법원에서 재판 기일도 잡지 않는 등 도무지 연락이 없었다. 사건을 재판부가 알고나 있는 것인지 불안한 마음은 더 커졌다. 그러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첫 기일이 잡혔다는 것이다. 항소한지 7개월이 지나서였다.
기다리다 지친 ㅅ씨는 이제부터 얼마나 더 오랜 기간 재판을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ㅅ씨와 같이 소송을 제기한 후 하세월 기다리는 소송당사자들이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4일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 ‘담배소송’도 항소한지 1년 2개월만에 재판이 열린 것이다.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민사소송이 크게 늘면서 법원의 사건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장 대표격인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법은 밀려드는 사건에 판사들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오고 있다.

◆“판사가 당사자 빨리 만나야” = 지난 2월 법원 정기인사에서 서울고법으로 발령받은 ㄱ판사는 깜짝 놀랐다. 지방에서 올라온 ㄱ판사는 배치 받은 재판부에 계류 중인 사건 수에 놀랐고, 지난해 접수된 사건 중 재판기일이 잡히지 않은 사건 역시 수두룩하다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발령받은 한 부장판사도 “지난해 6월 접수된 사건도 첫 기일 지정이 안돼 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신속한 재판 진행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번 인사에서 민사재판부 2개를 늘렸지만 사건부담은 여전하다.
대법원은 재판이 늦어지는 상황이 벌어지자 현황파악에 착수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서면 공방보다는 당사자들을 빨리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일선 재판부의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하고 올해부터 ‘신속한 기록 분류 및 기일지정 규정’을 만들었다. 당사자가 법관을 조기에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조기대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판사들의 부담은 있지만 조기에 재판 기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모 변호사는 “한 재판부에 과도하게 많은 사건이 계류 중이고 소송대리인인 양측 변호사가 서면이나 증거신청을 신속하게 하지 않아 기일 지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가 사건이 많더라도 사건을 조기에 파악하고 신속히 재판기일을 잡아 원피고 양측에게 재촉하는 방법 외에 현 제도 하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건 얼마나 늘었나 = 최근 5년간 민사소송 접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03년 고등법원 접수건수가 1만3867건에서 2007년 1만9212건으로 증가했다. 2007년은 2003년 대비 사건이 38.5%로 늘어난 것이다.
지방법원 합의부 사건도 비슷하다. 2003년 3만3931건에서 2007년 4만5020건으로 증가했다. 32.6%가 늘어난 셈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건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법원이 신속한 재판을 포기해야 할 때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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