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이재홍 수출입은행 국별조사실 부부장
지난해 11월 초 자료 발간을 위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를 경유해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가는 도중 비행기에서 바깥을 보았더니 온통 만년설로 뒤덮인 칼바위 같은 산이 끝도 없이 펼쳐졌다. 바로 텐산산맥이었다. 그 옛날 실크로드의 최대 험준 지역으로 고구려의 후예 고선지 장군이 서역정벌을 시작했던 곳을 지나왔다고 생각하니 감개가 무량했다.
역사적 인연도 있으니 카자흐스탄에 한국과 비슷한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했던 내게 공항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카자흐스탄인들은 스스로를 아시아인이라기 보다는 유럽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내로 들어서니 도로는 벤츠, BMW, 도요타 등 외제차로 넘쳐났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고급품은 유럽, 값싼 생필품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었다. 그러나, 한국산 제품은 쉽게 눈에 띄이지 않았다.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은 국토면적이 남한의 27배, 한반도의 13배 이르는 큰 나라이다. 원유매장량은 398억 배럴로 세계 9위, 천연가스 매장량은 3조㎥로 세계 11위, 이밖에도 석탄, 철, 우라늄, 아연 등을 보유해 그야말로 자원부국이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자원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구 소련연방 국가(CIS) 중 외국인 투자가 가장 활발하고, 부동산·건설 등 내수시장이 살아나 연 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속성장에 따른 빈부격차 확대, CIS국가 중 가장 비싼 임금, 높은 임대료 및 토지 구입비용 등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구수에 비해 고급인력이 부족하고 내륙지역인 관계로 수출루트가 발달되지 않은 것 등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은 지금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중국 등 신흥개도국까지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국가이다. 출장 도중 우연히 만난 흑룡강성 따칭(중국최대 유전지)에서 왔다는 중국인들은 카흐스탄측과 광권매입 협상을 벌이러 온 것 듯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견 건설업체들이 알마티와 수도인 아스타나의 건설시장에 진출해 있다.
카자흐스탄은 자원부국이며 차기 수출시장으로서 유망한 투자 대상지역이다. 최근 부쩍 강해진 카자흐스탄의 자원민족주의로 인해 외국 기업들이 직접 대형 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힘들어졌지만, 한국 기업들은 중소형 광구에 관심을 가지면서, 오일달러로 성장하고 있는 건설, 의류, 식품, 관광, 물류 등 내수 소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1200여년 전 서역으로 떠났던 고선지 장군에게는 아마도 대단한 용기와 상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과 치밀한 시장분석을 바탕으로 신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카자흐스탄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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