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17일 경선 지역에 대한 1차 결과를 발표했으나 구 민주계와 탈락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공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구 민주계 일각에서는 탈당해 무소속 연대를 구축하자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내홍으로 번질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날 확정된 공천자 25명 중 광주 동구의 박주선 전 의원만이 구 민주계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본선 티켓을 거머줬다.
구 민주계 예비후보들과 시도당 위원장 등 100여 명은 이날 저녁 여의도 신송빌딩 구 민주당사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균형공천 쟁취를 위한 원 민주당 비상대책회의’를 발족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외부인사들에 의한 밀실 코드 공천으로 참신하고 유능한 인사들이 어이없이 탈락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통합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며 “반(反)통합적 도로 열린우리당 공천 결과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회의에서는 전국적 차원의 무소속 연대를 추진하자는 의견도 제기돼 구 민주계 일부가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극단적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구 민주계 핵심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합당 정신인 ‘균형있는 공천’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기류가 많다고 말했다.
박상천 공동대표도 이날 저녁 공천자 명단 보고를 위해 예정돼 있던 박재승 공심위원장, 손학규 대표간 3자 회동에 불참,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박 대표는 이날 밤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천 결과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본선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현역 의원과 유력 후보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초박빙의 격전지였던 서울 성동을에서 아슬아슬한 차이로 386 재선인 임종석 의원에게 패한 고재득 전 성동구청장은 “경선 과정에서 심각한 몇가지 문제점이 발생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며 불복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은 혼전을 거듭한 끝에 임 의원이 0.8% 포인트 차이로 구 민주계 출신의 고 전 청장을 힘겹게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춘진 의원에게 밀린 전북 고창.부안의 정균환 최고위원도 이날 밤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항의 의사를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구 민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한 뒤 최고위원을 연임하며 한때 당내에서 전북 ‘맹주’로 거론되기도 했다.
박주선 전 의원에게 석패한 것으로 알려진 광주 동구의 양형일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실이라면 0.1% 포인트 차이로 졌더라도 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간의 각종 여론조사를 감안하더라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전 의원측이 여론조사 경선 직전에 내 지지층들에 교란성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 당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당에 자료공개를 요구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 가처분 신청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통합 과정에서 구 민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던 심재권 전의원에게 패한 서울 강동을의 이상경 의원도 “지역 여론조사에서 항상 더블 스코어로 이겼는데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재심 청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용산의 이은영 의원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려고 한다”며 “여성에게 가산점을 부여했지만 여전히 여성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총선 경선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국민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빚어졌다. 구조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다 응답자 중 민주당 지지층에 가중치를 부여함에 따라 현지 조직기반이 취약한 정치신인과 구 민주계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고 전 청장의 성동을 선전을 기대했던 구 민주계 인사 사이에서는 “성동을의 경우도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았을 때에는 고 전 청장이 앞서다 가중치 부여로 뒤집혔다고 한다. 불공정하다”는 뒷말이 나왔다.
사전선거운동 등 불공정 경선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장경수(안산시 상록갑) 의원이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가운데 경선 과정에서 비슷한 사례를 들어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곳도 적지 않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경선관리위원회의의 여론조사 결과 집계작업은 상당수 후보측의 문제제기로 당초 계획보다 상당시간 지연됐다.전북 익산을의 경우 윤승용 후보측이 “현역인 조배숙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질문이 이뤄졌다”며 문제를 제기, 여론조사 경선 자체가 아예 중단된 상태이다.
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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