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제2의 숭례문 방화 막으려면

지역내일 2008-02-18
제2의 숭례문 방화 막으려면

“나라와 민족의 수치다. 600여년 이어온 민족혼의 상징인 숭례문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너무도 어이없고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방화범은 중형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 문화재 관리를 소홀히 한 공무원과 관계기관에 대해 일벌백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방재시스템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관련 법규를 고쳐야 한다.”
이것으로 제2, 제3의 숭례문 방화사건을 막을 만큼 대책은 충분한가. 이번에는 나라의 보물을 지킬 준비가 착착 이뤄지리라고 믿어도 되는가. 일부 네티즌은 마음의 상처를 어쩌지 못해 방화범을 사형시켜야 한다는 극형론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혹시 며칠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잊어버리는 건 아닌가. 냄비여론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5년 전 대구 지하철에서 무직 장애인의 ‘앙갚음 방화’로 192명이 죽은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걸어다니는 시한폭탄’ 양산하는 사회구조
국보 1호를 잃은 극한적 슬픔과 충격을 근본적이고 철저한 해결책으로 승화시키자. 분노의 눈물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나라의 소중한 보물들을 지킬 수 없다. 이제는 냉철한 머리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야 할 때다. 물론 사건을 막지 못한 기관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흡한 법규는 고치고 방재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을 양산하는 사회구조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방화범 채씨는 토지 보상문제로 인해 사회를 저주하는 ‘시한폭탄’이 됐다. 2000년 경기도 일산에 있는 자신의 가옥과 토지가 헐값에 수용당하게 됐다. 감정평가액 9600만원에 대해 4억원대를 요구,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당해 2005년 채씨 가옥은 철거됐다. 청와대 등 행정기관에 제기한 민원이 거부되면서 평범한 노인은 점점 방화범으로 변해갔다.
채씨가 건설사와 토지보상액을 놓고 다투는 동안 공교롭게도 부동산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하룻밤 지나면 ‘억억’하는 집값 상승으로 평범한 월급쟁이들은 절망했다. 내집 마련의 소박한 꿈은 멀어져만 갔다. 하물며 자신의 땅과 집이 아파트 전세값도 안되는 헐값으로 수용당한다고 생각해보라. 채씨를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적 병폐를 보자는 것이다.
통계청의 2006년 가계자산조사에 따르면 주택시세 기준 상위 10%층이 50.8%를 소유했다. 연간소득은 상위 10%층이 26.1%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집값 편중도가 얼마나 극심한지 알 수 있다. 토지는 더욱 심각하다. 상위 10%층이 80.2%를 독차지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부동산값 폭등의 과실은 고스란히 소수 상층에게 떨어진다. 부익부 빈익빈의 골은 더욱 깊이 패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좌측 깜빡이는 고장이 났다.

섬기는 리더십은 소외된 이웃 눈물 닦아줘야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이웃들의 박탈감은 사회통합의 중대한 장애요소다. 2만 달러의 국가가 됐는데도 빈곤층은 800만명에 이른다. 국민 6명 중 1명이 중위소득의 50%에도 못 미친다. 일해도 가난한 근로빈곤층은 400만명을 넘어섰다. 낙오한 이웃을 국가와 사회가 따뜻하게 배려하지 않는다면 우리 주변에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을 두고 사는 꼴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다는 우울한 뉴스를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이명박 새정부에는 오른쪽 깜빡이만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활비와 사교육비 절감방안과 중소기업 지원 등 서민과 관련한 대선 공약이 인수위 국정과제에서 빠지거나 뒤로 밀렸다. 그나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휴대전화요금과 유류세 인하, 금융소외자 지원은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 인수위는 성장을 통해 복지와 분배를 증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성장이 일자리 창출과 분배로 이어지는 경제선순환의 고리가 깨졌다는 학계 보고를 인수위는 유념해야 한다.
다행히 이명박 당선인은 국정 워크숍 마지막 날 성장의 과실이 사회적 약자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장뿐 아니라 민생에 국정과제의 방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양극화를 방치하면 사회를 불지르는 ‘시한폭탄’의 양산은 불가피해진다. 이 당선인의 섬기는 리더십은 성장의 과실에서 소외된 이웃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홍장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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