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으로 산업기밀유출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경쟁회사의 핵심 인력 이동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의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단순히 ‘영업비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지식이나 정보도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동명)는 D업체에서 S업체로 이직한 구 모 전 담수사업그룹 부사장, 정 모 전 담수영업담당 전무, 김 모 화력설비기술팀장 등 13명을 직급에 따라 1~3년 동안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또한 해당 임직원들이 이를 위반할 경우 1일당 100만원을 D업체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핵심 분야 기술인력 이동 = D업체 임원이던 구씨는 지난해 4월 고문으로 일하다가 퇴직하고 두 달이 지난 6월경 S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담수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인정받고 있던 D업체에서 구씨는 관련 분야에서 25년 이상 일한 베테랑이었다. 이직한 다른 임직원들도 작년과 재작년 퇴직했고 지난해 6~10월경 S업체로 옮겼다. S업체가 산업플랜트 사업에 진출한 지난해 6월과 맞아떨어진다. 이들 대부분은 S업체에서 보다 높은 직급과 급여를 받았다.
S업체는 이들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D업체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에 나서 구씨를 구속하는 등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6명을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구씨가 빼돌린 자료만 18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유출 심각성 인식한 법원 =이직한 인력 13명 중 6명이 기술유출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나머지 7명에 대해서도 경쟁업체로 이직을 금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은 법률상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갖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사이에 이를 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라면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국익 차원에서 기술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재판부는 “D업체가 기술 축적을 통해 해외에서 수천억 내지 수조원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국익을 증진하고 국위를 선양하고 있어 회사 자체를 넘어서 국가적으로도 영업비밀과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를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S업체가 기술격차를 손쉽게 극복해 해외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D업체와 경쟁한다면 오랜기간 기술수준에 도달한 D업체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결국 국부의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전직은 일정 기간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퇴직 후 인력관리 중요 = 이직자들은 모두 퇴직 후 일정기간 경쟁업체로 이직을 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했었다. 고위직 임원은 3년, 중요기술 취급 과장급 이상은 2년 또는 3년, 계약·입찰 등 영업에 관여한 과장급 이상은 1년으로 경업금지 기간을 정했다. 법원은 이러한 설정에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고문으로 있던 시기는 영업비밀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경업금지 기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퇴직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연구원들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이직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퇴사하기 전 회사에서의 지위가 매우 불안정하거나 열악하다”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들이 자발적 퇴사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상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밀려나거나 회사에서 연구인력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유사 사태 재발을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 전문가인 K 변리사는 “고문으로 있거나 퇴직 대기 상태에 있던 기간은 경업금지 기간에 포함시키는 게 합리적이며 핵심 연구인력이 퇴직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회사에 등을 돌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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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이 단순히 ‘영업비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지식이나 정보도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동명)는 D업체에서 S업체로 이직한 구 모 전 담수사업그룹 부사장, 정 모 전 담수영업담당 전무, 김 모 화력설비기술팀장 등 13명을 직급에 따라 1~3년 동안 근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또한 해당 임직원들이 이를 위반할 경우 1일당 100만원을 D업체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핵심 분야 기술인력 이동 = D업체 임원이던 구씨는 지난해 4월 고문으로 일하다가 퇴직하고 두 달이 지난 6월경 S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담수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인정받고 있던 D업체에서 구씨는 관련 분야에서 25년 이상 일한 베테랑이었다. 이직한 다른 임직원들도 작년과 재작년 퇴직했고 지난해 6~10월경 S업체로 옮겼다. S업체가 산업플랜트 사업에 진출한 지난해 6월과 맞아떨어진다. 이들 대부분은 S업체에서 보다 높은 직급과 급여를 받았다.
S업체는 이들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D업체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에 나서 구씨를 구속하는 등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6명을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구씨가 빼돌린 자료만 18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유출 심각성 인식한 법원 =이직한 인력 13명 중 6명이 기술유출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나머지 7명에 대해서도 경쟁업체로 이직을 금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은 법률상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갖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사이에 이를 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라면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국익 차원에서 기술보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재판부는 “D업체가 기술 축적을 통해 해외에서 수천억 내지 수조원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함으로써 국익을 증진하고 국위를 선양하고 있어 회사 자체를 넘어서 국가적으로도 영업비밀과 경영상 기술상 중요자료를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S업체가 기술격차를 손쉽게 극복해 해외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D업체와 경쟁한다면 오랜기간 기술수준에 도달한 D업체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결국 국부의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공익적인 측면에서도 전직은 일정 기간 금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퇴직 후 인력관리 중요 = 이직자들은 모두 퇴직 후 일정기간 경쟁업체로 이직을 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했었다. 고위직 임원은 3년, 중요기술 취급 과장급 이상은 2년 또는 3년, 계약·입찰 등 영업에 관여한 과장급 이상은 1년으로 경업금지 기간을 정했다. 법원은 이러한 설정에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고문으로 있던 시기는 영업비밀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경업금지 기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퇴직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연구원들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이직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퇴사하기 전 회사에서의 지위가 매우 불안정하거나 열악하다”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들이 자발적 퇴사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상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밀려나거나 회사에서 연구인력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 유사 사태 재발을 근절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 전문가인 K 변리사는 “고문으로 있거나 퇴직 대기 상태에 있던 기간은 경업금지 기간에 포함시키는 게 합리적이며 핵심 연구인력이 퇴직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회사에 등을 돌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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