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국민에게 물어보라 (시론)
한반도대운하 건설 문제는 오는 4월9일 총선 때 국민의 생각을 직접 물어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국민투표 같은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반대세력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대운하사업은 영락없는 국민투표 감인데 때마침 총선거가 다가오고 있으니 안성맞춤 아닌가.
국민투표란 하자 말자 하는 논의에서부터 하기로 결정되면 날 잡고, 준비하고, 국민에게 투표를 부탁하는 일 등이 여간 번거롭지 않다. 그런데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때에 치르게 되는 총선거보다 국민의 뜻을 알아보기 좋은 찬스가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대표공약은 한반도대운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선 기간 중 대운하가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BBK 의혹, 경제 살리기 같은 당면 이슈에 정신이 팔려 뒷전으로 밀린 것같이 보였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운하가 정면으로 화제에 오르는 것 자체를 기피했다. 반대의견을 가진 유권자들을 자극해서 손해볼 일이 무어냐는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데 4·9 총선에서도 대운하는 또 공식이슈가 되지 않게 되었으니 이상한 일이다. 한나라당 총선공약에서 대운하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한나라당 정책 담당자는 한 언론사의 질문에 대해 “대운하 문제로 오해를 빚거나 불완전한 부분을 잘 다듬어 국민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보완도 안 된 것을 공약에 덜컹 넣어서 괜스레 이슈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운하 얘기가 나온 지가 언제인데 아직 다듬어야할 것이 있다는 말인가. 국민을 설득하려면 총선공약에 올려 법으로 보장되고 비용까지 지원되는 정책홍보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옳지, 공약에서 빼고 언제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것인가.
청와대 관계자들도 “대운하와 새만금사업 등은 총선 이후에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총선에서는 이슈로 삼지 않겠다는 속내가 드러나는 언급이다.
대통령의 얼굴 공약인 대운하 문제를 두 번이나 국민의 심판대에서 내려놓는 것은 공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의 건설행정 경력자를 내세워 곧 착공할 것처럼 서두른 것이 불과 두 달 전 일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는 발표가 있었고, 대형 건설사들이 재빨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 수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근래의 동향이다. 엊그저께는 대운하 건설예정지인 경기도의 한 군에서 ‘한반도대운하 지지결의대회’가 열렸다.
공식적으로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일이므로 정부로서는 추진계획이 없다”면서도 이렇게 기정사실이 되어 굴러가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총선 공약 리스트에서 슬그머니 빼버린 것은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대운하에 대한 국민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불안해서일까. 대선 당시만 해도 찬성과 반대가 엇비슷했지만, 갈수록 반대여론이 확산되는 추세가 무서운 모양이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의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에는 찬성 39.9%, 반대 49%였다. 그러다가 2월에는 38.7 : 52.3%, 3월에는 31.6 : 58.4%로 격차가 벌어졌다.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수치는 다르지만 찬성보다 반대가 많아지는 것은 일관된 추세다.
한나라당이 대운하를 총선공약에서 슬그머니 빼버린 속내를 거기서 읽을 수 있다. 총선이 끝나면 다시 들고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상상하기도 두려운 모습이 그려진다. 사업추진 세력들은 제철 만난 무엇처럼 활개를 칠 것이고 반대운동은 그에 조금도 밀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스님 한 사람의 반대투쟁으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구간 공사가 오래 중단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대운하 반대운동에는 범종교적 연대가 형성되었고 환경운동가들과 지식인·문화인 사회에도 만만치 않은 저지운동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그런 반대를 물리치고 밀어붙일 것인가. 그렇게 해서 ‘경제’를 얻은들 그것이 진정한 국민의 몫이 되겠는가.
문 창 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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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대운하 건설 문제는 오는 4월9일 총선 때 국민의 생각을 직접 물어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국민투표 같은 절차를 거쳐 결정해야 반대세력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대운하사업은 영락없는 국민투표 감인데 때마침 총선거가 다가오고 있으니 안성맞춤 아닌가.
국민투표란 하자 말자 하는 논의에서부터 하기로 결정되면 날 잡고, 준비하고, 국민에게 투표를 부탁하는 일 등이 여간 번거롭지 않다. 그런데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때에 치르게 되는 총선거보다 국민의 뜻을 알아보기 좋은 찬스가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대표공약은 한반도대운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선 기간 중 대운하가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BBK 의혹, 경제 살리기 같은 당면 이슈에 정신이 팔려 뒷전으로 밀린 것같이 보였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운하가 정면으로 화제에 오르는 것 자체를 기피했다. 반대의견을 가진 유권자들을 자극해서 손해볼 일이 무어냐는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데 4·9 총선에서도 대운하는 또 공식이슈가 되지 않게 되었으니 이상한 일이다. 한나라당 총선공약에서 대운하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한나라당 정책 담당자는 한 언론사의 질문에 대해 “대운하 문제로 오해를 빚거나 불완전한 부분을 잘 다듬어 국민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보완도 안 된 것을 공약에 덜컹 넣어서 괜스레 이슈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운하 얘기가 나온 지가 언제인데 아직 다듬어야할 것이 있다는 말인가. 국민을 설득하려면 총선공약에 올려 법으로 보장되고 비용까지 지원되는 정책홍보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옳지, 공약에서 빼고 언제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것인가.
청와대 관계자들도 “대운하와 새만금사업 등은 총선 이후에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총선에서는 이슈로 삼지 않겠다는 속내가 드러나는 언급이다.
대통령의 얼굴 공약인 대운하 문제를 두 번이나 국민의 심판대에서 내려놓는 것은 공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의 건설행정 경력자를 내세워 곧 착공할 것처럼 서두른 것이 불과 두 달 전 일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는 발표가 있었고, 대형 건설사들이 재빨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 수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근래의 동향이다. 엊그저께는 대운하 건설예정지인 경기도의 한 군에서 ‘한반도대운하 지지결의대회’가 열렸다.
공식적으로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될 일이므로 정부로서는 추진계획이 없다”면서도 이렇게 기정사실이 되어 굴러가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총선 공약 리스트에서 슬그머니 빼버린 것은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대운하에 대한 국민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불안해서일까. 대선 당시만 해도 찬성과 반대가 엇비슷했지만, 갈수록 반대여론이 확산되는 추세가 무서운 모양이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의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에는 찬성 39.9%, 반대 49%였다. 그러다가 2월에는 38.7 : 52.3%, 3월에는 31.6 : 58.4%로 격차가 벌어졌다.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수치는 다르지만 찬성보다 반대가 많아지는 것은 일관된 추세다.
한나라당이 대운하를 총선공약에서 슬그머니 빼버린 속내를 거기서 읽을 수 있다. 총선이 끝나면 다시 들고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상상하기도 두려운 모습이 그려진다. 사업추진 세력들은 제철 만난 무엇처럼 활개를 칠 것이고 반대운동은 그에 조금도 밀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스님 한 사람의 반대투쟁으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구간 공사가 오래 중단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대운하 반대운동에는 범종교적 연대가 형성되었고 환경운동가들과 지식인·문화인 사회에도 만만치 않은 저지운동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그런 반대를 물리치고 밀어붙일 것인가. 그렇게 해서 ‘경제’를 얻은들 그것이 진정한 국민의 몫이 되겠는가.
문 창 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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