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납품단가 현실화 외면말라”

지역내일 2008-03-03
중소기업,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적자경영에 내몰려
주물업계, 대기업 조치 없을 때 7일 납품중단 계획

중소기업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수년째 계속된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중소기업은 채산성 악화 수준을 넘어 공장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고유가와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중소기업이 이제는 원자재가격 고공행진으로 적자경영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원자재가격 인건비 물가 등의 인상액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납품가격 현실화 요구를 외면하거나 오히려 단가인하를 강요, 중소기업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대기업 납품중단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머리띠 동여맨 중소기업 사장 = 이명박 대통령이 첫 민생탐방으로 중소기업 방문을 준비하고 있는 하루 전인 2월 29일. 주물업계 중소기업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로 모여 들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서병문) 정기총회에 참석한 이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정기총회를 마친 주물업계 대표들은 붉은 머리띠를 동여매고 대기업을 성토했다. 머리띠에는 ‘납품단가 현실화’라는 글씨가 또렷했다.
이들은 “3월 7일까지 수요처의 가격현실화 조치가 없을 시에는 사업자등록증 반납과 납품중단도 불사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주물업계는 창업 이래 가장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주물제품 제조원가의 계속된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수요처가 원가절감 명목으로 거래구조상 약자인 중소기업의 일방적 양보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물 중소기업의 위기는 대기업의 횡포라는 것이다.
주물 중소기업인들은 “수요처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요구와 어떠한 회유에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고, 납품단가보다 낮은 부당한 가격으로 덤핑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을 결의했다.
각 지역 대표들은 ‘필사의 각오’ ‘죽느냐 사느냐’ 등의 단어를 써가며 의지를 다졌다. 서병문 이사장은 “대기업은 수조원의 흑자를 내면서도 납품단가 현실화를 외면하고 있다. 이번만은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고철가격 3배 뛰어 = 주물 중소기업인들이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수년간 주물 원자재인 선철(철광석을 녹여 만든 쇳덩어리)이나 고철(사용하고 남은 쇳조각) 가격이 급등했다.
2000년 kg당 174원이던 수입산 선철가격은 지난 2월 현재 530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주물용 고철 또한 같은 기간에 160원에서 455원으로 올라 3배 가까이 급등했다. 합금철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물제품은 자동차 조선 산업용기계 공작기계 생활가전 등의 중간재로 주요 대기업들의 1차 협력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주물업계는 경영위기에 처했다. 자동차의 브레이크 유압실린더를 제조하는 HM금속의 경우 고철 가격이 kg당 170원이 올라 매달 2억500만원 가량의 원가 부담이 생겼다.
하지만 수요처인 대기업들은 납품단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허만형 주물조합 전무는 “주요 대기업 18곳에 단가 현실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은 한 곳 뿐이었다”고 말했다.
주물 중소기업인들은 ‘납품단가 현실화’를 요구했다. 부산지역 A사 대표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며 “납품단가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다”고 우려했다.

◆ 플라스틱·레미콘도 마찬가지 =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기는 매 한가지다.
35년째 국산 완구만을 제조, 판매하는 한립토이즈의 소재규 사장은 요즘 하루 하루가 힘겹다. 1년 사이에 원자재인 프라스틱과 철판 가격이 30~40% 가량 올라 회사경영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소 사장은 “원자재 비중이 회사매출의 50~60%를 차지하는데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손해가 많다. 영업이익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소씨는 “완구가 내수상품이다 보니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는 탓에 완구업계에서는 사업 못하겠다고 아우성”고 전했다.
플라스틱 제조업체들도 원가부담가중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플라스틱 제품의 원재료인 합성수지 가격이 2004년 중반 폭등한 이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기업에 속하는 합성수지업체들이 가격담합이나 내수물량 공급량 조절, 수출가격보다 높은 내수가격 책정 등의 방법을 고수해 플라스틱 중소기업 제조업체들은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들은 원료가격을 알지 못한 채 구매하고, 원료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2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국제유가 급등에도 평균 10%대가 넘는 순이익을 달성한 반면 중소제조업체 수익률은 손익분기점에 미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건설업체에 납품하는 중소 레미콘 업체는 연쇄부도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 가량 인상된 시멘트가격이 올해도 15%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초 ㎥당 1만3000원이던 골재가격 역시 2월 현재 2만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레미콘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아졌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지난 2003년 1㎥당 5만원대 초반이던 가격은 현재 5만원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이 거대한 물량조절을 통해 중소 레미콘 업체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레미콘 업체 21곳이 부도가 났고, 40여 업체가 자진폐업이나 회사매각 절차를 밟았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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