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파이팅!
이현숙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홍보팀장)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한 지 18년, 늘 고객만족과 경영혁신을 부르짖는 기관에 몸담고 있으면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한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아직 사회 초년병으로 의욕은 넘치되 일의 머리와 끝을 제대로 가늠 못해 분주하기만하고 마무리에 늘 쫓기던 시절, 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하게되었다. 요즘이야 설문조사 시스템도 갖추었고 용역으로 맡기기도 하지만 15~16년 전 일이니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기업의 애로사항 조사를 통해 기술개발 지원정책에 반영하려는 취지였으나 그 방법과 설문내용 자체는 상당히 엉성했다. 중소기업 리스트를 발췌해서 무작위로 전화를 걸고 “여기는 ○○연구소인데, 기업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뭔가요?”하고 물었던 것이니 …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뜨거워진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첫 번째 기업의 직원이 “제일 어려운 점이 바로 당신들처럼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묻는 것”이라며 "쓸데없는 전화질 말고 귀찮게 안 하는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전화를 덜컥 끊어 버렸다. 순간적으로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지금 같으면 “오호~ 절대 도움 같은 건 필요 없으시다? 그래! 두고 보겠어!” 하며 빨간 펜 두줄 그어 책상 위에 붙여 라도 놓겠지만 당시에는 같은 부서 선배에게 “어떡해요~” 하며 울먹였다.
그날 밤 곰곰 생각하며 ‘그래! 오죽하면 우리 같은 기관을 고마워하기보다 귀찮은 존재로 생각할까, 정말 도움이 되는 기관이 되서 나중에 미안한 마음이 무진장 들게 해주자’라며 혼자 즐거워했다. 그날 이후 맡은 일이 무엇이건 그 일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러가면서 세월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나는 늘 ‘갑’의 입장에서 기업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니 ‘을’인 그들은 당연히 우리를, 나를, 정부를, 고마운 존재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안 그때의 그 반성, 자신과의 약속을 잊어버린 것 같다.
당연한 일을 제대로 파악 못하는 기업들을 슬슬 짜증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으며 심지어 전화 통화는 건방을 떠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는 일이 맨날 똑같은 걸 뭐 … 나만 이러는 것도 아닌데’라는 매너리즘 + 패배주의에 젖어들 무렵, 마침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일기장을 검사하다가 그만 픽~ 웃어버렸다.
똑같은 일상, 뭐 특별할 것 없는 나날 … 그러나 모두가 마음먹기 나름인 것이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일기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었다.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1학년 생활, 입학에서 반년밖에 지나지 않은 일과가 뭐 그리 다른 게 있겠는가.
모두가 마음먹기 나름이다. 우리 자신이 입사 했을 때의 처음 그 감사함, 열정으로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쳐본다. 처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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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홍보팀장)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한 지 18년, 늘 고객만족과 경영혁신을 부르짖는 기관에 몸담고 있으면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한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아직 사회 초년병으로 의욕은 넘치되 일의 머리와 끝을 제대로 가늠 못해 분주하기만하고 마무리에 늘 쫓기던 시절, 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하게되었다. 요즘이야 설문조사 시스템도 갖추었고 용역으로 맡기기도 하지만 15~16년 전 일이니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기업의 애로사항 조사를 통해 기술개발 지원정책에 반영하려는 취지였으나 그 방법과 설문내용 자체는 상당히 엉성했다. 중소기업 리스트를 발췌해서 무작위로 전화를 걸고 “여기는 ○○연구소인데, 기업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뭔가요?”하고 물었던 것이니 …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뜨거워진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첫 번째 기업의 직원이 “제일 어려운 점이 바로 당신들처럼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묻는 것”이라며 "쓸데없는 전화질 말고 귀찮게 안 하는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전화를 덜컥 끊어 버렸다. 순간적으로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지금 같으면 “오호~ 절대 도움 같은 건 필요 없으시다? 그래! 두고 보겠어!” 하며 빨간 펜 두줄 그어 책상 위에 붙여 라도 놓겠지만 당시에는 같은 부서 선배에게 “어떡해요~” 하며 울먹였다.
그날 밤 곰곰 생각하며 ‘그래! 오죽하면 우리 같은 기관을 고마워하기보다 귀찮은 존재로 생각할까, 정말 도움이 되는 기관이 되서 나중에 미안한 마음이 무진장 들게 해주자’라며 혼자 즐거워했다. 그날 이후 맡은 일이 무엇이건 그 일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
그렇게 10여년이 흘러가면서 세월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나는 늘 ‘갑’의 입장에서 기업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니 ‘을’인 그들은 당연히 우리를, 나를, 정부를, 고마운 존재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안 그때의 그 반성, 자신과의 약속을 잊어버린 것 같다.
당연한 일을 제대로 파악 못하는 기업들을 슬슬 짜증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으며 심지어 전화 통화는 건방을 떠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는 일이 맨날 똑같은 걸 뭐 … 나만 이러는 것도 아닌데’라는 매너리즘 + 패배주의에 젖어들 무렵, 마침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일기장을 검사하다가 그만 픽~ 웃어버렸다.
똑같은 일상, 뭐 특별할 것 없는 나날 … 그러나 모두가 마음먹기 나름인 것이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일기장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었다.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1학년 생활, 입학에서 반년밖에 지나지 않은 일과가 뭐 그리 다른 게 있겠는가.
모두가 마음먹기 나름이다. 우리 자신이 입사 했을 때의 처음 그 감사함, 열정으로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쳐본다. 처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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