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참여시 소규모 지역부터 시범적용 필요
정부는 공공택지개발에 민간업체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공공기관과 민간업체간 경쟁을 통해 택지비를 인하해 분양가를 10%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충분한 보완책 없이 추진된다면 자칫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 2회에 걸쳐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분양가 인하를 위해 민간기업이 공공택지개발에 참여한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 민간건설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크게 두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민간은 시공만 하는 방안이다. 국가가 지구지정과 개발계획 수립, 보상까지 담당하고, 조성공사 및 공급을 민간이 담당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가 지구지정만 맡는 방법이다. 국가가 지구지정과 개발계획만 책임지고 민간은 실시계획 및 시공·분양업무 등 지구지정 이후의 모든 업무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첫째 안은 정부가 택지를 지정하고, 국토연구원 등에서 각종 영향평가와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국가가 토지를 수용한다. 그 후 토공, 주공, 지방공사와 민간 모두가 참여하는 자유경쟁입찰을 통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사를 설립하고, PM사는 발주처인 정부를 대신해 설계, 시공사 선정, 분양업무를 수행한다.
이 방식은 시공단계에서만 민간이 참여하므로 비교적 참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금처럼 국가가 택지공급을 담당함에 따라 양질의 택지공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계획수립과 실시설계, 시공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설계변경, 관계 기관간 중복협의, 행정력 낭비 등의 우려가 있다. 또 조성원가 인하요인이 약하다. 이 방식대로라면 지금의 턴키방식 및 적격심사제 입찰을 최저가 입찰제로 변경해 시행해도 가격인하 효과는 약 3%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재의 방식보다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계획은 실행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선·발전되는 것인데 계획만 계속 실행할 경우 계획과 실행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것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개발계획 수립 후 PM회사를 선정하는 두번째 방안은 중앙정부에서 택지를 지정한 뒤 공공, 민간기업간 경쟁을 통해 PM을 선정해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지구지정 후 계획·보상·시공·분양 업무를 PM사가 총괄해 수행하므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민간기업이 토지이용계획 수립단계부터 참여하므로 원가인하 효과가 크다.
반면, 민간에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수익성 위주의 토지이용계획 수립으로 도시기반시설이 취약해질 우려도 있다. 게다가 개발이익을 얻기 어려운 지방권 등은 외면받을 가능성도 많다.
두 방안 말고도 민간이 아예 지구지정 및 계획수립 단계부터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전문가 반응 엇갈려 = 택지개발사업은 토지이용계획변경 등으로 개발이익이 발생한다. 공공기관은 개발이익을 기반시설확충, 낙후지역개발, 국가균형발전사업에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기업은 다르다. 민간기업은 가능한 개발이익을 많이 남겨 기업에 귀속시키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민간에게 택지개발 참여를 허용여부는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도 민간참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쟁을 통해 주택만 명품이 있는 게 아니라 택지도 명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개발이익 환수와 관련 “분양가 상한제가 있기 때문에 무리한 이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손재영 건국대(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은 대규모 택지공사나 신도시급 토지개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지만 공공과 민간이 경쟁하면 공급가격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정부든 민간이든 참여자가 많아지는 것은 좋다”면서도 “민간에 토지수용권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면서도 “너무 민간중심으로 가면 공공시설 등이 빈약해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결국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예 민간참여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전강수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대구가톨릭대 교수)은 “정부정책은 토공 등 공공기관이 먹던 개발이익을 민간에게 먹이겠다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은 이익을 공적사업에 사용했지만 민간업체는 고스란히 다 먹는다”고 반대했다. 전 위원장은 “분양가를 낮추려면 공공기관 경영을 투명하게 하면 된다”며 “민간업자를 참여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변창흠 세종대(행정학과) 교수도 “민간이 공공택지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개발이익을 민간에 나눠주는 형태가 돼서는 곤란하다”며 “이것은 공공개발이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간부문이 어느 단계부터 참여하던 간에 택지개발사업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을 통한 택지조성비 및 분양가 인하’라는 민간 공공택지개발 참여정책의 사회적 정당성은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논란이 많은 만큼 소규모 지역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해 시행착오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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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공공택지개발에 민간업체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공공기관과 민간업체간 경쟁을 통해 택지비를 인하해 분양가를 10%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충분한 보완책 없이 추진된다면 자칫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 2회에 걸쳐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분양가 인하를 위해 민간기업이 공공택지개발에 참여한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 민간건설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크게 두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민간은 시공만 하는 방안이다. 국가가 지구지정과 개발계획 수립, 보상까지 담당하고, 조성공사 및 공급을 민간이 담당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가가 지구지정만 맡는 방법이다. 국가가 지구지정과 개발계획만 책임지고 민간은 실시계획 및 시공·분양업무 등 지구지정 이후의 모든 업무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첫째 안은 정부가 택지를 지정하고, 국토연구원 등에서 각종 영향평가와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국가가 토지를 수용한다. 그 후 토공, 주공, 지방공사와 민간 모두가 참여하는 자유경쟁입찰을 통해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사를 설립하고, PM사는 발주처인 정부를 대신해 설계, 시공사 선정, 분양업무를 수행한다.
이 방식은 시공단계에서만 민간이 참여하므로 비교적 참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금처럼 국가가 택지공급을 담당함에 따라 양질의 택지공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계획수립과 실시설계, 시공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설계변경, 관계 기관간 중복협의, 행정력 낭비 등의 우려가 있다. 또 조성원가 인하요인이 약하다. 이 방식대로라면 지금의 턴키방식 및 적격심사제 입찰을 최저가 입찰제로 변경해 시행해도 가격인하 효과는 약 3%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재의 방식보다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계획은 실행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선·발전되는 것인데 계획만 계속 실행할 경우 계획과 실행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것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개발계획 수립 후 PM회사를 선정하는 두번째 방안은 중앙정부에서 택지를 지정한 뒤 공공, 민간기업간 경쟁을 통해 PM을 선정해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지구지정 후 계획·보상·시공·분양 업무를 PM사가 총괄해 수행하므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민간기업이 토지이용계획 수립단계부터 참여하므로 원가인하 효과가 크다.
반면, 민간에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수익성 위주의 토지이용계획 수립으로 도시기반시설이 취약해질 우려도 있다. 게다가 개발이익을 얻기 어려운 지방권 등은 외면받을 가능성도 많다.
두 방안 말고도 민간이 아예 지구지정 및 계획수립 단계부터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전문가 반응 엇갈려 = 택지개발사업은 토지이용계획변경 등으로 개발이익이 발생한다. 공공기관은 개발이익을 기반시설확충, 낙후지역개발, 국가균형발전사업에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기업은 다르다. 민간기업은 가능한 개발이익을 많이 남겨 기업에 귀속시키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민간에게 택지개발 참여를 허용여부는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도 민간참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쟁을 통해 주택만 명품이 있는 게 아니라 택지도 명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개발이익 환수와 관련 “분양가 상한제가 있기 때문에 무리한 이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손재영 건국대(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은 대규모 택지공사나 신도시급 토지개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지만 공공과 민간이 경쟁하면 공급가격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정부든 민간이든 참여자가 많아지는 것은 좋다”면서도 “민간에 토지수용권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면서도 “너무 민간중심으로 가면 공공시설 등이 빈약해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결국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예 민간참여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전강수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대구가톨릭대 교수)은 “정부정책은 토공 등 공공기관이 먹던 개발이익을 민간에게 먹이겠다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은 이익을 공적사업에 사용했지만 민간업체는 고스란히 다 먹는다”고 반대했다. 전 위원장은 “분양가를 낮추려면 공공기관 경영을 투명하게 하면 된다”며 “민간업자를 참여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변창흠 세종대(행정학과) 교수도 “민간이 공공택지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개발이익을 민간에 나눠주는 형태가 돼서는 곤란하다”며 “이것은 공공개발이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민간부문이 어느 단계부터 참여하던 간에 택지개발사업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을 통한 택지조성비 및 분양가 인하’라는 민간 공공택지개발 참여정책의 사회적 정당성은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논란이 많은 만큼 소규모 지역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해 시행착오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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