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식 금융전문가과정 인기 ... 회사 요구따라 교과과정 만들어
기존 금융전문가과정 미달 ... 교수들 인원 채우기 급급
“금융전문과정, 기업에서 보내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유일의 금융전문대학원인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모 대학에서 직원들을 보내달라고 해서 MBA과정에 매년 10명 가까이 보내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CEO의 말이다.
대학에서 금융사 CEO를 찾아가 직원들을 보내달라고 ‘마케팅’을 해야 겨우 정원을 채울 정도다. MBA는 매년 수천만원의 수업료가 들기 때문에 금융사로서도 쉽게 보내주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금융사의 금융인재양성에 대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융전문가 과정 만족도 ‘글쎄’ = 카이스트 금융전문가과정의 인기가 생각처럼 높지 않았다. 카이스트의 모 교수는 “MBA, 금융전문가과정에 들어오기 어렵지 않다”며 “밖에서 알려진 것처럼 경쟁률이 높지 않고 특히 금융전문가과정은 회사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이스트 금융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는 인원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전형인원도 축소분위기다. 지난해에 50명내외를 뽑겠다고 했지만 실제 들어간 사람은 30명을 넘지 못했다. 올해도 40명내외의 학생을 받겠다고 했지만 입학식에 참여한 사람은 20명정도다.
왜 이렇게 인기가 없을까.
교과과정에 대한 불만과 학업에 대한 부담, 여유없는 인력구조 등이 지목됐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한 삼성증권 김 모 대리는 “이론적인 부분에 치중돼 있고 실무가 부족하다”며 “구조화 채권같은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게 중요한데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카이스트 등은 실무쪽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회사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럽다는 투다.
MBA는 2년동안 휴직을 해야 하고 금융전문가과정도 금요일과 토요일에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공백이 적지 않다는 점도 금융전문가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홍대희 우리은행 부행장은 “금융사들이 인력을 여유있게 뽑지 않기 때문에 한두명이 빠져나가면 인력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특히 금융전문과정을 이수하려는 사람일수록 핵심인력이기 때문에 이들이 업무를 중단하거나 소홀히 할 경우엔 차질이 많아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신한은행 이 모 과장은 “금융전문가를 영입하거나 교육을 시킨 이후에 관련된 일을 하도록 배치하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사업영역을 넓혀야 인재를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교육받은 사람들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곧바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증권업협회에서 이번에 카이스트와 손잡고 만든 과정에도 30명 뽑는데 46명 지원하는 데 그쳤다.
황락성 증협 연수운영팀장은 “46명이 적어 보이지만 증권사 인력여건을 볼 때 적지 않은 신청이며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금융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증권업계 모 팀장은 “금융전문가과정 참가자들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어 교수들이 나서 자리를 채워야 하는 실정”이라며 “금융사들이 빡빡한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어 쉽게 교육인력을 빼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부 실무 교수진 찾기 어렵다 = 기업에서는 이론과 함께 실무교육을 원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진은 정식 교수와 초빙교수를 합쳐 14명이다. 금융전문가과정의 교수는 28명이고 외부강사는 18명이다. 외부강사의 면면을 보면 금융감독원, 국토연구원, 삼성증권, 삼성투신, 법무법인 한승, 금융연구원, 대우증권, 마이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전문가가 10명이다. 외국계 강사들은 ABN암로, 리만브라더스, 골드만삭스, 맥킨지앤컴퍼니 등에 근무하고 있는 임원급이 대부분이었다. 외국인은 한 명이었다.
모 대학 경영대학장은 “외부에서 실무전문가를 모셔오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외국계의 경우 노하우는 기업비밀에 속하고 개인의 몸값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실무교육을 통해 이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석승훈 카이스트 교수는 “제한된 네트워크 내에서 적절한 강사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들을 섭외한다해도 실무적인 업무를 깊이있게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맞춤식 ‘산학협동교육’ 어떤 게 있나 = 과거 조흥은행이 카이스트와 같이 산학협동 교육프로그램을 만든 이후 지난해 한국금융지주, 올해 우리금융지주, 증권업협회가 각각 금융전문가 과정을 ‘산학협동’으로 만들었다.
한국금융지주-카이스트 금융전문가 과정은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과정으로 개설됐다. 금융그룹안의 4개사에 할당해 30여명이 참여토록 했다. 격년제로 개설키로 했다.
올해 처음 개설된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카이스트 금융 아카데미’엔 44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25명으로 가장 많고 우리투자증권 7명, 광주은행 4명, 우리금융지주 2명이 뒤를 이었다. 경남은행 우리파이낸셜, 우리CS자산운용 등 계열사 5개엔 각 1명씩 배분됐다. 강사진은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와 우리금융그룹 각 계열사의 직무전문가 및 외부 금융전문가로 만든었다.
‘증권업협회-카이스트 파이낸셜 엔지니어링 최고 전문가과정’은 아직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3월 25일부터 시작한다. 30명정도를 뽑을 예정이며 협회 적립금으로 비용을 부담, 증권사 직원은 공짜로 배울 수 있다. 증협은 현장 적용력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카이스트 교수진과 관련분야 현업전문가를 강사진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평일 야간강의 형태로 여의도 증권연수원에서 진행된다.
◆왜 맞춤식인가 = 맞춤식 산학협동교육은 회사의 처지와 목표에 맞춰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국금융지주는 논문을 자신들의 업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주제를 정하도록 해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실제로 연구결과가 업무에 반영된 사례도 있었다.
정홍곤 우리금융 수석부부장은 “카이스트에서 기업실정에 맞춰 교육과정을 짜줘 매우 유용하다”며 “특히 우리금융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교육을 우리금융의 직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가르치게 돼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증권업협회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다양한 신상품 개발, 운용, 판매를 위한 전문인력 수요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짰다. 특히 증협은 업계 종사자 중심으로 자문위원단을 만들어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진행하는데 업계의 의견을 반영했다.
카이스트 석 교수는 “교과과정을 수요자 요구대로 만들었다”며 “먼저 기업의 요구를 들고 기존의 프로그램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 이후가 중요하다 = 기업과 학교, 모두 교육 이후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6개월~2년까지 배웠더라도 이를 실무에서 적용하지 않으면 쓸모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교육이수자들에 대한 특별관리가 조직적으로 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 관계자는 “맞춤식 산학협동 교육과정이 시작된 지 얼마돼 있지 않아 인력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그러나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은 비슷한 과정을 추가로 더 하려고 하고 있으며 회사 입장에서도 우선적으로 관련 업무를 맡기거나 MBA 등 한단계 높은 연수를 보내는 기초자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회사에서 교육이후 계속적인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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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금융전문가과정 미달 ... 교수들 인원 채우기 급급
“금융전문과정, 기업에서 보내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유일의 금융전문대학원인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모 대학에서 직원들을 보내달라고 해서 MBA과정에 매년 10명 가까이 보내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CEO의 말이다.
대학에서 금융사 CEO를 찾아가 직원들을 보내달라고 ‘마케팅’을 해야 겨우 정원을 채울 정도다. MBA는 매년 수천만원의 수업료가 들기 때문에 금융사로서도 쉽게 보내주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금융사의 금융인재양성에 대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융전문가 과정 만족도 ‘글쎄’ = 카이스트 금융전문가과정의 인기가 생각처럼 높지 않았다. 카이스트의 모 교수는 “MBA, 금융전문가과정에 들어오기 어렵지 않다”며 “밖에서 알려진 것처럼 경쟁률이 높지 않고 특히 금융전문가과정은 회사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이스트 금융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는 인원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전형인원도 축소분위기다. 지난해에 50명내외를 뽑겠다고 했지만 실제 들어간 사람은 30명을 넘지 못했다. 올해도 40명내외의 학생을 받겠다고 했지만 입학식에 참여한 사람은 20명정도다.
왜 이렇게 인기가 없을까.
교과과정에 대한 불만과 학업에 대한 부담, 여유없는 인력구조 등이 지목됐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한 삼성증권 김 모 대리는 “이론적인 부분에 치중돼 있고 실무가 부족하다”며 “구조화 채권같은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게 중요한데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카이스트 등은 실무쪽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회사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럽다는 투다.
MBA는 2년동안 휴직을 해야 하고 금융전문가과정도 금요일과 토요일에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공백이 적지 않다는 점도 금융전문가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홍대희 우리은행 부행장은 “금융사들이 인력을 여유있게 뽑지 않기 때문에 한두명이 빠져나가면 인력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특히 금융전문과정을 이수하려는 사람일수록 핵심인력이기 때문에 이들이 업무를 중단하거나 소홀히 할 경우엔 차질이 많아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신한은행 이 모 과장은 “금융전문가를 영입하거나 교육을 시킨 이후에 관련된 일을 하도록 배치하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사업영역을 넓혀야 인재를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교육받은 사람들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곧바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증권업협회에서 이번에 카이스트와 손잡고 만든 과정에도 30명 뽑는데 46명 지원하는 데 그쳤다.
황락성 증협 연수운영팀장은 “46명이 적어 보이지만 증권사 인력여건을 볼 때 적지 않은 신청이며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금융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증권업계 모 팀장은 “금융전문가과정 참가자들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어 교수들이 나서 자리를 채워야 하는 실정”이라며 “금융사들이 빡빡한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어 쉽게 교육인력을 빼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부 실무 교수진 찾기 어렵다 = 기업에서는 이론과 함께 실무교육을 원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진은 정식 교수와 초빙교수를 합쳐 14명이다. 금융전문가과정의 교수는 28명이고 외부강사는 18명이다. 외부강사의 면면을 보면 금융감독원, 국토연구원, 삼성증권, 삼성투신, 법무법인 한승, 금융연구원, 대우증권, 마이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전문가가 10명이다. 외국계 강사들은 ABN암로, 리만브라더스, 골드만삭스, 맥킨지앤컴퍼니 등에 근무하고 있는 임원급이 대부분이었다. 외국인은 한 명이었다.
모 대학 경영대학장은 “외부에서 실무전문가를 모셔오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외국계의 경우 노하우는 기업비밀에 속하고 개인의 몸값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실무교육을 통해 이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석승훈 카이스트 교수는 “제한된 네트워크 내에서 적절한 강사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들을 섭외한다해도 실무적인 업무를 깊이있게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맞춤식 ‘산학협동교육’ 어떤 게 있나 = 과거 조흥은행이 카이스트와 같이 산학협동 교육프로그램을 만든 이후 지난해 한국금융지주, 올해 우리금융지주, 증권업협회가 각각 금융전문가 과정을 ‘산학협동’으로 만들었다.
한국금융지주-카이스트 금융전문가 과정은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과정으로 개설됐다. 금융그룹안의 4개사에 할당해 30여명이 참여토록 했다. 격년제로 개설키로 했다.
올해 처음 개설된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카이스트 금융 아카데미’엔 44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25명으로 가장 많고 우리투자증권 7명, 광주은행 4명, 우리금융지주 2명이 뒤를 이었다. 경남은행 우리파이낸셜, 우리CS자산운용 등 계열사 5개엔 각 1명씩 배분됐다. 강사진은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교수와 우리금융그룹 각 계열사의 직무전문가 및 외부 금융전문가로 만든었다.
‘증권업협회-카이스트 파이낸셜 엔지니어링 최고 전문가과정’은 아직 공모절차를 진행 중이다. 3월 25일부터 시작한다. 30명정도를 뽑을 예정이며 협회 적립금으로 비용을 부담, 증권사 직원은 공짜로 배울 수 있다. 증협은 현장 적용력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카이스트 교수진과 관련분야 현업전문가를 강사진으로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평일 야간강의 형태로 여의도 증권연수원에서 진행된다.
◆왜 맞춤식인가 = 맞춤식 산학협동교육은 회사의 처지와 목표에 맞춰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한국금융지주는 논문을 자신들의 업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주제를 정하도록 해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실제로 연구결과가 업무에 반영된 사례도 있었다.
정홍곤 우리금융 수석부부장은 “카이스트에서 기업실정에 맞춰 교육과정을 짜줘 매우 유용하다”며 “특히 우리금융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교육을 우리금융의 직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가르치게 돼 큰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증권업협회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다양한 신상품 개발, 운용, 판매를 위한 전문인력 수요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짰다. 특히 증협은 업계 종사자 중심으로 자문위원단을 만들어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진행하는데 업계의 의견을 반영했다.
카이스트 석 교수는 “교과과정을 수요자 요구대로 만들었다”며 “먼저 기업의 요구를 들고 기존의 프로그램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 이후가 중요하다 = 기업과 학교, 모두 교육 이후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6개월~2년까지 배웠더라도 이를 실무에서 적용하지 않으면 쓸모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교육이수자들에 대한 특별관리가 조직적으로 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 관계자는 “맞춤식 산학협동 교육과정이 시작된 지 얼마돼 있지 않아 인력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그러나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은 비슷한 과정을 추가로 더 하려고 하고 있으며 회사 입장에서도 우선적으로 관련 업무를 맡기거나 MBA 등 한단계 높은 연수를 보내는 기초자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회사에서 교육이후 계속적인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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