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로서 당신에게 표를 던지겠습니까?

지역내일 2008-03-31

(서강대 정외과 이현우)

정치판을 제외하곤 모든 영역에서 오래전부터 소비자 만족을 넘어 소비자 감동의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직 정치판만이 독과점 시장의 전형적인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안이 없을 텐데 어쩔 것이냐고 유권자들을 비웃는 것 같다.
나처럼 선거를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학생들에게 정치의 이론과 현실의 괴리만을 털어놓아야 하는 끔찍한 3월이다. 한국에서 정당은 정치적 이념이 같은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라, 공천을 받기 위해 모여들고, 공천을 받지 못하면 떠나면 그만인 싸구려 여인숙 같은 곳이다.
유권자들은 세 가지 범주의 정보를 가지고 후보자를 선택한다. 소속정당, 후보자 개인의 자질 그리고 선거이슈가 바로 그것이다. 통합민주당이 최대의석으로 공천자들은 기호 1번을 배정받았지만 동정표에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모두 한나라당의 수중에 있기 때문에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통합민주당이 유권자에게 내민 명분이다. 야당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핵심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때와 차별되는 국회의원선거 전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냥 대통령선거의 승리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계산같이 보인다.
대선 때 대통합민주신당과 지금의 통합민주당은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하나 혹은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하나 유권자들은 헷갈린다. 정당의 기능이 상품의 상표처럼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유권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변경된 당명을 따라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한나라당은 일관성(?) 있게 구정치의 전통을 유지하여 유권자들을 충분히 실망시켜준다. 10년을 야당으로 지내고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선거승리 비결을 알만도 하건만 참으로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선진당은 후보자 충원에서 이삭줍기가 나쁜 것이냐고 유권자들에게 반문할 때 정당의 정체성과 자존심이 바닥나버렸다. 불행히도 거대정당의 미진함을 소수정당도 그대로 답습한다.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 교과서적 정당으로 평가받았던 민주노동당도 선거를 앞두고 쪼개졌다. 나름대로는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의 정당구도를 보았을 때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데 분당이 최선인지 묻고 싶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당들이 공천한 후보를 뽑을 만큼 정당의 정체성이나 신뢰도가 높지 못하다.
이 정도의 정당들이니 이들이 내놓은 공약은 안 봐도 삼천리다. 석 달 전 대선에서 모든 아이디어를 다 소진했는지 국회의원 선거공약이 전국적으로는 대통령선거 때 공약과 다르지 않고 지역적으로는 기초단체장 선거공약과 비슷하다. 중앙선관위와 시민단체가 매니페스토 운동을 부르짖지만 정당들이 그럴 능력과 의사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지정당이 없는 유권자가 절반이 넘고, 정치인들은 당선된 이후에는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8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대체로 국가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10%나 되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 찍을만한 후보가 없어서 기권했다는 기권자가 40%가 넘고, 대표를 뽑는 것보다 개인적인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권자 역시도 또 40%나 된다. 결국 대다수의 기권자들은 매력 있는 후보를 찾지 못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율 제고를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손쉬운 방법이 있다. 투표용지 선택란에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란을 만드는 것이다. 정치에 실망해서 기권했던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유권자들이 후보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 이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면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솔직히 당신은 기표소에서 자신에게 자신 있게 한 표를 던질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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