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유동성 ‘숙주’, 서브프라임 ‘돌연변이’ 낳아금융서 실물로 옮겨 붙어 ... 주택가격 침체, 경제전반으로 빠르게 확산‘유아독존’ 지위 흔들 ... 금리인하 처방, 유가 상승 부추겨 ‘부메랑’
서브프라임 부실여파가 세계경제의 거함 ‘미국호’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군데군데 물이 새는 등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정도로 피해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잠시 요동치다 말 줄 알았던 비바람은 폭풍을 몰고 오려는 신호였다.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유럽 중앙은행 등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급 유동성 공급으로 막았을 때만 해도 진정될 것으로 보고 과거 20년전의 블랙먼데이나 10년전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주택가격 하락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사태는 결국 쌍둥이 적자로 둘러쳐져 있는 미국 경제의 취약점을 파고들어가 과잉유동성으로 곪아있던 종기를 터뜨렸다. 금융불안은 곧바로 미국 실물경기를 악화시켰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었던 금리인하는 달러 약세와 유가 등 원자재가격 폭등을 유발시켰다. 미국 경제는 고용악화와 물가상승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스태크플레이션(저성장 국면에서의 물가 상승 현상) 우려마저 현실화되고 있다. 투자와 소비심리 불안은 결국 기업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잉 유동성이 서브프라임 사태 불러 = 서브프라임 사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과잉유동성으로 자산가치가 급격하게 올라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일본의 저금리를 활용한 달러캐리트레이드와 엔캐리트레이드가 전세계로 번져나갔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도 한 몫 했다.
세계 자금흐름규모가 2000년대 들어 1990년대 1~2조달러보다 2~3배 많은 5~6조달러로 급증했다. 헤지펀드수는 95년말 2800개에서 2005년말엔 8500개로 3배 늘었고 운용자산은 970억달러에서 1조1300억달러로 12배 증가했다.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는 2006년에 8115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순대외채무는 2조5396억달러로 GDP(국내총생산)의 6.1%에 달했다. 이 돈이 세계시장을 넘나들며 투자에 들어가 자산버블을 일으켰고 미국내에도 돈이 풍부해졌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올랐고 미국경제엔 물가상승부담으로 돌아왔다.
◆우습게 넘긴 주택가격 하락 = 풍부해진 유동성은 미국의 자산가치를 높여놨다.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저금리를 이용한 대출도 확대됐다. 미국의 가계부채가 지난해 3분기말현재 13조6000억달러로 GDP의 99.9%까지 올랐다. 사상최고수준이다.
지난해 미국 주택가격이 2~4% 하락했다. 주택판매도 신축주택은 20% 이상, 기존주택은 10% 이상 감소했다. 올해에도 주택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주택가격 하락이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60~2005년중 주택경기 침체가 9번 발생했고 이중 6번이 전체 경기침체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렁에 빠진 미국 = 주택경기 침체가 실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고용 악화, 가계소득 둔화,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농업 고용은 2개월 연속 줄었다. 1월중엔 2만2000명 감소했고 2월엔 6만3000명 줄었다. 2월 시간당 임금도 전년동월대비 3.7% 상승에 그쳐 2006년 3월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원유는 배럴당 110달러에 근접했고 가계의 에너지비용이 확대됐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센트 상승할 경우 가계 지출부담은 연간 10~13억달러나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한달동안 휘발유가격은 23센트 올랐다.
고용 증가세 둔화, 에너지 지출부담 증가, 주택가격과 주가하락으로 소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리만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경기침체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국면은 미국의 세계경제 통제력을 떨어뜨려 달러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은 또다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미국경제를 더욱 압박하는 악순환고리를 만들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하로 버티고 있지만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게 되면 미국은 더 이상 쓸만한 카드가 없는게 현실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부장은 “미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 쓸 수 있는 부양정책을 다 내놓고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재정적자를 더 늘릴 수 없고 실질금리마저 제로금리에 가깝게 됨에 따라 통화정책 역시 사용하기 어렵게 돼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미국경제는 심각한 수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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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부실여파가 세계경제의 거함 ‘미국호’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군데군데 물이 새는 등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정도로 피해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잠시 요동치다 말 줄 알았던 비바람은 폭풍을 몰고 오려는 신호였다.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유럽 중앙은행 등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급 유동성 공급으로 막았을 때만 해도 진정될 것으로 보고 과거 20년전의 블랙먼데이나 10년전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파산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주택가격 하락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사태는 결국 쌍둥이 적자로 둘러쳐져 있는 미국 경제의 취약점을 파고들어가 과잉유동성으로 곪아있던 종기를 터뜨렸다. 금융불안은 곧바로 미국 실물경기를 악화시켰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었던 금리인하는 달러 약세와 유가 등 원자재가격 폭등을 유발시켰다. 미국 경제는 고용악화와 물가상승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스태크플레이션(저성장 국면에서의 물가 상승 현상) 우려마저 현실화되고 있다. 투자와 소비심리 불안은 결국 기업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잉 유동성이 서브프라임 사태 불러 = 서브프라임 사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다.
과잉유동성으로 자산가치가 급격하게 올라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일본의 저금리를 활용한 달러캐리트레이드와 엔캐리트레이드가 전세계로 번져나갔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도 한 몫 했다.
세계 자금흐름규모가 2000년대 들어 1990년대 1~2조달러보다 2~3배 많은 5~6조달러로 급증했다. 헤지펀드수는 95년말 2800개에서 2005년말엔 8500개로 3배 늘었고 운용자산은 970억달러에서 1조1300억달러로 12배 증가했다. 미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는 2006년에 8115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순대외채무는 2조5396억달러로 GDP(국내총생산)의 6.1%에 달했다. 이 돈이 세계시장을 넘나들며 투자에 들어가 자산버블을 일으켰고 미국내에도 돈이 풍부해졌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올랐고 미국경제엔 물가상승부담으로 돌아왔다.
◆우습게 넘긴 주택가격 하락 = 풍부해진 유동성은 미국의 자산가치를 높여놨다.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저금리를 이용한 대출도 확대됐다. 미국의 가계부채가 지난해 3분기말현재 13조6000억달러로 GDP의 99.9%까지 올랐다. 사상최고수준이다.
지난해 미국 주택가격이 2~4% 하락했다. 주택판매도 신축주택은 20% 이상, 기존주택은 10% 이상 감소했다. 올해에도 주택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주택가격 하락이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60~2005년중 주택경기 침체가 9번 발생했고 이중 6번이 전체 경기침체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렁에 빠진 미국 = 주택경기 침체가 실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고용 악화, 가계소득 둔화,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농업 고용은 2개월 연속 줄었다. 1월중엔 2만2000명 감소했고 2월엔 6만3000명 줄었다. 2월 시간당 임금도 전년동월대비 3.7% 상승에 그쳐 2006년 3월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원유는 배럴당 110달러에 근접했고 가계의 에너지비용이 확대됐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센트 상승할 경우 가계 지출부담은 연간 10~13억달러나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한달동안 휘발유가격은 23센트 올랐다.
고용 증가세 둔화, 에너지 지출부담 증가, 주택가격과 주가하락으로 소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리만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경기침체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국면은 미국의 세계경제 통제력을 떨어뜨려 달러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달러가치 하락은 또다시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미국경제를 더욱 압박하는 악순환고리를 만들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하로 버티고 있지만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게 되면 미국은 더 이상 쓸만한 카드가 없는게 현실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부장은 “미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 쓸 수 있는 부양정책을 다 내놓고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재정적자를 더 늘릴 수 없고 실질금리마저 제로금리에 가깝게 됨에 따라 통화정책 역시 사용하기 어렵게 돼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미국경제는 심각한 수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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