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사태와 ‘문명 충돌론’(신문로)

지역내일 2008-04-02
티베트사태와 ‘문명 충돌론’

박 태 상
(문화평론가 · 한국방송대 교수)

지난 3월 29일 티베트 자치구의 수도 라싸에서 새로운 시위가 벌어졌다고 AP통신과 AFP통신이 티베트 인권운동 단체 등을 인용하여 30일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중국정부가 베이징 주재 각국 외교관 중에서 15개국 외교관을 일방적으로 선정해 라싸 시찰에 나선 기간인 28~29일을 기해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이번 시위는 조캉사원과 라모체 사원 등 불교사원을 중심으로 일어났으며, “시민 수백명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구호를 외쳤다”고 자유아시아라디오(RFA)방송이 목격자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티베트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는 지난 3월 14일 라싸에서 라마 승려들을 주축으로 하여 수천명의 시민들이 가세하는 유혈 폭력사태로 치달아 망명정부 측에 의하면 99명에서 대략 13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시위촉발은 지난 3월 10일 달라이라마 망명정부 49주년을 맞아 라마 승려들이 소규모로 시위를 펼친 것이 계기가 됐다. 12일에는 칭하이성 루창사원과 간쑤성 미애라사원의 승려들로 퍼져나갔고 결국 14일의 대규모 시위로 이어져 대형 유혈참사로 막을 내렸다. 이번 사태는 북경올림픽의 성공으로 세계적 강대국으로 발돋움하려고 했던 중국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중국에 대해 ‘인권탄압의 종주국’이라는 오명을 던져주었다.
필자는 2007년 1월 중순부터 10여일 간 티베트 라싸를 방문하여 포탈라궁, 달라이라마의 여름궁전인 노블링카, 트레퐁사원, 조캉사원, 세라사원 등을 둘러보았다. 그 동안 히말라야로 둘러싸여 가기 어려웠던 길이 2006년 7월 후진타오 주석에 의해 개통된 소위 하늘철도(칭장철도)로 인해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관광지로 거듭나게 된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다.
현지에서 눈으로 또렷이 목격한 것은 라마 승려들을 중심으로 한 티베트인들의 불교문화를 통한 응집력과 오체투지 등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적 습속을 지켜나가려고 하는 자주의식, 그리고 고산병도 이겨내는 강인한 생존정신이었다.
오래전에 미래학자인 헌팅턴은 탈냉전 시대에 세계정치는 다극화, 다문명화되었다고 하면서 “문명 정체성에 다름 아닌 문화 또는 문화 정체성이 탈냉전 세계에서 전개되는 결집, 분열, 갈등의 양상을 규정한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헌팅턴이 언급한 문명충돌론은 주로 이슬람문명과 기독교문명 등의 큰 문명그룹 간의 충돌현상을 상기시킨다.
이에 비해 티베트사태는 소수민족과 중화민족 간의 갈등이라는 아주 새로운 문명충돌 양상을 띠고 발전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근대적인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적 억압, 수탈상황과 이에 맞선 민족적 저항을 떠올리게 한다는 측면에서 강대국 중국의 횡포는 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대만 주재 티베트 대표인 차이잠이 핵심을 잘 짚었듯이 이번 시위 사태의 촉발원인은 중국당국의 고압적 통치, 달라이라마 인정을 금지하는 신앙 탄압, 티베트 문화와 언어에 대한 탄압, 민족 생존에 대한 위기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한족의 대량 투입으로 티베트들의 경제적인 고사를 유도한 정책이 반감을 크게 산 것이다.
티베트는 인구가 260만 명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시짱 자치구의 면적은 중국 전체의 18.9%에 달하며 무궁무진한 자원이 지하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요건이 오히려 티베트의 분리독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티베트인들의 힘겨운 저항을 보면 마치 일제시대 안창호 선생의 준비론과 신채호 선생의 아나키즘적인 민중혁명론이 떠오른다. 최근 티베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비폭력 중도노선이냐 급진적 무장 독립투쟁이냐의 노선갈등이 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EU와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진영의 국가들이 올림픽 거부 등 중국에 대해 좀 더 과감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당국은 세계사의 교훈을 살펴볼 때 자유와 분리독립에 대한 요구는 결국 도도한 물결로 흐르게 될 것임을 명심하여 달라이라마의 자치요구를 받아들여 협상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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