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전등을 끄세요

지역내일 2008-04-03
전등을 끄세요
김수종 (언론인 전 한국일보 주필)

주말인 3월 29일 오후 7시 59분 호주 시드니의 명물인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는 찬란한 조명으로 시민과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그러나 1분 후 인구 400만의 시드니는 어둠의 도시로 변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밝아졌다.
정전사고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캠페인 ‘지구시간’(Earth Hour)의 소등(消燈) 행사 광경이었다.
지구촌의 저녁시간을 따라 방콕의 아룬 사원, 두바이의 버즈알아랍 호텔, 로마의 콜러시엄, 런던의 시청사, 스웨덴과 덴마크의 왕궁, 시카고의 시어스타워,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아름답게 수놓았던 휘황한 조명이 차례로 꺼져갔다.
이 행사를 주관한 것은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이다. 작년 호주 시드니에서 첫 행사를 갖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됐고, 올해 전 세계적으로 열린 두 번째 행사에는 150개 이상의 도시가 참여했으며 정부기관, 회사, 시민 등 수천만명이 등 끄기에 동참했다.

온난화 경고 위한 1시간 소등
말할 필요도 없이 대부분의 전등은 화력발전소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생산하는 에너지로 켜진다. 작년 시드니의 전등 끄기 행사에는 200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는데 평소에 비해 약 10%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를 냈다고 한다.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분량으로 볼 때는 ‘새 발의 피’도 못 되는 양이다. 그러나 이 행사가 노리는 것은 사람들에게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효과다.
해마다 3월쯤이면 남극에서 흘러나오는 뉴스가 있다. 지구온난화에 의한 빙하 붕괴 소식이다. 그곳 계절로 한여름이 끝나는 때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서울면적의 반 정도 되는 거대한 빙붕(氷棚 ; 대륙과 바다에 걸쳐 있는 대륙빙하)이 붕괴하며 남극바다에 파편처럼 수많은 빙산조각을 쏟아냈다.
우리나라 같은 문명세계에서는 남극은 상상 속의 대륙과 같다. 거기서 빙하가 무너지든 풀이 자라든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낀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우리의 미래를 옥죄어 오고 있다.
남극대륙의 넓이는 중국, 인도, 한반도, 일본을 합친 것보다 훨씬 넓다. 이 대륙이 평균 2000미터가 넘는 두께의 만년설로 덮여있다. 이 얼음이 모두 녹는다면 바다 수위는 약 65~70미터 높아진다. 부산은 물론 서울도 바다 밑으로 사라진다. 1000년 안에 남극 만년설이 다 녹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인류를 물의 재앙에 허덕이게 하는 데는 해수면이 1미터만 상승해도 충분하다. 과학자들이 작성한 시나리오를 보면 금세기 90여년 안에 이런 일이 발생할 확률은 대단히 높다.
지구가 현재 추세로 뜨거워지면 남·북극과 고산빙하가 급속히 녹을 뿐만 아니라 바다 자체가 더워지면서 팽창한다. 바다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재앙이지만 더워진 바닷물이 기후체계를 바꿔 인류의 안보, 경제, 보건, 생태에 극심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지구온난화의 촉매가 바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다.
선진사회나 후진사회를 막론하고 화석연료의 힘과 유혹은 너무나 강하다. 하늘을 나는 수십만대의 비행기, 바다를 수놓은 수백만대의 선박, 땅 위를 달리는 약 8억대의 자동차가 쉬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지구 대기권인들 견딜 수가 있을까.
이제 저탄소 경제 운용은 21세기 지구촌의 화두이자 최대 과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이고 역사적 누적배출량도 세계 23위에 이른다. 특히 배출량 증가속도는 OECD국가 중 1위다. 교토의정서의 의무감축 기준연도인 1990년도에 비해 2005년 배출량이 2배 증가했다.

서울시장 에코리더십 기대
우리나라의 저탄소 경제운용정책은 두 가지 이유에서 긴요하다. 첫째는 교토의정서 이후 국제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필요하고 둘째는 기후변화의 재앙을 막기 위한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할 시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가 ‘지구시간’ 이벤트에 동참하여 남산타워와 22개 한강다리의 야간조명을 1시간 동안 끈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한국사회는 ‘서울의 길’을 따라가게 되어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서울시의 선구적 역할이 요구된다. 상징이 아닌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감축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에코 리더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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