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 민심확대경] 서울 종로 2차

지역내일 2008-04-04 (수정 2008-04-04 오전 9:33:17)
바람타는 견제론 동서로 나뉜 민심
창신동 일대 “발전하려면 이번엔 바꿔야” 손학규 지지세 결집 뚜렷
평창동 일대 “그래도 한나라당 박 진” 속 젊은층 “너무 쏠려도 문제”


투표일을 6일 앞둔 3일 오후 서울 종로 선거구의 분위기는 2주일 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지난 달 20일 이곳을 찾았을 때와는 달리 “후보들의 얼굴을 직접 봤다”는 유권자가 많았고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있었다.
무엇보다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거대 여당 견제론’이 바닥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있다는 점이었다. 선거구 동쪽편인 서민 밀집지역인 창신동 일대를 중심으로 해서는 야당 지지층이 속속 결집하는 흐름이 뚜렷했다. 전통적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서쪽의 옥인동 평창동 부암동 등에서는 한나라당 박 진 후보 선호도가 좀더 높아지기는 했지만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견제 필요성’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과 함께 일부 손학규 후보 지지로 방향을 튼 주민들도 나타났다.

◆서민밀집지역 “미우나 고우나 민주당 밀어줄 것” =
창신 2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원선영(50·여)씨는 “저녁 때 몰려든 손님들 사이에선 손학규씨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박 진씨는 당을 옮긴 적이 없다’는 말도 나오지만 워낙 민주당 지지가 강한 곳이라 두 사람이 서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파트 뒤편에서 창신시장 쪽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소규모 가내형 공장들이 빡빡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직원 12명을 두고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정병춘(55) 사장은 호남출신으로 20년째 거주하고 있다. 정 사장은 “여긴 호남인구가 90%는 되는 곳”이라며 “지난 몇년 동안 한나라당 지지가 높아진 탓에 우리 쪽 사람들이 입을 열지 않았지만 이젠 다르다”고 했다. “난 미우나 고우나 투표장 나가서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한 그는 “직원 중 7~8명이 같은 고향인데 다들 손학규씨를 밀겠다더라”면서 “주변에서 다들 그런다”고 말했다.
창신 3동에서 지난 번 만났던 김용한(45·부동산중개업)씨를 다시 찾았다. 김씨는 “박 진씨가 이미지는 깨끗하지만 ‘한 게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돈다”면서 “동네가 민주당과 한나라당 지지 양쪽으로 갈렸는데 민주당으로 표가 많이 갈 거란 말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손학규씨가 이동네 쌍용아파트로 이사온 것도 꽤 영향을 주는 눈치”라고 덧붙였다.

◆상인들 “서민경제 뭘 살렸냐” =
부근 대로변에 위치한 창신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 모씨(41·여)는 “일부 아파트를 빼면 지역이 너무 낙후했고 교육시설과 프로그램도 부실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김씨는 “지역을 발전시킬 사람이 필요한 데 박 진씨가 해 놓은 게 없으니 이번엔 바꿔야 한다”고 못박았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김씨는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이 하는 걸 보면 너무 일방적이라 국회의원은 민주당을 시켜 견제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신시장 안쪽에서 만난 상인들은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듯 쏟아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강 모(61)씨와 오 모(51)씨는 “대통령이 경제살린다고 했는데 뭘 살렸냐. 서민들 내수경기가 살아야 하는 데 너무 힘들다”는 비판에서 출발해 “박 진 의원이 6년간 해놓은게 뭐냐”고 이어졌다. 강 씨는 “나는 손학규 찍고 당도 민주당 찍겠다”고 했고, 오 씨도 “견제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동조했다.
일부에선 집권당 프리미엄을 들어 “그래도 종로에선 손 후보가 불리할 것”이란 말도 나왔다. 30년을 거주한 육광남(57)씨는 “여기가 대통령하는 중간다리로 지나쳐 가는 곳이냐는 여론이 있다”며 “손학규씨에 대해 이런 거부감이 있다”고 말했다.

◆박 진 우세 속 일부 견제론 고민하는 ‘종로의 강남’ =
2주일 전 박 진 후보 지지가 강했던 서쪽지역 옥인동 평창동 일대로 넘어가자 여전히 박 후보 강세가 이어지는 분위기였다. 30년 거주자인 권 모(63·세탁업)씨는 “이곳은 박 진 지지가 더 늘어서 손학규가 안된다”고 잘랐다. 권씨는 “손학규도 사람이 괜찮고 머리 좋다고 하면서도 대부분 여론은 박 진이 된다는 쪽”이라면서 “당을 옮긴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씨는 단서를 달았다. TV에 보도된 북한의 ‘군사조치’ 반응과 국방부 문화부장관의 언행, 대운하 반대 교수 사찰 등을 허점으로 지적했다.
주택가 안쪽에서 만난 주부 문 모(37)씨는 “누가누군지 자세히 모르지만 남편이나 주변사람들 모두 2번 찍으라고 한다”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마음을 못 정했다는 주부 김 모씨(36)는 “박 진이나 정인봉 중에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번 만남에서 “평창동 부암동 일대는 한나라당 몰표지역”이라고 했던 송기성씨(70)도 “한나라당이 3분의 2는 표를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같은 평창동 주민인 박은진(43·여)씨는 “나이든 층에서는 박 진씨가 지역에 실제 도움 준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당 때문에 박 진 우세가 여전하다”면서도 “젊은 층은 한나라당을 한꺼번에 밀어줄 수 없으니까 눈치를 보는 것 같고 나도 고민 중”이라고 조금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집 앞에 가스충전소가 들어온다는 데 이를 막아야 한다”고 한 주부 이 모(47)씨는 “지난 번엔 박 진 찍었지만 이번에는 손학규”라고 했다. 손 후보가 인품이 좋고 서울시장, 구청장이 모두 한나라당인 곳에서 현역의원만큼은 야당인 게 낫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씨는 “장관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우리 시어머니도 ‘이번엔 바꿔야지’라고 하지더라”며 “식구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한반도대운하를 거론한 주민도 있었다. 최 모(62·여)씨는 “대선때는 이명박 대통령 찍었지만 대운하를 한다니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그 많은 돈들 들여 운하를 팔 필요가 없다는 아들 말이 맞는 것 같다. 여당이 한석이라도 늘어나면 정부가 운하 만든다고 밀어붙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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