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형 칼럼]보수우파 전성시대

지역내일 2008-04-04
보수우파 전성시대
이경형 (언론인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연어는 동해, 태평양, 알래스카를 거쳐 다시 동해로 돌아옵니다. 수만리의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되돌아 온 연어는 알을 낳고 죽습니다. 부화된 수천, 수만마리의 새끼 연어들은 죽은 어미의 몸을 먹고 자랍니다. 연어의 숭고함은 바로 자신의 주검으로 새끼를 먹이는 것입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서울 종로구 출마에 관해 답변하는 가운데 연어 얘기를 꺼냈다.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대부분 손 대표가 한나라당 박 진 후보에 비해 8~9%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이라 쉽게 역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던지 그의 답변에선 정치적 유언과 같은 비장함이 엿보였다.
그는 당 대표직을 맡으면서 “이 독배를 마시면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종로 출마도 “당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정치 1번지’ 종로 출마는 스스로 독배를 마시고 주검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는 말로 들린다.

손학규의 고독한 독배
전국의 통합민주당 후보들이 손 대표의 ‘시체’를 먹고 과연 18대 국회에 얼마나 입성할 수 있을까. 유권자들은 손 대표의 이같은 ‘장엄한 유언’에 통곡도 감동도 하지 않는다. 그는 분명히 독배를 들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만류도 없이 쓸쓸하고 고독하게 독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들의 분석을 보면 한나라당은 170석을 웃돌 것이고 민주당은 많아야 90석 정도일 것이라고 한다. 물론 부동층이 40%를 오르내리는 상황 속에서 의석수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4·9 총선에 의해 구성될 제18대 국회는 보수 성향의 의원들이 석권하는 국회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손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에서 보수 편향의 국회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경보음을 울렸다. 그러나 선거판 장내가 하도 시끄러워 아무도 주목을 하지 않는 형국이다.
영남에선 친박연대 또는 친박 무소속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와 경합하고는 있지만 보수 성향이라는 면에서는 똑같다. 충청권에서 자유선진당 후보가 약진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이념적 스펙트럼은 가장 오른 쪽에 있어 보수 편향을 더욱 촉진할 뿐이다.
오늘날 의회·정당정치가 좌우 이데올로기로 벌어지기보다는 중도로 수렴되고 노선 대결보다는 정당간 이슈·의제 선점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선거 판도에 비추어 18대 국회의 이념적 편향성이 너무 우측으로 치우칠까봐 벌써부터 우려된다.
지난 10년 간 한국의 정치 지형도에서 진보 개혁진영이 성했다면 작년 대선을 분수령으로 하여 다시 보수 우파 쪽으로 시계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치, 정책 노선의 시계추가 일정하게 진자운동을 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진자운동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우리 사회는 난폭운전을 하는 버스에 탄 승객의 신세가 된다. 어지러울 뿐만 아니라 넘어져 다치게 된다.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에서 이를 목도하게 된다.
며칠 사이 여론의 추이는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론이 이명박정부를 뒷받침하자는 한나라당 안정론을 바짝 추격하고 있거나 오히려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도는 한나라당의 절반 수준을 맴돌 뿐이다. 한나라당에 실망하는 유권자들이 얼른 민주당 쪽으로 발을 돌리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정체성이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탓도 있을 것이다. 급박한 총선의 정치일정 자체가 정당 간 노선 대결이나 정책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지난 20년간 민주화 기치만 내걸면 되던 ‘87년 체제’(대통령직선제의 현행 헌법체제)가 이제 한계에 부딪쳤는데도 야당이 제대로 변신을 못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호남회귀당, 무색무취당
손 대표가 아무리 통합민주당은 편향적 진보가 아니고 성장과 기회도 함께 추구하는 중도개혁의 새로운 진보라고 외쳐대도 유권자 눈에는 ‘호남 회귀당’이나 ‘투쟁성도, 민생주의도 뚜렷하지 않은 무색무취당’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정당이 변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문제는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이다. 그 고민은 아직도 부족하다.
손학규의 고독한 독배는 통합민주당 당원들에게, 종로구 유권자들에게, 나아가 전국의 유권자들에게 21세기 선진화 비전에 걸맞은 야당의 모델을 찾는 데 함께 고민해줄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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