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도 안하고 출마·장기 휴직 등 ‘눈총’
정계 진출을 노리는 대학교수를 일컫는 ‘폴리페서’가 늘어나면서 대학들이 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골치를 썩이고 있다.
특히 교수들이 국회의원 공천을 받고도 휴직조차 하지 않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교수 본연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만들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학교 행정대학원 이달곤(55) 교수와 사범대 체육교육과김연수(여·39) 교수는 휴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안식년을 맞은 이 교수는 지난달 중순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해 당선 안정권으로 평가되는 순위 10번으로 공천이 확정됐으나 아직 휴직계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안식년에는 학문적 재충전을 위해 강의 부담과 출근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해 당장 휴직할 필요는 없다”며 “아직 당선이 확정되지 않아 형식상 휴직 요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휴직계 제출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연수 교수의 경우는 맡았던 강의를 내팽개치고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초 한나라당 남양주을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이 확정된 김 교수는 2주 뒤 ‘육아휴직’ 명목으로 휴직계를 냈으나 학교측은 ‘합당한 이유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학교측은 김 교수에게 사직 후 선거운동을 하라고 권고했으나 김 교수는 권고를 무시하고 지역구를 누비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교측은 김 교수가 이번 학기에 맡았던 강의를 외부강사에게 맡겨야만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주 서울대 소장 교수 80명은 폴리페서의 무분별한 정치참여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책을 세우라고 이장무 총장에게 촉구하기도 했다.
연세대 윤건영(56) 교수는 비례대표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데 이어 18대에는 용인 수지 지역구에 공천을 받았다.
연세대는 정치권에 진출하는 교수들에 대해 별도 규정은 두지 않고 휴직을 할 경우 휴직기간의 3배를 안식년 없이 의무적으로 근무토록 하고 있지만 윤 교수처럼 장기 휴직하는 경우는 별다른 대비책이 없는 상태다.
윤 교수는 이번에 재선돼 의원 임기를 마칠 경우 최소한 8년을 휴직하게 돼 복직한 뒤 적어도 84세까지 연세대에 근무해야 하고 만일 재선에 실패한다 해도 연세대에 71세까지 근무를 해야 하는데 그보다 훨씬 전에 교수 정년이 만료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우리가 처음 이런 규정을 제정할 당시에는 1∼2년 정도 휴직하는 상황만 생각했지 이런 (폴리페서의 정치참여에 따른 장기 휴직) 상황은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전임교원 중 이번 18대 총선에 출마한 사례가 없는 고려대도 향후 ‘폴리페서’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국회의원 출마나 당선에 따른 휴·복직 규정을 다음 학기까지 마련키로 했다.
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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