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환율급등 수출경제 이중고

지역내일 2008-03-19
전세계 약달러 속 한국만 원화약세 차별화
원자재값 상승보다 국내 물가상승폭 더 커
‘금리 올릴 수도, 내릴 수도…’ 한은 고민

지난 10월말 이후 원화는 전세계에서 가장 약한 통화 중 하나가 됐다. 원화는 지난 3월 14일 기준으로 달러화 대비 10.4%나 절하됐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전세계적인 달러약세 기조를 보면 원화약세는 놀라울 정도다(상단표 참조).
한국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등 극소수 국가들과 더불어 전반적인 달러약세에 역행하는 유일한 통화가 됐고 당분간 이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기조는 원자재값 상승과 더불어 수출경제를 버팀목으로 하는 한국에 이중고를 안겨줄 가능성 또한 높다.

◆투기적 거래에 국제 원자재값 폭등 → 한국경제에 직격탄 =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원유, 금,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은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3월 들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격변동에 대한 위험분산(헤지) 목적이 아닌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기거래(비상업적 거래)가 횡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2002년까지만 해도 원자재 선물의 비상업적 매수 비중은 10~20%를 밑돌았다.
하지만 금융센터는 원유선물의 경우 비상업적 투기성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이후 30%, 금선물의 경우에 최근 70%까지 육박했다고 밝혔다. 옥수수 등 곡물선물도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3월 들어서만 8%, 지난 연말보다 15%나 상승했고 소맥도 3월 들어서만 가격이 11%나 올랐다.
원자재 가격은 대부분 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약세는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자국통화 표시 가격의 하락을 초래하고 구매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원자재 수출국들은 달러약세가 심화되면 가격을 인상하게 돼 달러화와 원자재 가격은 역의 상관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10달러=10리얄(사우디 화폐)=1배럴의 석유’에서 달러약세로 ‘10달러=9리얄=0.9배럴의 석유‘ 상황이 되면 석유수출국은 기름값을 올려야 기존 1배럴의 판매량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가운데표 참조).
투기 세력들은 이런 달러화와 원자재 가격의 관계를 활용해 최근 달러약세 국면에서 원자재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여기에 헤지펀드와 연기금은 물론 국부펀드까지 몰리면서 비상업적 거래규모는 더욱 늘 전망이다.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원자재 펀드에 유입된 투자자금은 3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억 달러에 비해 7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유럽·일본 주식펀드에서는 780억 달러나 빠져나갔다.
문제는 이런 비상업적 거래가 2002년 달러 약세 이후 꾸준히 늘어난데다 최근 그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져 원자재 수입과 가공제품 수출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재값 상승률보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아래표 참조).
금융센터 오정석 연구원은 “비상업적 거래자의 투자규모가 늘면서 이들로 인해 가격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들의 투자실패 그 자체로 또다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결국 서브프라임 사태 해법이 원화 환율 좌우 = 원화는 17일까지 12일 연속 상승하면서 1달러당 1029.2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복귀한 것은 2006년 1월 3일 이후 처음이다.
달러 약세에서 유독 원/달러환율만 급등한 데 대해 △12월 이후 연속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상반기 적자지속 전망 △높은 대외부채에 따른 구조약화와 환차손을 우려한 부채상환 압력 강화, 신규차입 어려움 가중에 따른 달러공급 감소 △외국인 주식매도 따른 달러수요+투신권 달러 매수 △원화 약세심리 확산으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원 선물 콘탱고(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음) 등 다양한 이유가 지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세계적인 신용경색과 더불어 미국발 금융위기의 불안심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8월과 11월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지만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8월엔 상승 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반면 11월엔 그렇지 못했다”며 “향후 환율 전망도 결국 부도 위험에 직면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늘고 (이에 따라) 단기 유동성을 회수하고자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느냐로 판가름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차입이 많이 들어온 한국 역시 외화자금 유출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6년 이후 자금차입의 순유입이 늘어난데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 비중이 9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한국은행 어떤 선택할 수 있나 = 환율은 금리에도 영향을 받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8일 연방기금금리를 대폭 인하해 2.25%로 하향조정했다. 일본식 장기불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경우 미국 금리가 제로금리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달러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내수둔화가 심화되면서 새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쓸 가능성이 높고 이는 하반기 물가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 때 돈이 묶이도록 금리인상 카드를 준비해둬야한다. 반면 외환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릴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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