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의 성공이야기]⑤ 박종임 가을농장 공동대표

강남 떠난 아줌마 산골에서 사과농사

지역내일 2008-04-10
자연농법으로 땅 살린 게 힘 … 7년만에 1억 매출 돌파

통계청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농촌에서 여성인구 비중은 51.4%다. 전체 농가에서 여성경영주는 17.4%로 전년대비 0.7% 증가했다. ‘농촌에서 여성의 삶은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이 많지만 그 속에서 성공신화를 일구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을 만나본다.

설을 닷새 앞둔 지난 2월 2일 밤. 바빴던 하루 일과를 마친 박종임(46)씨는 컴퓨터 앞에 앉아 고객들에게 편지를 썼다.
“가을농원을 찾아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가족님, 고맙습니다. 가을농원 껍질째 으름사과가 모두 품절 되었습니다. 늦게 연락하신 분들의 안타까움과 어찌나 아쉬워하시는지 … 원하시는 대로 사과를 못 드려서 마음이 안타까웠답니다.”

◆두 달 빨리 품절된 ‘맛있는 사과’ = 박종임씨와 남편 손홍철(49)씨도 여느 사과재배 농가와 같이 추석 전에 출하하는 조생종과 11~12월 수확하는 만생종을 가꾸고 있다. 만생종은 보통 3월까지 팔아야 하는데 두 달 빠른 2월초에 다 팔린 것이다.
박씨는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어 드리고 싶었지만 사과라는 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 더 귀한 것 같다”며 “새해에도 열심히 땀흘려 맛난 사과로 보답하겠다고 편지를 써 홈페이지((www.sagwa.pe.kr)에 올렸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처음부터 농사를 한 것은 아니다. 박씨는 지난 1995년 서울 강남을 떠나 충청도 산골에 살러 왔다. 남편의 사업이 망했기 때문이 아니다. 대치동에서 가전제품 정비 등 서비스업을 잘 하고 있던 남편이 어느날 “번잡한 도시가 싫다”며 “시골에 가서 살자”고 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충청북도 괴산군 청천면의 한 산비탈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방치돼 있던 사과밭을 가꾸는 일부터 시작했다. 박씨는 사과나무도 귀농한 뒤에 처음 봤다. 그는 “그해 여름 억수로 쏟아지는 빗줄기에 과수원 사과나무가 소리도 없이 넘어지는 것을 보고 빗줄기 속으로 달려나가 사과나무를 일으켜 세웠다”고 회상했다. 방치된 과수원의 흙이 굳어져 빗물이 그대로 흘러내리면서 나무도 쓰러진 것이었다.
박씨 부부는 땅을 살리는 데 정성을 쏟았다. 땅이 건강하고 살아있어야 나무도 건강해지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상식’에 충실했다.
그들은 땅을 살리기 위해 제초제도 사용하지 않고 비탈길을 오르며 풀을 깎았다. 어느날 풀도 제 스스로 자라고 죽는 것을 발견하고는 풀도 보이는 대로 다 베지 않고 나무가 잘 자랄 수 있을 정도의 통풍만 되면 그냥 버려뒀다.
땅이 살아나자 그 땅을 딛고 일하는 사람의 건강도 좋아졌다. 땅은 빗물을 받아들여 서서히 내뿜었다. 박씨는 “딱딱한 땅을 밟으면 발목이 아팠는데 흙이 부드러워지면서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해도 발목이 아픈 줄 모른다”고 말했다.

◆“사과는 자연이 준 귀한 선물” = 평생 친환경농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부부는 이웃에 있는 자연농업학교에서 ‘자연농법’을 배웠다.
박씨는 “자연농업학교에서 ‘으름’에 대한 글을 봤는데 자연이 키운 열매 중 가장 단 것 가운데 하나였다”며 “우리 과수원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으름과 동해안에서 떠온 바닷물, 쑥, 미나리 등을 각각 숙성시켜 효소를 만들어 물에 희석하고 사과잎과 열매 등에 뿌렸다”고 말했다.
뿐 아니다. 화학비료 대신 쌀겨와 어묵 깻묵 등을 발효시켜 나무에 주었고 감초 당귀 계피 생깅 마늘 등을 발효해 나무에 뿌렸다. 이렇게 키운 나무는 맛있고 향기로운 열매를 맺었다. 사과 수확량도 해마다 늘었다. 건강한 땅은 사과나무 한 그루에 700~1000개의 사과열매가 맺히도록 했다.
가을농원의 사과맛은 광고 한 번 안했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직거래하는 가구가 300여 곳, 전화주문으로 구입하는 곳이 500여 곳에 이른다. 나머지는 가톨릭농민회에서 모두 구입한다.
사과농사를 한 첫해엔 농기계구입비와 자재비 등이 1억원 이상 들어갔지만 매출은 20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직거래 고객이 늘어나면서 2002년엔 매출이 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1억3000만원 매출을 기록했다. 부부는 그동안 가꿔오던 3ha 과수원 옆에 1.3ha 규모의 과수원을 하나 더 만들고 있다.
자연이 준 선물을 귀하게 여기는 박씨 부부는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박씨는 “사과가 품절된 후에도 사과를 찾는 주문이 끊이지 않지만 우리가 직접 재배하지 않은 다른 사과를 보내겠다는 유혹에 빠진 적은 없다”며 “정직하지 못한 행동은 금방 드러나게 돼 있고 지금까지 땀흘린 보람도 다 거둬가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자연 속에서 자신이 누리는 기쁨을 사람들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자연체험농장’을 만들 꿈을 갖고 있다.
괴산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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