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칼럼

지역내일 2008-04-11
총선을 돌아본다

이정희 칼럼

18대 총선이 유례없이 낮은 투표율로 막을 내렸다. 지난 대통령 선거 후 4개월 만에 치른 전국 단위의 선거인만큼 구 여권과 현 정권 어느 쪽에도 마음을 주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던 듯 투표일 직전까지 부동층이 많았고 이는 결국 50%를 밑도는 투표율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드는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본다.
첫째 주요 정당의 공천이 늦어 유권자들이 후보에 관한 정보를 얻고 검토할 절대 시간이 부족했다. 대선에 이어지는 총선의 시기적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공천은 그 시작이 늦었다. 또 심사 과정에 숱한 정략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는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낳았다. 선거에서 공천 시기의 결정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이의 최종 결정은 각 정당의 전략적 판단 요소이겠으나 이번 경우에는 법정 선거 기간에 임박해서야 이루어져 너무 늦었다.
이는 정당이 선거 과정에서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정치 서비스, 즉 좋은 후보의 공천과 더불어 적시 공천을 통해 유권자에게 충분한 정보 접근 권리를 배려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의 실종에서 나온 현상이라고 판단된다.
둘째 정책실종의 문제이다. 이번 선거는 정책대결이 사라진 선거였다. 안정론과 견제론의 대결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반도 운하가 지상을 장식했으나 그것도 어찌된 영문인지 한나라당이 외면하는 바람에 야권의 일방적 공세로 끝났다.
총선에서 다루어야 할 정책 쟁점이 그토록 없었던가? 새정부가 내세우는 성장지향형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대안 제시는 필요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당은 경제 살리기만을 외쳤고 야권은 여당의 경제 살리기는 1% 부자를 위한 것이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무엇을, 왜, 어떻게 하겠다는 정책은 없었다. 국가적 현안의 하나인 한미 FTA의 조정 및 비준 문제도 쟁점으로 등장하지 못했다. 남북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질서에 관한 문제도 관심에서 멀어졌고 양극화 완화와 복지 및 환경에 관한 의미 있는 논의도 실종되었다.
들리느니 오로지 지역개발 공약뿐이었다. 뉴타운을 만들고 특목고를 유치하겠다는 목소리만 골목길을 울렸다. 유권자들의 경제에 관한 관심을 고려하더라도 총선에서 이런 사항만 이슈가 되는 것이 한국 정치와 우리 사회의 미래에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거대 담론에만 매몰되어 현실의 삶을 놓지는 우를 범해서도 안되지만 국가 경영을 화두로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후보와 정당의 모습이 과연 이런 것일까 좀 답답하다. 특히 지난 10년을 집권했던 세력이 내용 없는 견제론만 반복해서야 되겠는가?
유효한 정책 대안을 체계화하여 국가경영의 틀을 만들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공감과 지지를 조직해 나가야 할 주요 공간 중의 하나가 선거라면 이번 선거는 실패한 선거라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당들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국가경영역량을 제시하고 조직하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기 때문이다. 절반도 안되는 투표율은 그런 불임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산물이며 이는 정치권의 자업자득임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견제와 균형의 문제이다. 관점에 따라 현실 정치세력을 여러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으나 이번 선거는 보수 세력의 승리로 보아 무방하다. 행정권력에 이어 의회권력까지 보수의 압도적 우위로 귀결된 것이다. 향후 중요 국가정책 영역에서 보수와 진보 간 균형을 상실한 의사결정이 나타날 개연성이 높아져 걱정스럽다. 이런 구도가 정치세력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성숙한 정치로 진입할 수 있는 상황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싶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의 핵심은 국가경영의 본래적 역할에 충실한 정당의 모습을 원하는 것이다. 국민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갖고 실천적 대안을 찾아 이를 보듬고 함께 나아가는 정치와 정치인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정치권력만을 탐하고 말로만 국리민복을 떠들어대는 그런 정치세력에게는 결코 미래가 없다는 준엄한 경고이다.
민심의 흐름과 정치의 의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관건이다. 성찰에 터잡은 정치적 상상력만이 새로운 정치의 길을 밝히는 불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계속되고 선거는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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