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화섭의 글로벌 경제진단
규제강화와 자율규제의 갈등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한 모임이 있었다.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독일의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세계 주요 투자은행 대표들과 만찬을 함께 한 것이다.
이 모임의 목적은 명백했다. 한쪽은 은행가들에게 현안의 금융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고 대출창구를 넓히도록 설득하는 것이었고 다른 쪽은 정부측에 대해 자율규제를 다짐하며 공적인 규제압력을 완화하려는 것이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 총회를 계기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나온 위기 해법은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비록 은행들의 자본 확충과 감독 강화 등에 관한 65개항 행동계획을 인준했지만 실제적인 시행 문제는 각국의 책임으로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러화 폭락에 관해서도 “주요 통화의 급격한 변동이 경제 및 금융 안정에 미칠 영향에 관해 우려한다”고 밝혔을 뿐 달러화 안정을 위한 공조계획에는 입을 다물었다.
G7 재무장관 공조계획 도출에 실패
그렇다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신용경색 사태(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를 겪으면서도 G7 국가들은 어째서 현안의 금융위기 수습과 재발 방지에 관해 이처럼 늑장을 부리고 있는가. 그 이유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금융위기의 파괴성은 명백히 드러났지만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적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확대해야 하느냐에 관해 아직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막기 위해 모건스탠리에 300억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했을 때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글로벌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꿈이 죽은 날”이라고 썼다. 또한 독일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케르만은 “이제 나는 시장의 자율조정 능력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규제 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프랑크푸르트 연설에서 말했다.
물론 이들의 언급을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유럽측의 다분히 감상적인 반응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월가의 위기를 통해 한가지 분명해진 점은 지난 30년 간 선진국 경제정책의 기조를 이루어온 시장지상주의를 더이상 옹호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이제는 아무도 시장의 자율조정 능력을 믿지 않으므로 규제 강화가 금융시장 안정화의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글로벌 은행들을 대변하는 국제금융협회(IIF)가 이번 금융위기를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밝히며 자율규제를 통해 그 재발을 막겠다고 다짐하는 반성문을 G7 재무장관들에게 내놓은 것은 공적인 규제강화를 모면하려는 설득력 없는 독백일 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규제강화가 대세라고 해서 오로지 공적 규제를 통해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예방하겠다는 생각 역시 마찬가지로 설득력 없는 환상일 수 있다.
그 이유는 금융산업의 본질 그 자체에 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단기의 유휴자본을 장기의 산업자본으로 결집시키는 기능이다. 두 자본 간의 기간 불일치로 인해 돌연한 뱅크런(집단적 예금인출)의 위험은 금융의 본질적 요소이다. 따라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사태를 전면적 금융위기로 확산시킨 레버리지 투자와 디폴트 크레딧 스왑과 같은 첨단 금융기법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 역시 결코 바람직한 위기 해법이 될 수 없다.
공적 규제와 자율규제의 ‘믹스’가 최선의 해법
따라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해법은 정부 차원의 공적규제와 금융권의 자율규제를 적절히 결합한 타협적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산업의 지속적 혁신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금융위기를 신속히 포착하고 차단하려면 금융시장의 내부 정보와 동향에 누구보다 근접해 있는 금융권 스스로 시장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자율규제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월가 금융인들이 어떤 다짐을 해도 누구도 그들에게서 그런 미덕의 발휘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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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강화와 자율규제의 갈등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한 모임이 있었다.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독일의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세계 주요 투자은행 대표들과 만찬을 함께 한 것이다.
이 모임의 목적은 명백했다. 한쪽은 은행가들에게 현안의 금융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고 대출창구를 넓히도록 설득하는 것이었고 다른 쪽은 정부측에 대해 자율규제를 다짐하며 공적인 규제압력을 완화하려는 것이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 총회를 계기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나온 위기 해법은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비록 은행들의 자본 확충과 감독 강화 등에 관한 65개항 행동계획을 인준했지만 실제적인 시행 문제는 각국의 책임으로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러화 폭락에 관해서도 “주요 통화의 급격한 변동이 경제 및 금융 안정에 미칠 영향에 관해 우려한다”고 밝혔을 뿐 달러화 안정을 위한 공조계획에는 입을 다물었다.
G7 재무장관 공조계획 도출에 실패
그렇다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신용경색 사태(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를 겪으면서도 G7 국가들은 어째서 현안의 금융위기 수습과 재발 방지에 관해 이처럼 늑장을 부리고 있는가. 그 이유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금융위기의 파괴성은 명백히 드러났지만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적 규제를 어느 수준까지 확대해야 하느냐에 관해 아직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막기 위해 모건스탠리에 300억달러의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했을 때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글로벌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꿈이 죽은 날”이라고 썼다. 또한 독일의 글로벌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케르만은 “이제 나는 시장의 자율조정 능력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규제 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프랑크푸르트 연설에서 말했다.
물론 이들의 언급을 미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유럽측의 다분히 감상적인 반응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월가의 위기를 통해 한가지 분명해진 점은 지난 30년 간 선진국 경제정책의 기조를 이루어온 시장지상주의를 더이상 옹호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이제는 아무도 시장의 자율조정 능력을 믿지 않으므로 규제 강화가 금융시장 안정화의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글로벌 은행들을 대변하는 국제금융협회(IIF)가 이번 금융위기를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밝히며 자율규제를 통해 그 재발을 막겠다고 다짐하는 반성문을 G7 재무장관들에게 내놓은 것은 공적인 규제강화를 모면하려는 설득력 없는 독백일 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규제강화가 대세라고 해서 오로지 공적 규제를 통해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예방하겠다는 생각 역시 마찬가지로 설득력 없는 환상일 수 있다.
그 이유는 금융산업의 본질 그 자체에 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단기의 유휴자본을 장기의 산업자본으로 결집시키는 기능이다. 두 자본 간의 기간 불일치로 인해 돌연한 뱅크런(집단적 예금인출)의 위험은 금융의 본질적 요소이다. 따라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사태를 전면적 금융위기로 확산시킨 레버리지 투자와 디폴트 크레딧 스왑과 같은 첨단 금융기법들에 대한 과도한 규제 역시 결코 바람직한 위기 해법이 될 수 없다.
공적 규제와 자율규제의 ‘믹스’가 최선의 해법
따라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해법은 정부 차원의 공적규제와 금융권의 자율규제를 적절히 결합한 타협적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산업의 지속적 혁신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금융위기를 신속히 포착하고 차단하려면 금융시장의 내부 정보와 동향에 누구보다 근접해 있는 금융권 스스로 시장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자율규제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월가 금융인들이 어떤 다짐을 해도 누구도 그들에게서 그런 미덕의 발휘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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