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자 기고

지역내일 2008-04-17
최규호 변호사

인터넷 악성댓글 피해자가 겪는 고통

과거 책을 낸 적이 있다. 2007년 3월이다. 그 책은 고시공부에 관한 노하우를 담았는데, 책값이 좀 비쌌다. 그러자 신림동 고시촌 고시생들이 사시정보 사이트에 들어와 수많은 악플을 달았다. ‘변호사가 고시생 등쳐먹는다.’ ‘돈 벌려고 책값 비싸게 매겼다’, ‘공부방법으로까지 돈을 벌어야 하느냐’등의 취지의 글들이지만 온갖 욕설과 인신비하적인 표현이 난무했다. 댓글 중 90%가 악플이었고 순플은 거의 없었다. 나는 출판사 관계자와 심각한 고민을 했다. 이것을 어찌할 것인가. 나는 솔직히, 나에 대한 악플러들을 고소해서 수 십 명과 합의한 전력이 있다. 그들 각자는 나에게 100~300만원 정도를 주고 나서야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고소해서 그들을 혼내주거나 거액의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하해주는 것은 나에게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짭짤한 돈이 생기기에 구미가 당기는 일이기도 했다. 출판사 편집국장이, ‘최 변호사의 팬이 2만명이라고 하면 2000명의 안티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공인이니 그런 부분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해서 이 문제는 꾹 참았다.
그런데 참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글을 읽다보면 분노가 치밀고 누구인지 찾아내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반대로 죽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댓글 중 90% 이상이 악플이라면, ‘일반인 중에 나를 욕하는 사람이 90%’라고 착각을 하게 된다. 게시판의 경향을 일반 사람들의 경향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나를 욕한다면 내가 나쁜 놈인가보다.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나도 그 모순에 빠져 한동안 자살 충동도 느끼곤 했다.
또 그 악플은 내 주위 지인들도 본다. 나와 전혀 모르는 사람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가까운 가족들, 친척들, 지인들이 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또 실제로 보기도 한다. 따라서 그것 역시 참기 힘든 일이다. 악플 때문에 자살하는 사건이 가끔 있는데, 나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변호사 몇 년 하고 온갖 사회생활을 통해 산전수전공중전육박전까지 다 경험한 나도 이성을 잃고 자살 충동을 동시에 느꼈으니 말이다. 그 피해자가 젊은 여성이거나 학생이라면 나처럼 고소할 생각도 못했을 것이고 속수무책 당하기만 했을 것이다.
악플의 경우는 종래 형법상 명예훼손(사실 적시의 경우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 허위사실 적시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 모욕죄(단순 욕설의 경우로,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형)로 규율을 받다가 근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그 처벌이 많이 가중됐다. 사실 적시의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허위 사실 적시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통상 실무에서는 50~100만원 내외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있다.
악플에 의한 피해는 일반 명예훼손의 경우보다 훨씬 심각하다. 통상 조회수가 수백 건에서 시작해서 포털 메인 뉴스의 경우는 수십만 건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단순히 몇 명이 모인 공간에서 욕설을 하는 것과 수백 명 수천 명이 지속적으로 보는 공간에서 욕설을 하는 것은 피해가 비교되지 않는다.
악플에 대한 수사는 신원확인이 쉽게 되고 IP추적을 통해 범인 검거 확률이 매우 높다. 내가 고소했던 사건들도 절반 이상의 사건에서 피의자를 가려냈고 자백을 받았다. 악플을 달 때는 순간이며, 나중에는 자신이 악플을 달았는지도 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될 때에는 이미 늦는다. 한 순간의 행동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해야 한다. 특히 장래가 양양한 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 공무원준비생들은 피의자 신분이 됐을 때 패닉 상태에 빠진다. 악플은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며, 피해자가 합의를 안 해주면 형사상으로 벌금을 내고 전과자가 된다. 민사적으로도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고소고발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러한 악플은 변호사에게는 황금시장이다. 악플러들은 이런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본인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고 잔인한 모습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짓은 창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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