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용 역대 서울 총선 결과 그래픽 있습니다)
제목: ‘이익투표’ 경향 갈수록 강화
부제: 경제적 기대가 표로 … 집값 상승으로 인구구성도 변화
총선이 끝난 정치권에 ‘뉴타운 공약’ 후폭풍이 거세다. 통합민주당은 서울지역 한나라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에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태세다. 뉴타운 공약 때문에 서울에서 완패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뉴타운 공약이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 16일 민주당이 국회에서 개최한 ‘4·9총선 평가와 정국전망 토론회’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에서는 뉴타운과 특목고로 상징되는 ‘욕망의 정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81석밖에 차지하지 못한 것은 변화된 유권자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개헌 저지선’과 같은 낡은 개념을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북도 한나라당 ‘텃밭’으로 바뀌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선거에는 ‘경제적 요소’보다 ‘정치적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쳐왔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치러진 97년 대통령 선거와 대통령 탄핵상황에서 치러진 2004년 총선이 대표적 사례다.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치러진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가 팽팽한 승부를 겨뤘다는 사실 자체가 ‘선거와 경제는 별개’라는 유권자 의식을 반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경향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서울 선거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13대 총선에서는 평민당, 14대는 민주당, 16대는 새천년민주당, 17대는 열린우리당이 1위를 했다. ‘87년 체제’ 이후 서울 지역의 상대적 진보성향과 비영남 출신 원적자들의 표 결집 현상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지난 대선부터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은 기존의 ‘가치투표’ ‘연고투표’ 경향에서 벗어나 ‘이익투표’ 경향을 띄기 시작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뉴타운 등 부동산 가격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단적인 예가 도봉, 노원, 강북 등 서울 동북부 지역이다. 이 지역 7개 지역구는 15대 총선부터 17대까지 한나라당 출신이 단 1명만 당선된 전형적인 야당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최규식(민주당 강북 을)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노원지역이 7.28%, 도봉 4.46%, 강북 2.45%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김근태 의원을 이긴 신지호 당선자는 총선 당시 뉴타운 공약을 세게 밀고 나갔다.
◆비한나라에서 친한나라로 인구구성도 변화
18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기대심리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적지 주민구성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서울시가 서울시민 4만 8215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2007 서울서베이’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서울시민의 42%가 강북지역으로 이사를 희망하고 있는 것. 서울시민의 강북선호 경향은 2005년 이래 매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부동산의 폭등과 재개발에 대한 기대 등이 강북선호 현상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는 기존의 강북주민을 수도권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은 재개발 집값을 감당할 수 없거나, 전·월세 가격 상승 때문에 서울 인근 경기 지역으로 밀려났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혁신도시 논쟁, 지방선거에 영향 미칠까 =
2007년 대선에서 서울은 이명박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세력으로 등장했다. 대선 당시 이 후보는 서울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섰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서울 득표율은 40.22%로 민주당의 28.31%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뉴타운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거나 부동산 상승 기대감이 무너졌을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뒷감당이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참여정부의 핵심적인 지역균형 정책이었던 혁신도시를 전면 재조정하기로 했다. 일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사실상 백지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미 토지를 매입하고 부동산 개발기대에 부풀에 있던 지방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다음 지방선거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개발이익에 소외된 지역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호남은 비한나라, 영남은 한나라로 이미 상수화되어 있는 ‘지역주의’ 때문에 혁신도시와 관련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수도권 규제완화로 수도권 유권자들을 한나라당 품안에 묶어두려는 이명박정부의 정책이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년 뒤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부동산 가격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제목: ‘이익투표’ 경향 갈수록 강화
부제: 경제적 기대가 표로 … 집값 상승으로 인구구성도 변화
총선이 끝난 정치권에 ‘뉴타운 공약’ 후폭풍이 거세다. 통합민주당은 서울지역 한나라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에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태세다. 뉴타운 공약 때문에 서울에서 완패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뉴타운 공약이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 16일 민주당이 국회에서 개최한 ‘4·9총선 평가와 정국전망 토론회’에서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에서는 뉴타운과 특목고로 상징되는 ‘욕망의 정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81석밖에 차지하지 못한 것은 변화된 유권자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개헌 저지선’과 같은 낡은 개념을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북도 한나라당 ‘텃밭’으로 바뀌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선거에는 ‘경제적 요소’보다 ‘정치적 요소’가 더 큰 영향을 미쳐왔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치러진 97년 대통령 선거와 대통령 탄핵상황에서 치러진 2004년 총선이 대표적 사례다.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치러진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가 팽팽한 승부를 겨뤘다는 사실 자체가 ‘선거와 경제는 별개’라는 유권자 의식을 반영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경향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서울 선거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13대 총선에서는 평민당, 14대는 민주당, 16대는 새천년민주당, 17대는 열린우리당이 1위를 했다. ‘87년 체제’ 이후 서울 지역의 상대적 진보성향과 비영남 출신 원적자들의 표 결집 현상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지난 대선부터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은 기존의 ‘가치투표’ ‘연고투표’ 경향에서 벗어나 ‘이익투표’ 경향을 띄기 시작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뉴타운 등 부동산 가격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단적인 예가 도봉, 노원, 강북 등 서울 동북부 지역이다. 이 지역 7개 지역구는 15대 총선부터 17대까지 한나라당 출신이 단 1명만 당선된 전형적인 야당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는 최규식(민주당 강북 을)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노원지역이 7.28%, 도봉 4.46%, 강북 2.45%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김근태 의원을 이긴 신지호 당선자는 총선 당시 뉴타운 공약을 세게 밀고 나갔다.
◆비한나라에서 친한나라로 인구구성도 변화
18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기대심리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적지 주민구성의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서울시가 서울시민 4만 8215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2007 서울서베이’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서울시민의 42%가 강북지역으로 이사를 희망하고 있는 것. 서울시민의 강북선호 경향은 2005년 이래 매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부동산의 폭등과 재개발에 대한 기대 등이 강북선호 현상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는 기존의 강북주민을 수도권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은 재개발 집값을 감당할 수 없거나, 전·월세 가격 상승 때문에 서울 인근 경기 지역으로 밀려났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혁신도시 논쟁, 지방선거에 영향 미칠까 =
2007년 대선에서 서울은 이명박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세력으로 등장했다. 대선 당시 이 후보는 서울에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섰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서울 득표율은 40.22%로 민주당의 28.31%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뉴타운 등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거나 부동산 상승 기대감이 무너졌을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뒷감당이 힘든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참여정부의 핵심적인 지역균형 정책이었던 혁신도시를 전면 재조정하기로 했다. 일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사실상 백지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미 토지를 매입하고 부동산 개발기대에 부풀에 있던 지방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다음 지방선거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나온다. 개발이익에 소외된 지역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호남은 비한나라, 영남은 한나라로 이미 상수화되어 있는 ‘지역주의’ 때문에 혁신도시와 관련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수도권 규제완화로 수도권 유권자들을 한나라당 품안에 묶어두려는 이명박정부의 정책이 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년 뒤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부동산 가격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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